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국 칼럼]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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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 대표)
입력 : 2022-04-15 11:00
수정 : 2022-04-1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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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양승국 변호사, 법무법인 로고스 제공]

금방 끝날 것 같던 우크라이나 전쟁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처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였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크라이나가 대국 러시아를 상대로 과연 얼마나 버텨낼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였던 것이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전국민이 일치단결하여 러시아의 침공을 막아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코메디 배우 출신이라고 다른 나라에서 업신여김을 받던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의 망명 제의도 거절하고 저격 위험도 무릅쓰며 현장에서 군인들을 격려하고 고통받는 국민들을 위로하며, 그에 대한 선입견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그러다보니 젤렌스키 대통령은 작년에 아프카니스탄이 탈레반의 공세에 무너질 때 먼저 도망간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과 좋은 대조를 보인다. 한쪽에서는 지도자의 부패와 비굴함이 예상보다 빨리 나라를 망하게 했고, 한쪽에서는 지도자의 굳센 의지가 예상을 뒤집고 아직도 항전을 이어나가고 있으니, 나라가 위기에 빠졌을 때 지도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닫게 해준다.
 
그런데 자기들 전쟁 계획이 틀어지자 러시아는 조급해지고 짜증이 나는지, 해서는 안 될 짓을 저지르고 있다. 바로 전쟁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민간인을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군사시설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민간 병원에, 피난민이 모여있는 극장에, 피난민이 떠나려는 기차역 등에 미사일을 발사하여 무고한 시민들을 살상하고 있다. 그뿐인가?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의 점령지를 다시 탈환하여 들어가보니, 거리에는 무고한 시민들의 시신이 널려있고, 집단학살 매장지도 발견되고 있지 않은가? 아무리 전쟁이라지만 인간이라면 최소한 지킬 것은 지켜야 하지 않는가? 그런데 러시아는 그러한 무고한 시민 살상에 대해 사과는커녕 한술 더 떠 우크라이나 정부의 조작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눈앞에 보이는 그 많은 시신들을 찍은 영상이 조작되었다? 그럼 우크라이나 정부가 일부러 사람들을 죽이고 러시아군의 소행으로 돌리고 있단 말인가? 그리고 가족의 죽음에 울부짖는 사람들은 연기를 하고 있단 말인가? 도대체 거짓말을 하려고 하여도 그럴 듯하게 해야지, 그런 뻔한 거짓말을 그렇게 뻔뻔하게 할 수 있나? 그것도 푸틴 대통령까지 나서서! 러시아라는 대국이 한없이 초라해지는 순간이다.
 
그런데 전쟁에서 이렇게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는 것에 대해 음험한 러시아에 대해서만 분노의 화살을 돌릴 일은 아니다. 역사적으로 우리는 그러한 사례를 수없이 보아오고 있지 않은가? 당장 떠오르는 것이 히틀러의 유대인 대학살이요, 일본의 남경 대학살이요, 크메르 루즈의 킬링필드이다. 그뿐인가? 르완다 대학살, 코소보의 인종 청소, 터키의 아르메니아 집단학살도 떠오르는데, 인류 역사 이후 이런 대학살을 열거하자면 이 지면이 모자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6.25 전쟁 중에 서천등기소 학살, 노근리 학살 등 양측에서 무고한 민간인을 학살한 사건들을 계속 열거할 수 있다. 그리고 종교라는 이름으로 일으킨 전쟁에서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였나? 이를테면 십자군이 예루살렘을 점령하였을 때, 십자군은 유대인들을 교회당에 밀어 넣고 다 태워죽였다. 단순히 사람을 학살하는 것에서 나아가 인간의 악마성을 보게 하는 것도 있다. 태평양 전쟁 때 치치지마, 뉴기니섬 등에서 일부 일본군들은 사람을 죽이고 그 인육을 먹었다. 생생하게 한 보기를 들면, 치치지마에서 다치바나 장군은 미군 포로 인육을 먹으면서 “이거 맛있다. 한 접시 추가”라는 말도 하였단다. 또 1904년 나미비아에서 헤테로족과 나마족이 독일에 대항하여 일어났을 때의 생생한 예를 하나 더 들자면, 독일 병사들이 원을 이루어 원주민 아기를 공놀이 하듯이 던지는 놀이를 하다가, 마지막에는 한 병사가 자기한데 던져져 오는 아기를 총검으로 받았다고 한다. 즉 고기를 꼬챙이에 꿰는 산적(散炙)처럼 날아오는 아기를 총검으로 꽂은 것이다.
 
역사에서 보는 이런 무수한 예를 볼 때마다, 인간에 대한 회의를 느낄 때가 많다. 인간은 원래 악한 존재인가? 홉스는 자연상태에서 인간은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상태라고 하였고, 순자는 인간의 욕망은 그대로 방임해두면 사회적 혼란이 일어난다고 하였다.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역사에서 보는 무수한 전쟁의 광폭함을 보다보면 아무래도 이러한 주장에 끌려간다. 인간의 이러한 본래적 약점을 제어하기 위해 법과 도덕의 바탕 하에 사회는 안정적인 시스템 하에 돌아가야 한다. 그런데 전쟁은 이 모든 것을 파괴하고, 그러다보면 억눌려있던 인간의 마성이 드러나는 것인가? 하여튼 전쟁은 인간을 광기로 몰아가기에 전쟁은 어떠한 명분으로도 용서될 수 없다. 전쟁이라는 것 자체가 전쟁을 일으키는 집단의 이기적 욕망이 근저에 도사리고 있는 것 아닌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바라보면서 전쟁은 어떠한 명분으로 포장하더라도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죄악이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억울하게 죽어간 많은 사람들의 명복을 빈다. 그리고 지금도 슬픔에 몸을 떨고 있는 우크라이나인들을 하나님께서 따뜻하게 감싸주시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