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진의 異義있습니다] 윤석열 부인의 ‘줄리說’과 박원순 부인의 ‘성형중독說’

장용진 아주로앤피 편집국장 입력 2021-12-09 13:23 수정 2021-12-10 10:43
  • 문재인 검증하듯 윤석열 검증해야...조국 가족을 잰 잣대로 윤석열 가족을 검증해야

[아주로앤피]

[사진=로앤피]


“어, 온다!”
“그대론데? 어딜 성형했다는 거야?”
“얼굴이 좀 붓기는 했네. 아픈 건가?”
 
지난 2014년 5월30일. 서울 구로구 구로3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 지금은 고인이 된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이 부인 강난희씨와 함께 들어서자 군중들 사이에서는 작은 웅성거림이 일었다. 사진기자들의 플래쉬가 연신 터지고 있는 가운데 사람들의 시선은 온통 박 시장의 부인 강씨의 얼굴에 쏠리고 있었다.
 
그들이 찾고 싶었던 것은 성형수술의 흔적이었다. 당시 강씨는 공식석상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았는데, 그 이유가 성형수술 부작용 때문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보통 정치인이나 연예인에 대한 소문은 한때 무성하게 일었다가 제풀에 사라지는 것이 보통이지만 강씨에 대한 소문은 선거 바람을 타고 계속 커지고 있었다. 모두가 이른바 '조중동' 때문이었는데, 종합편성 채널을 가지게 된 대형신문사 조중동은 막강한 여론주도력을 십분 활용, 박원순 죽이기에 매진 중이었다. 그 중 하나가 '강난희 성형 중독설'이었으니 모두의 시선이 쏠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나중에는 ‘박 시장이 부인과 별거 중이며 현재 다른 여성과 살고 있다’는 ‘별거설’까지 나돌기에 이르렀는데, 별다른 근거가 있는 건 아니었다. 그저 '키보드 전사'로 불리는 몇몇 극렬 극우분자들이 SNS에 질러댄 헛소리를 극우 인터넷 매체들이 '카더라'면서 받아쓰고, 그 다음 날쯤 조중동 등 보수신문이 지면으로 옮겨 실으면 마침내 '정설'이 되어 세상에 나가게 되는 식이었다.
 
당시 박원순 시장의 경쟁자는 정몽준 前의원. '백봉 신사상'을 여러 번 수상한 정 의원도 ‘성형부작용설’ 혹은 ‘성형중독설’을 제기하는데 서슴이 없었다. 정 前의원은 ‘서울시장의 부인도 공인이고 당연히 검증대상에 포함된다’면서 '강난희씨가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는 것이 성형 때문인지 아니면 별거 중이기 때문인지 밝히라'고 요구했다.
 
급기야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이 정식으로 문제를 삼으면서 선거쟁점으로 떠오르는 상황에 이르렀는데, 새누리당은 '강씨를 당장 공식석상에 내놓으라'며 거의 윽박 지르기듯 박 시장을 압박했다. 
 
언론들은 더 했다. 어떤 신문은 ‘나경원의 1억원 피부과 진료를 문제삼은 박원순이 부인의 성형중독에 대해서는 왜 해명하지 않으냐?' 성형중독설을 아예 사실로 단정 지어버리도 했다.  
 
삼인성호(三人成虎)라고 했던가? 어느 틈에 실체가 없던 강난희씨의 '성형중독설'은 사실처럼 여겨지게 됐다. 지금도 사실로 알고 있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요즘 같으면 여성단체들이 난리를 쳤겠지만 그때 여성단체들은 왜 그랬는지 침묵으로 일관했다.
 
소문은 강씨가 박원순 시장과 함께 사전투표를 하기 위해 대중 앞에 나선 뒤에야 가라앉았다. 하지만 헛소문을 퍼뜨렸던 조중동과 새누리당의 사과는 없었다. 박원순 시장이 유명을 달리한 뒤에도 그의 잘못을 비난할 줄 알았지 그에게 진 빚을 청산하지는 않았다. 
 
