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수사 망친 검찰, 타개책 마련에 골몰... '특검' 발동되면 치명상

김민성 인턴기자 입력 2021-12-06 18:08 수정 2021-12-06 19:01
  • 곽상도 영장기각 치명상, “범죄혐의 소명 부족” 영장기각 사유에 상흔 깊어

  • 檢, 영장 재청구 방침... 발부 가능성 두고 부정적 시선

  • 정치권 특검 논의 가속 가능성, 도이치 모터스 등 주요 사건 줄줄이 특검 우려

지난 1일 법원은 곽상도 전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사진=연합뉴스]

[아주로앤피] 대장동 비리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수사팀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있다. 그전부터 수사팀의 수사력이나 과거 이력을 두고 의구심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었지만 결정적인 것은 곽상도 국민의힘 소속 前국회의원의 구속영장이 기각이다. 검찰은 보강 수사를 통해 구속영장 재청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윗선’에 대한 수사로 나아갈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는 싸늘한 시선이 대부분이다. 

지난 1일 서울중앙지법(서보민 영장전담 부장판사)은 검찰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 혐의로 청구한 곽 전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곽 前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은 검찰수사팀에 치명적 한방을 먹였다. 무엇보다 기각이유가 남긴 상흔이 깊었다.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고 "구속 사유 및 필요성·상당성에 대한 검찰의 소명이 부족하다”는 것인데, 쉽게 말해 검찰의 수사가 부족하다는 의미로 읽힌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 됐다. 당장 곽 前의원의 구속영장 재청구를 위해 보강 수사에 들어갔다.

문제는 국정농단과 사법농단, 조국사태 등을 거치면서 주요 사건들에 대한 법원의 영장 발부기준이 상당히 높아졌다는데 있다. 과거 같으면 영장이 나오고도 남았을 사안에 대해서도 법원이 본안심리에 준할 정도의 강력한 입증을 요구하는 경향이 생겼다는 것이다. 자칫 검찰이나 수사팀이 져야할 정치적 부담을 법원이 떠안는 누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도 읽힌다. 
 
‘아들 퇴직금 50억원’만해도 곽 前의원 아들에게 그 큰 돈을 건냈다는 것 자체가 과거에는 구속영장을 내줄 충분한 근거가 됐지만, 이번에는 그 돈이 곽 前의원과 연관성이 있다는 증거를 내놓으라는 식으로 강력한 입증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적어도 하나은행 김정태 회장과 곽 前의원이 어떤 관계인지 50억원이 무엇에 대한 대가인지, 그 돈이 정말 하나은행과 관련있는 돈인지, 또 청탁은 어떤 경로를 통해 해결이 됐는지 대략의 얼게는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재판부의 추궁이 이어졌다.

하지만 검찰은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 하나은행 측 관계자에 대한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김정태 측에 대한 조사는 아예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애시당초 영장은 꿈도 꾸기 어려웠던 셈이다. 
 
◆검찰, 영장 재청구 땐 다를까?
 

국민의힘 박영수 의원이 공개한 '50억 클럽'명단[사진=연합뉴스]

영장 기각 다음 날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과 수사팀장인 김태훈 4차장검사가 김오수 검찰총장을 찾아가 수사 상황과 향후 사건 처리 방향 등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이 ‘소명 부족’을 이유로 곽 前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자 수사 지휘라인이 모여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쪼개기 회식 논란’ 등 검찰 안팎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곽 전 의원의 영장까지 기각되면서 로비 의혹 수사는 큰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대장동 수사팀은 유동규 前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 본부장과 대장동 유착 의혹 수사에만 두 달이 넘는 시간을 썼다. 하지만 아직도 ‘윗선’에 대한 수사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최근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 공수처의 수사력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사실상 경쟁관계이자 대응관계에 선 검찰 역시 수사력 부재라는 고질병을 드러낸 상황이 된 셈이다.  수사가 계속 지지부진 할 경우 정치권에서는 거론되는 '특검'이 현실화될 수 밖에 없어 검찰로서는 고심이 깊다.
 
◆검찰에겐 뼈아플 '특검'
앞서 지난달 15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대장동 논란 의혹 특검과 관련해 “이재명이든 윤석열이든 하나은행이든 누구든 가릴 것 없이 엄정하게 있는 그대로 수사해야 한다”며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안하면 당연히 특별검사를 통해서 진상을 규명하고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해 특검 가능성을 열어뒀다.
 
또한, “(검찰 수사가)매우 미진하다는 생각을 떨쳐버리기 어렵다”며 “최초 자금조달단계에서 부산저축은행 대출비리가 있었는데 당시 주임 검사였던 윤 후보가 알면서도 입건하지 않거나 무혐의 처분해 토건비리의 토대를 만들었다는 점을 전혀 수사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서는 특검이 검찰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또 대장동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도이치모터스 사건 등 검찰에서 주물럭댔지만 아직 성과를 내지 못한 다른 사건들까지 줄줄이 특검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검찰 내부에서도 이 점을 의식하고 있어 어떻게든 곽 전 의원의 영장을 발부받아 신병을 확보하고 수사에 속도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추가 수사를 통해 곽 前 의원의 혐의를 다진 뒤 구속영장 재청구를 검토할 계획”이라며 “앞으로의 수사를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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