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과 법] ①"법에도 명절 음식 줄이랍니다"

  • 성균관, 5일 차례상 표준안 발표…"전 없어도"
  • 대한민국 며느리들 환영…"진작에 나왔어야 했다"
  • 차례 간소화 목소리 가정의례법에 명시
  • 과거에도 유사한 법안 존재했지만, 논란 끝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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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9-07 15:26
수정 : 2022-09-08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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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사진=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

[아주로앤피] 대한민국 거의 모든 며느리들은 명절 때마다 몸과 마음이 너무나 힘들다. '시월드'가 주는 스트레스 때문이다. 가장 힘든 이유는 명절 음식 준비일 터. 해가 갈수록 줄어들지만 올 추석(한가위)도 집집마다 명절 음식 준비가 한창이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은 잘 모르는 법이 있다. 대한민국에는 '차례 음식을 간소화하라'는 법이 있다는 걸. <편집자 주>
 
유교 사상을 전승하는 유림(儒林)의 대표 단체인 성균관(성균관대학교와는 별도 기관)에서 추석 명절을 앞두고 ‘과한 차례상을 없애자’는 목소리를 냈다.

지난 5일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차례상 표준안’을 발표했다. 여기에 따르면 추석 차례 기본 음식은 송편, 나물, 구이(적·炙), 김치, 과일, 술 등 총 6가지고 육류, 생선, 떡을 추가로 놓을 수 있다.
 
제사상의 단골손님이며 차례 음식을 만들 때 가장 손이 많이 가는, 많은 남녀 국민의 허리를 아프게 하는 '전'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았다.

성균관 측은 “예의 근본정신을 다룬 유학 경전 ‘예기(禮記)’의 ‘악기(樂記)’에 따르면 큰 예법은 간략해야 한다(대례필간·大禮必簡)"고 말했다. 이어 “조상을 기리는 마음은 음식의 가짓수에 있지 않으니 많이 차리려고 애쓰지 않으셔도 된다”고 밝혔다.

이어 “‘홍동백서(紅東白西)’처럼 차례상에 음식 놓는 예법을 따를 필요도 없다. 실제로 사과 같은 붉은 과일은 동쪽에 놓고 배처럼 흰 과일은 서쪽에 놓으라는 홍동백서나 '대추(조·棗)-밤(율·栗)-배(이·梨)-감(시·枾)'의 순서를 뜻하는 조율이시 등은 옛 문헌에 존재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를 본 많은 사람들은 대체로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한 네티즌은 “진작 발표했으면 이혼율도 많이 줄어들었을 것이다. 명절이 지나고 이혼하는 부부가 얼마나 많았냐”는 의견을 게재하기도 했다.

최근 '명절로 인한 스트레스에 지치는' 등 ‘명절 증후군’이라는 말이 존재하는 것처럼 명절마다 가족 구성원과 숱한 갈등이 있었다. 그중 과한 차례상은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그런데 대한민국 법과 그 하위 규정에 '차례음식 간소화 규정'이 있다.
 

고물가가 이어지고 있는 4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명절 제수용품이 진열되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가정의례법 "차례음식은 간소한 반상음식으로"
먼저 가정의례법(건전가정의례의 정착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나온다.

건전가정의례의 정착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1조(목적) 이 법은 가정의례(家庭儀禮)의 의식(儀式) 절차를 합리화하고 건전한 가정의례의 보급·정착을 위한 사업과 활동을 지원·조장하여 허례허식(虛禮虛飾)을 없애고 건전한 사회 기풍을 조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법의 하위에 있는 건전가정의례준칙에는 바람직한 가정의례를 위한 실천 방안이 나와 있다.

이 중 추석 차례는 제례에 해당한다.

건전가정의례준칙 제2조(정의)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제례(祭禮)”란 '돌아가신 날에 지내는 '기제사(忌祭祀) 및 명절에 지내는 차례(이하 “차례”라 한다)의 의식절차를 말한다.
 

2014년 추석 경북 경산시 중방동 옥천서당에서 달성 서씨 현감공파 동고공 자손들이 차례를 지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준칙에 따르면 제사음식을 뜻하는 '제수'는 간단히 해야 한다.

건전가정의례준칙 제22조(제수) 제수는 평상시의 간소한 반상음식으로 자연스럽게 차린다.

말 그대로 평소에 먹는 밥과 반찬으로 자연스럽게 차리라는 거다.
 
성묘를 하러 갈 때는 차례보다 더욱 간소해야 한다. 음식을 아예 갖고 가지 않아도 된다고 못 박는다.
 
같은 준칙 제24조(성묘) 성묘는 각자의 편의대로 하되, 제수는 마련하지 아니하거나 간소하게 한다.
 

제11호 태풍 '힌남노' 북상 중인 4일 인천시 부평구 인천가족공원에서 시민들이 비가림막을 설치한 뒤 성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차례의 범위는 제주(제사를 주도하는 이)의 증조할아버지까지이며 매년 명절 아침에 집안의 가장 손위의 손자가 집에서 지내야 한다.

같은 준칙 제21조(차례) 1항 차례의 대상은 기제사를 지내는 조상으로 한다. 2항 차례는 매년 명절의 아침에 맏손자의 가정에서 지낸다.
 

[사진=법제처]

◆법제처, 제례 절차 상세히 안내
준칙에는 제례의 절차도 상세히 나와 있다.
 
같은 법 ‘별표5’에 따르면 제례의 일반적 절차는 △신위(神位·글을 적어 죽은 사람을 모시는 종이) 모시기 △헌주 △축문 읽기 △물림절 순으로 이뤄진다.

제례의 과정은 다음과 같다. 신위를 모실 때는 제주는 분향한 뒤 모사(茅沙·그릇에 담은 모래와 그 모래에 꽂은 띠 묶음)에 술을 붓고 제사에 참여한 모든 이는 두 번 절해야 한다. 헌주시, 술은 한 번만 올리며 신에게 고하는 말을 담은 글(축문)을 읽은 다음에 일동 묵념한다. 마지막으로 제사에 참여한 모든 이는 두 번 절하는 것으로 끝난다.

신위에 관한 규정도 법에 나와 있지만 현실에서는 다른 모습이다.
 
경상북도에서 신위는 흰 종이에 세로로 한자가 쓰여진 형태의 지방이 일반적이다.
 
법에 따르면 신위는 사진을 기본으로 해야 하며, 없는 경우에 흰 종이인 지방에 한글로 먹 등을 이용, 작성해야 한다. 또 한 명의 제사를 지낼 때는 기리는 인물 한 명을 한가운데에 세로로 적는다.
 
합동제사의 경우 가로로 넓은 종이에 각각 왼쪽부터 1/6 지점에 ‘할아버지’, 2/6에 ‘할머니’, 3/6을 비워둔 채 4/6은 ‘아버지’, 5/6은 어머니 신위를 모셔야 한다. 이 외에 제주와 혈연이 친자 관계로 이어지는 직계가 아닌 배우자, 할머니 등을 모실 때는 이름 밑에 본관(本貫)과 성씨를 적어야 한다.

한편,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과거에도 유사한 내용의 법안이 있었다. 1969년 가정의례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1973년 처벌조항이 생기는 등 여러 논란 끝에 1999년 폐지된 뒤 시대의 변화를 담은 가정의례법이 새로 제정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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