최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부인 김건희씨 관련 보도가 세간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대학원 재학시절, 서울 강남 라마다르네상스 호텔에서 열리는 사회 저명인사들의 술자리에 참석했고 마치 접대부와 같은 일을 하지 않았느냐는 의혹인데, 윤 후보 측은 절대 아니라고 부인해 왔지만, 마침내 김건희를 그 자리에서 만났다는 사람까지 등장했다. 
 
그는 97년 라마다르네상스 호텔 조남호 회장의 초대로 호텔 6층에 있는 비밀스런 연회장서 김씨를 만났으며, 김씨는 다른 여성과 함께 그 자리에 왔다. 6층의 비밀 연회장은 100여평 되는 공간에 술과 유흥을 즐길 수 있는 준비가 돼 있었고 조 회장이 초대한 특별한 손님들만이 그 곳에 갈수 있다고 했다.
 
‘줄리’라는 예명에 대해서도 설명했는데, ‘7월’이라는 뜻의 July가 아니라 ‘보석’이라는 뜻인 Juwelry(주얼리)가 줄어 들어 ‘줄리’가 됐다고 말했다.
 
윤석열 후보 측에서는 펄쩍 뛰면서 ‘사실이 아니다’고 항변하고 있고,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열을 올리는 모양새다. 실제로 고발도 한 모양이다. 하지만 김씨가 직접 나올 계획은 아직 없는 것 같다. 
 
‘국모를 뽑는 선거가 아니다(이수정)’ ‘원래 나서는 성격이 아니다’ ‘후보 아내보고 투표하나(권성동)’ 등 김씨를 더욱 숨기려 하는 듯한 말만 나오는 것을 보면 적어도 한동안은 김씨가 대중 앞에 설 일은 없을 것 같다.  

대통령 선거는 국모를 뽑는 선거가 아니다. 대통령 후보의 정책을 봐야지 아내를 보고 투표할 것도 아니다. 게다가 후보의 배우자를 자꾸 밖으로 나오라고 요구할 권리가 누구에게 있는 것도 아니고 공직후보의 배우자에게 그런 의무를 강요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쯤에서 내로남불이라는 유행어를 생각 안할 수 없다. 쉽게 말해 국민의힘이 지금까지 어떤 짓을 해왔었느냔 말이다. 

앞서 서술했던 박원순 시장 부인의 경우는 극히 일부의 예일 뿐이다. 박 시장 아들의 경우는 공개 신체검사만 세 번을 받았는데도 아직까지도 공개신검을 받으라고 요구하는 미친 작자들이 설친다. 모두 국민의힘 등 극우정당 지지자들의 행태다.
 
지난 대선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를 끝까지 물고 늘어졌고, 나중에는 딸 다해씨, 나중에는 손자, 손녀의 병원 진료 문제까지 시비거리로 삼았다. 그랬던 국민의힘이 이제와서 왜 딴소리를 하나?

그 밖에도 예를 들자면 숱하게 많다. 가족은 건드리지 말자는 말도 있건만 오히려 가족을 건드려 선거를 아사리판으로 만드는데 일조하기 일수다. 
 
그 뿐인가? 조국 前장관의 경우는 어떠한가? 가족들끼리 나눈 단체대화방 메시지까지 모두 공개되어야 했고, 온 가족의 일생이 국민 앞에 낱낱이 드러나야하는 수모를 겪지 않았나? 그일을 지시하고 감독한 사람이 바로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후보다.
 
그런데, 이제와서 윤석열 후보는 왜 도망가는가? 국민의 힘은 왜 '후보의 가족은 어쩌구'하며 딴소리를 하는가? 상대방에게 요구했던 것을 되돌려 받을 때가 되니 슬그머니 꽁무니를 빼는 모습이 매우 치졸하고 비겁하다고 생각되지 않는가?

국민의힘이야 그렇다치고 서슬퍼런 박근혜 정권 앞에서도 당당하던 검사, 윤석열 후보는 좀 달랐으면 좋겠다. 조국 前장관에게 요구했던, 아니 조국 前장관의 부인과 그 자녀들에게 요구했던 도덕 수준은 그 대로 당신의 부인과 장모에게 요구된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아니 그 이상이 요구된다.

만약 그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스스로 결단을 내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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