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중구 태평로에 위치한 한국은행 본점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하지만 윤 당선인 측 입장은 달랐다. 윤 당선인 측은 청와대의 새 총재 후보 지명 사실이 알려진 후 대변인실 공지를 통해 “청와대와 협의하거나 총재를 추천한 바 없다”고 밝혔다.
이에 당선인 측은 ‘감사위원 인선을 강행하려는 명분쌓기다’, 반면 청와대는 ‘자꾸 그렇게 거짓말하면 다 공개하겠다’라며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
윤 당선인은 “문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 굉장히 유감스럽다”며 “인사권에 당선인의 뜻을 존중하는 것은 상식”이라고 반발했다.
대통령과 당선인이 만나서 반갑게 악수(握手)를 나누지 않고 악수(惡手)를 두는 모양새.
<아주로앤피>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우리나라에서 자신 명의의 도장을 압도적으로 최고 많이 찍는 한국은행 총재가 얼마나 중요한 자리인지, 어떤 중차대한 일을 하는지 등 그 위상에 대해 법 규정을 살펴봤다. 아울러 한국은행과 총재를 둘러싼 법적 이슈도 꼼꼼히 파헤쳐 봤다.

새 한은총재 후보로 지명된 이창용 IMF 아시아태평양담당 국장 [사진=연합뉴스]
1950년 6월 12일 발족한 한국은행은 대한민국의 중앙은행으로서 통화·신용 정책의 수립과 집행을 통해 물가안정을 도모한다.

한국은행 본관 로비에 '물가안정'이라고 쓰여진 대리석 현판이 걸려 있다. [사진=한국은행]
한국은행 본점은 서울특별시 중구 태평로에 위치하고 있으며 전국 각 지역에 16개 지역본부가 산재하고 있다(서울강남·부산·대구경북·인천·광주전남·대전충남·울산·경기·경남·전북·강원·목포·충북·강릉·포항·제주). 한국은행의 각 지역본부들은 부속 화폐전시실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은행에서 발행한 오만원권 지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와 더불어 지급준비율을 결정한다. 지급준비율이란 은행이 전체 예금액 중 현금으로 가지고 있어야 하는 비율을 말한다. 현재 국내 지급준비율은 7%이다. 통상적으로 시중은행은 지급준비금만 남겨두고 나머지 자본은 대출을 통해 이자수익을 얻는다.
또 한국은행법 제64조에 따라 금융기관에 대한 대출업무를 할 수 있다. 다만,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4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이외에도 필요한 경우 금융감독원에 금융기관 검사 요청을 할 수 있다.
◆법에 규정된 한은 총재의 위상과 권한
한국은행은 대한민국의 중앙은행이자 통화신용 정책을 수립하는 '독립기관'이다. 한국은행 총재는 한국은행을 대표하는 직위를 갖는다. 회사로 말하면 대표이사 사장, CEO인데 그 위상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중하다.
행정, 입법, 사법부로부터 기능적으로는 독립적인 지위를 가진 한은이지만 총재 임명권자는 대통령이다.
한국은행법 제33조에 따르면 총재는 국무회의 심의와 국회 인사청문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2012년 이전까지 한은 총재는 인사청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임명됐다. 하지만 2012년 3월 21일 한국은행법이 개정된 이후 한국은행 총재도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에 포함됐다.
당시 국회 기획재정위 경제재정소위원장이었던 이용섭 민주당 의원(현 광주광역시장)은 “한은 총재는 통화신용정책의 수립 및 집행을 통해 물가안정을 유지하는 중요한 직위인데도 인사청문을 거치지 않고 임명됐다”며 “앞으로 청문회를 통해 중립성-전문성-도덕성 등의 적격성을 검증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총재의 임기는 4년으로 하며, 한 차례만 연임할 수 있다. 최장 8년까지 가능하다.

