법원이 판단한 어떤 전세 사기들

  • 청년 전세자금 대출 악용한 분양업자와 모집책 징역형
  • 법원 "보증금 직접 갚기로 약속해놓고 투자한 세입자, 사기죄"
  • 돌려줄 보증금 없어 집 넘어가자 아들과 법원 속여 경매배당금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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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9-16 17:40
수정 : 2022-09-22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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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서울 강북구 북서울꿈의숲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성북구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아주로앤피] 집 없는 서민의 버팀목이 돼온 전세를 둘러싼 다양한 사기 사건들이 있다.
 
영어로도 Jeonse(전세)인 전세제도는 경제성장기 시절 높은 금리에 유독 한국에서만 발달한 특유의 임차 계약형태다.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발달한 전세는 대도시의 집은 필요한데 주택을 매매할 여력은 없는 임차인과 새집으로 이사하는 과정에서 목돈이 필요한 임대인의 니즈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경제성장기 이후 1~2%의 낮은 금리가 유지되자 전세는 위기를 맞았다. 2010년에는 월세주택 비중이 전세 주택을 넘어섰고, 임대차3법 때는 전세제도의 존폐 위기가 거론되기도 했다.
 
그런데도 전세는 임차인에게 낮은 거주비, 임대인에게는 대규모 투자를 위한 목돈 마련의 수단으로 작용해 여전히 대한민국에서 가장 보편적인 임차계약으로 남아있다.
 
서민들의 주거를 책임져온 전세제도를 둘러싼 법적 분쟁들이 있었다.
 
아주로앤피는 전세 사기를 둘러싼 법원의 판결들을 살펴봤다.

카카오뱅크의 청년전세자금대출 [사진=카카오뱅크 홈페이지 갈무리]

◆“목돈 만들어드립니다” 청년 전세자금 대출 악용한 2인 실형
청년들의 주거보장을 위해 만들어진 청년 전세자금대출을 악용해 사기 행각을 벌인 2인이 실형을 받았다.

울산지방법원 형사2단독(박정홍 판사)은 지난 7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부동산 분양업자에게 징역 2년 6개월, 모집책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이들은 지난 3월 서울 은평구의 모 공인중개사 사무실에서 허위 임대인과 허위 임차인 사이에 전세 2년에 보증금 1억4000만원 계약을 한 것처럼 꾸며 1억원의 대출을 받았다. 이런 수법으로 총 네 차례 사기 행각을 벌였다.

범행 당시 이들은 무주택 무직 청년들의 주거를 보장하기 위해 시행된 청년 전세자금대출을 이용했다. “목돈을 만들어준다”며 각종 SNS에 글을 올려 대출을 원하는 부동산 소유자들을 모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계획적으로 전세 사기를 벌여 다수의 시민에게 피해를 끼쳐 죄질이 좋지 않다”며 “범행에 필수적인 역할을 분담했고 그에 따른 피해가 크다는 점을 고려했다”며 양형의 이유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집주인에 받은 전세대출금으로 변제 대신 ‘선물옵션’
집주인에게 전세대출금을 갚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은 A씨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부작위에 의한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2020년 9월 서울고법 형사5부(윤강열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의 항소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2015년 12월 A씨는 B씨의 소유인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아파트를 계약하기 위해 5억원의 전세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4억원을 대출받았다. B씨는 A씨의 전세자금대출에 협조하면서 해당 보험사와 대출받은 보증금은 금융기관에 직접 변제한다는 내용의 '근질권설정 승낙서 및 임차보증금 반환 확약서'를 작성했다.
 
집주인 B씨가 2017년 7월 근질권설정승낙서 작성 사실을 잊고 A씨에게 전세보증금 5억원을 돌려줬다. 문제는 이후 A씨가 대출 4억원을 상환하지 않았다는 점을 B씨에게 알리지 않고 보증금 대부분을 선물옵션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입었다는 것이다.
 
보험사는 바로 B씨의 아파트를 압류하고 반환 소송을 냈고 법원은 B씨가 보험사에 4억원과 이자를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재판에서 A씨는 “대출금을 상환하지 않은 사실을 집주인에게 알릴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임대인에게 자신의 채무를 대신 부담하게 하는 손해를 입힌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질타했다. 다만 “A씨가 보험사에 채무를 꾸준히 갚아나가 잔액이 2억원 밑으로 줄어들었다는 것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서울 남부지방 법원 입구 [사진=권성진 수습기자]

◆허위 전세계약서로 법원 속여 배당금 받아낸 부자 실형
아들이 아버지 집에 세 들어 사는 것처럼 전세계약서를 작성해 법원을 속인 부자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2008년 4월 서울 남부지법 형사4단독(한경환 판사)은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C씨와 아들 D씨에게 각각 징역 6월을 선고했다.
 
아버지 C씨는 서울 영등포구의 다세대주택을 소유하면서 세입자의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경매가 진행됐다.
 
아버지 C씨는 아들 D씨에게 자신의 집에 세 들어 사는 것처럼 허위 전세계약서를 작성하게 했다.
 
아들 D씨는 2003년 11월 아버지 소유의 지하 방 1칸을 2000만원의 전세보증금에 임차한 것처럼 속여 법원에 제출했다. 이런 방식으로 2006년 5월 진행된 경매에서 소액임차인 자격으로 1600만원을 배당받았다.
 
법원은 “이들은 실제 임대차 관계가 없음에도 마치 최우선 변제 자격이 있는 것처럼 기망해 채권자와 이해관계자들에게 손해를 입혔을 뿐 아니라, 법원을 속여 경매의 공정성을 해치기도 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공소사실을 일체 부인하고 피해자의 피해 변제에는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점에 엄정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선고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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