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노무현재단의 계좌를 추적한 것이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계좌 내역을 조회하고 '금융정보 제공 통지유예'를 요청한 것도 사실로 확인됐다. 2019년 2월 검찰이 모 국회의원(손혜원 前의원으로 추정)에 대한 수사를 벌이면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노무현재단 계좌까지 들여다 봤다는 것이다.
◆유시민, '남부지검이 계좌조회, 통지유예 요청' 은행 확인서 제시
어제(18일) 오후 서울서부지법 형사7단독 재판부(지상목 부장판사)는 '라디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유 前이사장에 대한 제2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유 前이사장의 변호인은 지난 1월 국민은행이 발급한 확인서를 증거로 제시했다.
변호인은 '신라젠과 관련된 것은 아니'라면서도 “이 확인서는 국민은행 서강지점장 명의로 '2019년 2월 영장 집행이 있어서 (노무현재단의) 금융정보를 서울남부지검에 제공했고 이를 6개월 유예 후 통지했다'는 것을 확인하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7월 서울남부지검은 노무현재단 요청에 "신라젠 사건과 관련해 노무현재단의 국민은행 계좌에 대해 금융정보 제공 요청 및 통보유예 요청을 한 사실이 없다"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채널A등 다른 언론들도 "유시민과 그 가족, 노무현재단 등에 대한 계좌추적은 없었다고 검찰이 밝혔다"라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확인서로 당시 검찰이 진실을 숨기고 마치 계좌추적 자체가 없었던 것처럼 거짓말을 공표했고, 언론 역시 별다른 검증없이 검찰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써 집단오보를 내고 말았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금융계좌 거래정보 제공 통보유예'는 계좌 거래내역을 국가기관에 제공했다는 사실을 금융기관이 즉각적으로 계좌주에 통보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다. 검찰이 신라젠 사건이 아닌 다른 사건과 관련해 노무현재단의 계좌 정보를 조회했다는 사실은 향후 재판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변호인은 “신라젠 수사 관련이 없더라도 검찰이 2019년 12월 전에 노무현재단에 대한 금융정보 제공 통지유예를 요청한 사실이 있었는지 관련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고 요청했고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검찰은 당시 계좌조회의 근거가 된 압수수색영장 등의 자료를 재판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 압수수색영장에 어떤 내용이 담겨있는가에 따라 향후 재판의 향방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논란에 대해 손혜원 열린민주당 의원은 SNS를 통해 "(검찰이)제 계좌를 보면서 노무현재단 계좌를 조회했다고 한다"며 "범죄자와 다를 바 없다"고 분개했다.
손 의원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검찰 측에서 내 계좌와 노무현재단의 계좌를 같이 조회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며 "도대체 어떤 이유로 내 계좌와 노무현재단의 계좌를 같이 조회했는지 궁금하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이 '신라젠 수사 관련'이라는 조건을 붙여 당시 계좌조회를 덮으려 했다는 사실은 매우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검찰의 불법사찰' vs '허위사실 명예훼손'
앞서 지난 2019년 12월 유 전 이사장은 자신의 개인방송을 통해 "서울중앙지검으로 추측되는 곳에서 노무현재단 계좌를 들여다봤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7월 2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동훈 검사가 있던 반부패강력부에서 (계좌를) 봤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론했다. 재단의 계좌정보 제공 사실을 은행에 요청하자 통보유예 조치가 걸려있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이러한 조치는 검찰이나 경찰 등 수사기관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지난해 8월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는 한 검사와 검찰 관계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유 전 이사장을 고소했다. 또 지난 5월 초 서울서부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박현철)는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유 이사장을 기소했다.
한편 한 검사는 내년 1월 27일 오후 2시에 열리는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이미 지난달 입장문을 통해 "피해자이자 증인으로 출석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자리에서 한 검사에 대한 검사 측 심문 40분, 피고인 측 심문은 1시간 30분 이상 예정돼 있어 치열한 공방전이 예상된다.
지난 3월 한 검사는 유 전 이사장을 상대로 허위사실유포에 대한 진상공개촉구와 함께 5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해당 소송은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 중이다.
'국민은행 확인서'와 관련해 한 검사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계좌추적이 아니라 ‘CIF(고객정보파일·Customer Information File)’를 조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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