지난 23일 이주열 한은 총재가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점에서 열린 송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법 제34조에 명시된 총재의 권한과 의무를 살펴보면 총재는 한국은행을 대표하고 그 업무를 총괄한다고 나와 있다. 또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수립한 정책을 수행하며, 한국은행법과 정관에 따라 부여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총재는 부총재와 부총재보를 추천하고 직원을 임면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한국은행법 제36조에 따르면 부총재는 총재가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하고 부총재보는 총재가 임명한다. 부총재·부총재보 모두 임기는 3년이며 한 차례만 연임할 수 있다. 현재 부총재는 1명(이승헌), 부총재보는 5명(박종석·이환석·배준석·민좌홍·이상형)이 재직 중이다.
◆‘따로 또 같이’ 금융통화위원회 의장 겸임

지난 1월 서울 강남구 한국은행 강남본부에서 방출된 자금들을 호송차에 싣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의 주요 정책결정기구인 금통위의 역할은 한국은행법 제28조에 명시돼 있다. 금통위는 △화폐 발행 △금융기관 지급준비율 결정 △금융기관에 대한 여신업무 기준 설정 등 통화신용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업무를 심의·의결한다.
한국은행법 제12·13·14조를 살펴보면 총재는 금통위 의장으로서 회의를 주관하고 사무를 총괄한다. 또 금통위를 구성하는 7명의 위원 중 1명을 추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또 한국은행법 제29조에 따르면 금통위는 △정관 변경 △조직 및 기구 구성 △예산 및 결산 등 한국은행 운영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을 의결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폐기지폐 유출' 등 논란이 됐던 법적 이슈
한국은행 직원 개인의 일탈로 인한 소송부터 노사 간 갈등으로 인한 고발까지 한국은행을 둘러싼 다양한 법적 이슈들이 있었다.
지난 1995년 김명호 총재는 한국은행 부산지점에서 발생한 지폐유출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이 사고는 한 직원이 1993년부터 낡은 지폐를 골라내 폐기 처분하는 업무를 하는 과정에서 현금을 빼돌린 사실을 발견하고도 장기간 은폐했던 사건이다.
당시 감사원에 따르면 지폐유출 규모는 3억5000여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한은이 발표했던 55만원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이후 사건 관련자들은 재판에 회부됐고, 부산지법은 사건을 축소·은폐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전 한은 본점 인사부장 김모씨, 전 부산지점장 박모씨 등 2명에 대한 공용서류손상 및 공문서 변조죄 선고공판에서 김씨에 대해 징역 8월, 박씨에 대해선 징역 8월에 선고유예를 각각 선고했다.
같은 해 옥천조폐창에서도 한 여직원이 1000원권 신권(새돈) 1000장(100만원)을 훔쳐 유흥비로 탕진한 사실까지 뒤늦게 적발되면서 한은 화폐관리의 허술함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 여직원은 돈뭉치를 탈의실로 가져가 쇼핑백에 집어넣고 퇴근길에 나섰지만 아무런 검색도 받지 않고 퇴근버스에 오른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다. 법원(청주지법)은 해당 여직원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1995년 폐기 지폐 유출 사고 후 20년이 지난 2015년에도 화폐유출사고가 다시 발생했다. 2009년 우리나라 최고액권인 첫 5만원권이 발행된 이후 5만원권 1000장, 무려 5000만원을 들고 나간 것.
2015년 10월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한은 부산본부의 외주업체 직원 김모씨는 전날 지폐 분류작업 도중 5만원권 지폐 1000장(5000만원)을 훔쳐 나갔다가 적발돼 긴급 체포됐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오래 근무를 하다 보니까 CCTV사각지대가 보였고, 순간적인 욕심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대한민국 금고 문지기’라고 불리는 한은 일부 직원들의 일탈은 공금 횡령 사건에서도 불거졌다. 지난 2013년 한은 내 화폐박물관 운영반으로 부서이동한 A씨는 국고로 가야 할 수익금 4000여만원을 자신의 계좌로 입금해 개인채무를 변제하는 데 사용했다.

한국은행에서 발행한 연결형은행권 [사진=한국은행]
A씨의 범행은 한은 내부 감사 결과 드러났고 A씨는 5월 면직됐다. 한은 측은 A씨를 남대문경찰서에 고소했고 재판부는 A씨가 자신의 재산상 이득을 취하며 한은의 재물을 횡령하고 손해를 끼쳤다고 말했다. 다만, A씨가 한은에 피해액을 모두 변상했고 본인과 가족의 건강이 좋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노사간 불협화음으로 인한 고소 사건도 있었다.
지난 2005년 한은 노조는 당시 박승 총재 등을 부당노동행위로 서울지방노동청에 고소했다. 노조는 박 총재 등이 노조와 합의없이 성과급제·직책급제를 강행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라고 주장했다.
2013년엔 한은 노조가 부총재 등 은행 경영진을 상대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부당노동행위와 관련한 고발장을 접수했다. 한은 노조는 은행 측이 ‘노동조합 운영에 대한 부당개입’과 ‘근로자에 대한 불이익취급’ 등의 위법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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