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로스쿨] ①로스쿨 입학, 공정합니까?

  • 로스쿨, 사시 폐단 막고 선진 법률가 양성 위해 2009년 설립
  • 면접-SKY-20대…입시 불공정 3종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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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주 기자·변호사-성석우 인턴기자 
입력 : 2022-08-05 07:00
수정 : 2022-08-11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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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이제는 더 이상 미뤄선 안 됩니다. 입시 제도도, 파행적 교육과정도 지금 바로잡지 않으면 로스쿨도 조만간 사시처럼 존재 의미를 부정당하고 도전받게 될 겁니다.”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교수 A씨가 지금의 로스쿨 제도는 ‘총체적 난국’이라며 한 말이다.
 
1963년부터 법조인이 될 수 있는 유일한 통로 역할을 했던 사법시험이 2017년 12월을 끝으로 폐지됐다.

사법시험 평균 경쟁률은 20대 1에 달했으며, 평균 합격률은 3~5%였다. 경쟁은 치열했지만 과거 사법시험은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사회·경제적 약자가 노력을 통해 성공에 이를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다.

사법시험은 각종 폐해를 낳기도 했다. 단 한 번의 시험으로 극소수만 선발하다 보니 오랜 기간 시험에만 매달리는 이른바 ‘사시 낭인’들이 생겼다.

또 각 대학 법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 사법시험 준비에만 몰두한 결과 법학 교육은 시험을 위한 수준에만 머물렀다.

아울러 사법시험 이후 반드시 거쳐야 하는 2년 과정의 사법연수원에서는 판검사와 변호사가 일선 현장에 나아가 바로 실무를 할 수 있는 교육에 중점을 두는 바람에 전문성을 갖춘 다양한 법률가를 양성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수원 기수 등을 통해 폐쇄적인 법조 문화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 같은 사법시험 제도가 낳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1995년 김영삼 정부 시절부터 법학전문대학원 설치 논의가 시작됐다. 김대중 정부를 거쳐 노무현 정부에서 로스쿨이 도입됐다.

그 결과 전국 25개 대학에 로스쿨이 설치돼 2009년 3월 1일 첫발을 뗐다. 입학 정원은 모두 2000명이다.

2009년 당시 법무부는 “로스쿨에서 충실히 교육을 받았다면 누구나 변호사가 될 수 있는 나라, ‘고시 낭인’이라는 말이 더 이상 필요 없는 사회, 선진 법률 문화를 이끌어갈 미래 법률가를 양성하는 교육, 바로 로스쿨에서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로스쿨은 현재 도입 취지와 정반대로 가고 있다는 비난의 중심에 서 있다. ‘학교별 특성화는 유명무실해지고, 변호사시험 학원으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사법개혁의 '신호탄'으로 시작된 로스쿨 13년, ‘위기의 로스쿨’로 전락한 이유를 살펴봤다.

 

[사진=게이티이미지뱅크]

◆로스쿨 위기는 '공정성 의심' 입시에서 비롯
대부분 로스쿨 입시는 2단계로 구성돼 있다.

1단계 선발에서는 학부 성적, 외국어 성적, 법학적성시험(LEET) 성적 등과 같은 정량적 요소를 기준으로 뽑는다.

일반적으로 입학정원 대비 3~7배수를 선발한다. 그러나 실제 경쟁률은 3대 1 수준이어서 정량적 스펙이 1단계 합격 당락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다.

2단계 선발에서는 자기소개서, 면접 등과 같은 평가자 주관이 개입되는 정성적 요소가 선발 기준이다. 사실상 면접이 합격 여부를 결정짓는 구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해마다 불합격자들 사이에선 ‘다른 지원자들과 비교해 학부 성적 등 정량적 점수가 월등히 높았음에도 로스쿨 입학에서 고배를 마셨다. 결과에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주관적 평가가 강하게 작용하는 면접의 특성상 부정이나 청탁이 개입할 여지가 큰 데다 외압이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로스쿨마다 학생 선발의 배점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밀실 입학’이 가능한 구조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뽑고 싶은 지원자가 있다면 그 지원자 스펙에 맞춰서 전형요소를 쉽게 바꿀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와 맞물려 ‘로스쿨에 합격한 누구는 알고 보니 고위층 자녀더라’는 소문이 돌면서 부정 입학 의혹 등 ‘로스쿨 음서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로스쿨 입시 비리를 둘러싼 의혹은 많지만 교육부 면밀 조사, 검찰 혹은 경찰의 전면적인 수사는 한 번도 없었다. 파편적이고 개별적인 것은 없지 않았지만 대대적인 종합 조사·수사 말이다.
 

[사진=연합뉴스]

지방 소재 한 국립대에서는 재직 중인 로스쿨 교수 B씨 자녀 2명이 모두 합격해 면접 등 학생 선발을 둘러싼 특혜 시비가 불거지기도 했다. 또 서울 소재 한 사립대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 면접 비중을 ‘합격·불합격’을 결정짓는 요소로만 활용해 입학 과정의 불투명성을 해소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면접을 통해 법조인으로서 지원자 자질을 검증하고 부적격자를 걸러내도록 하는 최소한의 평가 기준으로만 삼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로스쿨 입시의 전형요소가 너무 복잡하고, 기준이 불명확하기 때문에 맞춤형 입시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 충분하다. 면접 비중을 최소화하고 전형요소를 로스쿨협의회에서 일원화해 입학 선발 기준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1단계 선발 역시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학점과 리트 성적 등과 같은 정량적 요소로만 구성됐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학점이나 리트 성적은 직장인보다 대학에 재학 중인 지원자들이 상대적으로 높다. 또 이른바 명문대 출신일수록 정량화된 점수 획득에 강한 편이다. 또 학부 때 학점 관리를 못한 사람이나 대학을 나오지 못한 사람은 변호사가 될 수 없는 구조다.
 

[사진=연합뉴스]

◆도입 취지 무색···특정 대학 출신·저연령대 편중
로스쿨의 특정 대학 출신과 저연령대 편중 현상도 로스쿨 도입 취지를 퇴색시킨다는 비판이 크다.

로스쿨은 공식적으로는 신입생 선발 시 나이 제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하지만 2022학년 전국 25개 로스쿨에 입학한 2142명 중 28세 이하 연령대는 80.95%에 달했다.

올해 로스쿨 입학생 연령별 현황을 보면 23~25세가 947명으로 44.21%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는 26~28세가 787명(36.74%)이었다. 이 연령대는 대학교를 졸업하는 시기(여성 23~25세, 남성 26~28세)로 로스쿨 입시를 가장 많이 준비하는 연령층이기 때문에 합격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어 29~31세 241명(11.25%), 32~34세 85명(3.97%), 22세 이하 44명(2.05%), 35~40세 31명(1.45%), 41세 이상 7명(0.33%) 등이었다.

로스쿨 입학생의 특정 대학 편중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 6월 27일 시민단체 사법시험준비생모임(사준모)이 발표한 정보공개청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전국 25개 로스쿨 신입생 2142명 중 53.9%(1155명)이 서울대·연세대·고려대 학부를 졸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46.2%와 작년 51.1%에 이어 3년 연속 증가 추세다.

이에 대해 로스쿨 관계자는 “로스쿨 도입 취지는 다양한 경험을 가진 법조인을 배출하려는 것”이라며 “합격자가 특정 대학에 편중되고, 사회 경험이 적은 나이 어린 합격자가 다수를 이루는 구조를 이뤄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자칫 이러한 구조가 견고해지면 사회 경험을 쌓고 로스쿨에 입학하려는 지원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며 “현 선발제도의 문제점을 검토해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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