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집중호우 피해…법적 책임은 '케바케'

  • 6월 말 집중호우로 2명 사망
  • 관리책임 이행하지 않을 시 정부 책임 물어
  • 단순 자연재해는 정부 책임 해당 없어
  • 정부·지자체 아닌 LH 책임 묻기도
  • 전문가 "불가항력성, 시대적 기술, 책임자 의무 이행 여부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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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7-04 09:54
수정 : 2022-07-04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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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하남시 팔당댐 근처에서 한 시민이 집중호우로 방류 중인 댐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를 봤다면 누가 책임을 질까.
 
지난달 29일 저녁부터 내린 집중호우로 인해 2명이 사망하는 등 곳곳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6월 30일 기상청에 따르면, 정체전선의 영향으로 수도권과 일부 강원도에 호우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수도권에는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20~30㎜의 강한 비가 남부지방에도 산발적으로 내렸다.
 
이번 집중호우로 이날 오전 서울 성동구의 9층짜리 빌딩 앞 인도가 내려앉는 일이 발생했다. 성동구청은 밤새 있었던 집중호우로 인도 아래에 있는 토사가 유실됐을 가능성에 집중하고 있다.
 
또 수원시 권선구 고색동 중고차 매매단지에서 폭우로 인해 주차된 중고차 일부가 물에 잠기는 일도 생겼다.
 
이렇게 집중호우로 피해를 당하면 개인이 온전히 감당하기 힘든 막대한 손해가 발생한다.
 
따라서 과거부터 재해의 책임 소재를 가리는 소송이 많았는데, 법원은 때에 따라 다양한 판단을 내려왔다. '경우에 따라 다르다'는 뜻의 신조어, 케바케(케이스 바이 케이스)가 딱 들어맞는다. 
 

전쟁터 같은 산사태 매몰 현장 [사진=연합뉴스]

◆관리 책임 다하지 않으면 정부가 배상해야
법원은 자연재해를 판단할 때 정부의 책임 이행 여부에 집중했다.
 
2019년 4명의 목숨을 앗아간 부산 사하구 구평동 산사태에 대해 법원은 국가의 책임이 있다고 1·2심에서 잇달아 인정했다.
 
지난 2월 9일 부산고법 민사5부(김문관 부장판사)는 구평동 성토사면 붕괴사고 희생자 유가족과 피해 기업들이 국방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원고 측은 이번 산사태가 단순한 자연재해(집중호우)가 아니라 국가가 연병장을 만들면서 폐기물인 석탄재를 이용해 쌓은 것이 붕괴했기 때문에 국가의 관리 책임이 있다고 본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국방부가 제출한 자문 의견서 등을 고려하더라도 원심이 인정한 책임 소재에 관한 판단은 정당하다”며 ‘자연재해라는 점을 감안해 유족과 피해 기업이 제기한 피해 청구금액 38억원 중 10%를 제외한 약 36억5000여만원의 금액을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원심의 판결을 그대로 인정했다.

올해 3월 국방부가 상고를 포기하면서 이 판결은 확정됐다.
 
지방정부(지방자치단체) 또한 비슷하게 피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법원은 16명이 숨지고 51명이 부상당한 2011년 우면산 산사태에 대해서도 지자체의 책임을 물었다.
 
서울고등법원 제3민사부(부장판사 정준영)는 지난 2016년 8월 우면산 산사태에 대해서 서초구청이 4억7000여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 소송은 A씨가 급류에 떠내려가는 형의 자동차를 붙잡고 있던 도중 나무에 깔려 사망하자 A씨 가족이 제기했다.
 
당시의 판결은 산사태는 집중호우로 인해 지반이 약해진 것이 원인이 되었지만, 지자체가 대비를 소홀히 했다는 것에 집중했다. 법원은 판결에 피해지역을 담당하는 서초구청이 △시설물 보존·설치 △재난정보 전달 △교통통제를 이행하지 않은 점을 이유로 들었다.
 
당시 재판부는 “서초구청이 가능한 방법을 모두 동원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말했다.
 
서초구청은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2012년 9월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산바'로 전남 여수 오동도 앞바다에 강한 비바람이 몰아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단순 자연재해면 손해배상 어려워
국가가 모든 집중호우 피해에 대해 책임지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태풍 ‘산바’ 당시(2012년)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김천시 주민들의 손해배상청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김천시의 손을 들어줬다.
 
대구지법 김천지원 민사합의부는 경북 김천시 양곡천 범람으로 침수 피해를 본 주민들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기각했다.

주민 229명은 2014년 8월 국가, 김천시, 시공사·감리자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 시행한 양곡천 정비공사와 김천시의 관리 부실 때문에 주택과 농경지의 침수 피해를 봤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침수피해가 김천시의 책임이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양금동 일대의 침수피해는 예고된 인재가 아니라, 태풍 ‘산바’로 인한 집중호우로 불가항력적인 상황에서 발생한 자연재난으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정부·지자체 아닌 LH 책임 인정되기도
법원은 태풍 ‘차바’ 당시 집중호우로 인한 울산 중구 태화시장·우정시장 상인들의 피해에 대해 한국주택공사(LH)의 책임을 인정했다.
 
2020년 1월 울산지법 민사11부(정효재 부장판사)는 태화시장·우정시장 상인과 주민 172명이 울산시, 울산 중구, 한국주택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2016년 당시 태풍 ‘차바’가 이와 같은 피해로 이어진 것에 대해 LH가 설치한 우수저류조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재판부는 LH가 설치한 5개의 우류저수조 중 일부에 하자가 있다고 봤다. 따라서 LH가 전체 피해 중 20%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상인과 주민이 요구한 피해액 139억원을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70~80%의 피해액만 인정했고, 그중에서 LH가 배상할 금액은 22억6000만원 정도로 알려졌다.
 
또한 재판부는 울산시와 울산 중구청의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사건마다 법원의 판결이 달라지는 이유에 대해 최진녕 법무법인 씨케이 대표변호사는 "사람으로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불가항력'인지의 규범적 판단이 핵심이다"라며 "시대의 기술적 수준과 책임자가 의무를 다했는지 여부에 따라서 법원의 판단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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