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로 보는 세상] 금융실명제하에서 예금계약의 당사자 확정 방법

  • 대법원 2009. 3. 19. 선고 2008다45828 전원합의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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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광진 변호사
입력 : 2022-04-08 09:00
수정 : 2022-06-01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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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남광진 변호사 제공]

1. 들어가며
 
갑이 을을 대리하여 금융기관과 을의 명의로 예금계약을 체결한 경우, 은행 예금의 소유권은 자금 출연자인 갑에게 있는 것일까, 아니면 자금을 출연하지 않은 예금 명의자인 을에게 있는 것일까.
 
2. 사실 관계
 
가. 피고는 예금보험에 가입한 금융기관(부보금융기관)의 예금자에 대한 예금 등 채권이 지급정지되는 등의 예금자보호법 제2조 제7호에서 정한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 부보금융기관에 갈음하여 예금자에게 예금자보호법이 정한 범위 내에서 예금 상당액의 보험금을 지급함으로써 예금자 등을 보호하고 금융제도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설립된 특수법인이다.
 
나. 원고의 남편 갑은 2006. 2. 13. 주식회사 좋은상호저축은행(이하 ‘이 사건 은행’이라 한다)에 기존에 예탁해 두었던 정기예금을 해지한 후 다시 이 사건 은행에 49,212,873원을 정기예금으로 예치하였고, 같은 날 이와 별도로 원고 명의의 정기예금 계좌(계좌번호 생략)가 개설되어 같은 날 4,200만 원이 예치되었다(이하 ‘이 사건 예금’이라 한다). 이 사건 예금에 예치된 위 4,200만 원은 같은 날 갑 명의의 다른 금융기관에서 인출된 금원이었다.
 
다. 피고의 부보금융기관인 이 사건 은행에 대하여 2006. 9. 8. 예금 등 채권의 지급이 정지됨으로써 예금자보호법이 정한 보험사고가 발생하였고, 피고는 위 보험사고에 대해 보험금지급결정을 하고 2007. 3. 17. 보험금지급결정을 하였다.
 
라. 피고는 원고, 갑에게 보험금 가지급금으로 각 500만 원을 지급하였으나, 2007. 3. 17. 갑에게 ‘이 사건 예금은 갑의 예금이므로 갑에게 예금자보호법이 정한 5,000만 원의 한도 내에서 보험금을 지급할 것’을 통지하였고, 이후 갑에게 위 가지급금 합계 1,000만원을 공제하고 보험금을 지급하였다.
 
마. 당사자 주장의 요지
 
(1) 원고
 
이 사건 예금의 예금주는 원고이다. 예금자보호법이 정한 보험사고가 발생하였으므로, 피고는 이 사건 예금의 예금주인 원고에게 예금 상당액의 보험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피고
 
피고가 실제 예금주인 갑에게 보험금을 모두 지급하였으므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다.
 
바. 하급심의 판단
 
살피건대, ①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예금에 소요된 금원은 이 사건 예금 개설일과 같은 날 갑 명의의 다른 금융기관에서 인출된 금원인 점과 더불어, ② 이 사건 예금 거래신청서는 갑 명의의 예금 거래신청서와 같은 시간 대에 갑에 의하여 작성된 것인 점, ③ 이 사건 예금 거래신청서의 거래인감으로 원고의 도장이 아닌 갑의 도장이 등록·사용된 점, ④ 이 사건 예금 거래에 사용되는 비밀번호가 갑의 이 사건 은행에 대한 정기예금에 사용되는 비밀번호와 같은 점, ⑤ 이 사건 예금에 대하여 매월 지급되는 이자가 갑 명의의 우리은행 계좌로 자동이체되도록 신청되어 있는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이 사건 예금은 갑이 예금자보호법상의 보호를 받기 위하여 원고 명의로 개설·관리하여 오던 것으로서, 이 사건 예금의 출연자인 갑과 이 사건 은행 사이에서는 이 사건 예금 명의자인 원고가 아닌 갑에게 예금반환채권을 귀속시키기로 하는 묵시적 약정이 있었다고 판단되므로, 원고의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원고 주장과 같이, 원고가 이 사건 예금 당시 갑과 같이 이 사건 은행에 방문하여 주민등록증을 제시하였고, 원고의 다른 금융거래가 갑 명의의 계좌를 통하여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 사건 예금에 관해 출연자 이외의 다른 사람이 예금을 인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약정도 없었다는 사정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달리 볼 바 아니다).
 
사. 즉 하급심은 원고의 청구를 인정하지 아니하였고, 피고는 원고에게 해당 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보았다. 이에 원고는 상고하였고,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하급심과 다른 판단을 하였다.
 
3. 판결 요지
 
가.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예금계약을 체결하고 그 실명확인 사실이 예금계약서 등에 명확히 기재되어 있는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그 예금계약서에 예금주로 기재된 예금명의자나 그를 대리한 행위자 및 금융기관의 의사는 예금명의자를 예금계약의 당사자로 보려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경험법칙에 합당하고, 예금계약의 당사자에 관한 법률관계를 명확히 할 수 있어 합리적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예금계약 당사자의 해석에 관한 법리는, 예금명의자 본인이 금융기관에 출석하여 예금계약을 체결한 경우나 예금명의자의 위임에 의하여 자금 출연자 등의 제3자(이하 ‘출연자 등’이라 한다)가 대리인으로서 예금계약을 체결한 경우 모두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본인인 예금명의자의 의사에 따라 예금명의자의 실명확인 절차가 이루어지고 예금명의자를 예금주로 하여 예금계약서를 작성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예금명의자가 아닌 출연자 등을 예금계약의 당사자라고 볼 수 있으려면, 금융기관과 출연자 등과 사이에서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서면으로 이루어진 예금명의자와의 예금계약을 부정하여 예금명의자의 예금반환청구권을 배제하고 출연자 등과 예금계약을 체결하여 출연자 등에게 예금반환청구권을 귀속시키겠다는 명확한 의사의 합치가 있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로 제한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의사의 합치는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작성된 예금계약서 등의 증명력을 번복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명확한 증명력을 가진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증거에 의하여 매우 엄격하게 인정하여야 한다.
 
