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사주 의혹' 수사 신속하라던 尹…'김웅-조성은' 통화내용 나오니 '수사 지연' 전략

안동현 기자 입력 2021-10-27 18:02 수정 2021-10-27 18:02

강원 토론회 참석한 윤석열 후보 (춘천=연합뉴스) 

[아주로앤피]

‘고발사주 의혹’을 조속히 수사하라며 목소리를 높이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수사 지연’ 전략을 쓰며 태세전환에 나섰다. 윤 전 총장은 지난 9월 고발사주 의혹이 첫 보도된 이후 “질질 끌지 말라”며 신속한 수사를 촉구했다. 그러나 최근 '김웅-조성은' 간 녹음파일이 공개되면서 수사 흐름이 바뀌자 윤 전 총장 측은 공수처의 수사가 부당하는 등 자신의 입장을 뒤바꾸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고발사주 의혹 수사를 야당 경선 날짜인 11월 5일 이후로 늦추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지난 9월 2일 언론을 통해 윤석열 現국민의힘 예비후보가 총장이던 시기, 대검찰청이 조직적으로 여권 정치인과 특정 언론인에 대한 사주를 했다는 사실이 폭로됐다. 이에 다음날 3일부터 윤 전 총장은 관련 의혹을 부인하면서 “증거를 대라”고 주장했다.

한편 윤 전 총장은 김웅 現국민의힘 의원이 조성은 고발사주 의혹 제보자에게 보낸 텔레그램 자료에 등장한 손준성 검사에 대해선 “손준성 검사가 이런 걸 했다는 자료라도 있습니까”라고 항변했다.

더불어 윤 전 총장 캠프의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조작인지 아닌지는 수사라든지 검찰 감찰 과정을 통해 밝혀질 것”이라면서 ‘고발 사주’ 의혹이 친여 세력에 의해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나서기도 했다. 이어 김경진 前국민의당 의원(現윤석열캠프 언론특보)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무죄라고 주장하는 세력들이 (고발사주 의혹을) 조작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검찰은 제보자 조성은씨가 고발사주 의혹을 조작한 점이 없다는 것을 밝혔지만 윤 전 총장 측의 음모론은 멈추지 않았다. 9월 12일 조씨가 직접 언론에 나서 고발사주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히자 윤 전 총장 측은 조씨가 박지원 국정원장과 특수한 관계였다고 주장했다.

조씨의 인터뷰가 있던 당일, 장제원 의원은 “박 원장과 그의 ‘정치적 수양딸’인 조씨가 유력 야당 주자를 제거하고자”한다며 제보자 조씨의 제보가 ‘특수한 정치적 목적’에 따른 것이라는 취지의 비난을 가했다.

조씨와 김웅 의원 간 통화녹음 파일이 공개됐을 때도 윤 전 총장 측은 한결같이 떳떳함을 주장했다. 조성은-김웅 간 통화 내용 안에는 “제가 가면 윤석열이 시켜서 한 것이다” “남부지검에 내랍니다. 남부 아니면 조금 위험하대요” 등의 내용이 등장했다. 이에 윤 전 총장 측은 “야당 경선 시기에 맞춰 ‘악의적인 짜깁기’를 통해 대화 내용을 마음대로 해석해 거짓 프레임을 씌웠다”고 했다.

이처럼 줄곧 자신의 무고함을 강조하면서 신속한 수사를 촉구했던 윤 전 총장 측의 입장은 23일 공수처가 손준성 검사에 영장청구를 하면서 ‘수사 지연’으로 급격히 선회했다. 공수처가 김웅 의원 텔레그램에 등장하는 손 검사를 직권남용,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으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 입장 변화의 분기점이었다.

공수처의 영장 신청 사실이 공개되자 윤 전 총장 측은 공수처가 정치에 개입한다면서 “11월 초에 조사받겠다고 하는 관계자들(손준성 검사, 김웅 의원)을 10월 말에 조사하는 이유는 하나밖에 없다”며 “야당 경선 직전에 확인되지 않은 내용들을 언론에 흘려 영향을 미쳐보겠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같은 급격한 입장 변화는 ‘김웅-조성은’ 녹음파일의 공개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인 물증이 나온 시점에서 윤 전 총장은 자신이 11월 5일 대권후보가 될 수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두며 고발사주 의혹 수사를 최대한 지연시키려는 계산을 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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