나. 원심이 확정한 사실과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사실에 의하면, 원고의 남편인 갑이 2006. 2. 13. 원고를 대리하여 이 사건 은행에서 원고 명의로 신규 정기예금 계좌(이하 ‘이 사건 예금계좌’라 한다)를 개설하고 4,200만 원을 예치하였는데, 이 사건 예금계좌 개설 당시 작성된 예금거래신청서의 신청인란에는 원고의 성명과 주민등록번호가 기재되어 있고 원고의 주민등록증 사본이 붙어 있으며, 위 예금거래신청서의 실명확인란에는 담당자와 책임자의 확인 도장이 날인되어 있는 사실, 이 사건 예금계좌의 통장 등은 원고 명의로 발급되었고, 이 사건 은행의 거래내역 현황에는 원고를 이 사건 예금계좌의 권리자로 기재하고 있는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앞에서 본 예금계약의 당사자 해석에 관한 법리와 위 사실관계에 비추어 보면, 갑은 원고를 대리하여 이 사건 은행의 담당직원에게 원고 명의의 예금거래신청서를 작성·제출함과 아울러 실명확인 절차에 필요한 증표로서 원고의 주민등록증을 제출하여 원고를 예금명의자로 하는 예금계좌의 개설을 신청하였고, 이 사건 은행의 담당직원은 이러한 신청을 받아들여 원고 명의의 실명확인 절차를 거치고 그 취지를 위 예금거래신청서에 기재하는 등으로 원고와 예금계약을 체결할 의사를 표시하였으므로,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작성된 위 예금거래신청서 등의 증명력을 번복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명확한 증명력을 가진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증거에 의하여, 그 당시 이 사건 은행과 갑 사이에서 원고와의 예금계약을 부정하여 원고의 예금반환청구권을 배제하고 갑과 예금계약을 체결하여 갑에게 예금반환청구권을 귀속시키려는 명확한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한, 이 사건 예금계좌의 예금반환청구권이 귀속되는 예금계약의 당사자는 원고라고 보아야 한다.
 
다. 그런데 원심이 이 사건 예금계좌의 개설 당시 이 사건 은행이 명확히 알기 어렵거나 이 사건 은행과의 예금계약과는 별개인 원고와 갑 사이의 내부적 법률관계에 불과한 자금 출연경위, 거래인감 및 비밀번호의 등록·관리와 예금의 인출 상황 등의 사정만으로,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위 예금거래신청서 등에 예금명의자로 기재된 원고가 아닌 갑을 이 사건 예금계좌의 예금반환청구권이 귀속되는 예금계약의 당사자라고 판단한 데에는, 금융실명제 아래에서의 예금계약 당사자의 해석 및 확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판결의 의의
 
대법원은 예금명의자인 원고의 손을 들어주었다.
 
결국, (1)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예금계약을 체결하고 그 실명확인 사실이 예금계약서 등에 명확히 기재되어 있는 경우에는, 예금명의자, 그를 대리한 행위자, 금융기관 세 당사자의 동일한 의사는 예금명의자를 예금계약의 당사자로 보려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경험법칙에 합당하고, 법률관계를 명확히 할 수 있어 합리적이다.
 
(2) 이는, 예금명의자 본인이 금융기관에 출석하여 예금계약을 체결한 경우 뿐 아니라, 예금명의자의 위임에 의하여 자금 출연자인 제3자가 대리인으로서 예금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도 모두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3) 만약 이를 번복하려면,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서면으로 이루어진 예금계약을 부정하여 예금명의자가 아닌 자금 출연자에게 예금반환청구권을 귀속시키겠다는 명확한 의사의 합치가 있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제한된다. 그것도, 예금계약서의 증명력을 번복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명확한 증명력을 가진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증거에 의하여 매우 엄격하게 인정될 뿐이다.
 
5. 나가며
 
이 대법원 판결 이후 현행 금융실명제 하에서, 돈을 누가 넣었든 간에 은행과 체결한 예금계약의 당사자는 예금 출연자가 아닌 예금 명의자이다. 이를 번복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증거는, 금융기관 종사자 등 당사자들이 금융실명법 등 관련규정을 위반하여 차명 계약을 용인하는 정도에 이르러야 하므로 현실적으로 발생되기 어렵다고 본다. 따라서 다른 사람의 명의를 빌려 통장을 개설한 경우 또는 통장을 개설하여 빌려 주고 받은 경우(전자금융거래법위반 등으로 형사처벌될 수 있는 범죄행위이다)이든, 그 은행 예금은 예금명의자의 소유이므로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
후원계좌안내
입금은행 : 신한은행
예금주 : 주식회사 아주로앤피
계좌번호 : 140-013-521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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