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변호인은 '증언의 신빙성'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1심에서 2심으로 넘어가며 김 전 차관에게 준 뇌물을 줬는지에 대해 증언을 번복한 증인 최 씨를 재판에 다시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 전 차관 측은 "이미 검찰에 2번이나 조사받고 사전 면담한 사람이 다시 법정에서 '회유·압박받았다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최씨의 증언이 이미 오염된 것이라고 일축했다.
서울고법 형사3부(박연욱 김규동 이희준 부장판사)는 2일 오전 11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차관의 파기환송심 공판을 열었다.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과 함께 보석으로 석방된 김 전 차관은 이날 불구속 상태로 법정에 출석했다.
김 전 차관은 1심에서 무죄, 2심에서는 일부 혐의 유죄가 인정돼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후 대법원은 지난 6월 건설업자 윤중천 씨와 관련한 성 접대 의혹과 뇌물수수 혐의는 원심 판단인 무죄나 면소를 확정했지만, 건설업자 최모씨가 제공한 4300여만 원의 뇌물 혐의에 대해선 다시 심리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는 당초 김 전 차관에게 뇌물을 준 사실을 인정하지 않던 최씨가 2심 증인신문을 앞두고 수사기관에서 사전 면담을 한 뒤 돌연 입장을 바꿨기 때문이다. 대법의 파기환송은 2심 당시 검찰 측 증인이었던 최씨가 검찰 사전면담 후 진술을 번복해 뇌물을 줬다고 증언한 점을 두고 '증언의 신빙성'을 다시 확인하라는 취지다.
이날 김 전 차관 측 변호인은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 취지는 최씨의 진술의 신빙성 오염됐다는 것이다"며 "오염된 증인을 다시 불러 심리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최씨가) 오염되지 않았다는 다른 객관적 증거를 검찰이 입증하시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변호인은 "대법원의 판결 취지는 간단하다. 최 씨의 증언이 오염됐다는 것이다"이라며 "검찰이 증인신문 전 (사전 면담에서) 증인에게 물어보는 것은 기억을 명확하게 하기 위한 것이지만, 항소심에서 다시 소환된 증인이 1심과 다른 증언을 했다"고 지적했다.
또 변호인은 "이미 검찰은 2차례 증인신문 전 최씨를 면담했고 그 과정에서 조서 내용을 보여주는 등 여러 사정을 보면 회유·압박 의심이 충분히 든다는 것이다. 대법원의 취지에 따르면 증인을 불러 물을 것이 아니라 당시 '최씨에 대한 사전면담에 회유·압박이 없었다'는 것을 검찰이 입증하지 못하는 이상 다시 최씨를 증인으로 부르는 것은 문제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변호인은 "이미 검찰에 2번이나 조사받고 사전 면담한 사람이 다시 법정에서 '회유·압박받았다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검찰 측이 사전면담과 관련한 객관적인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증언의 오염 가능성을 전면 부인하며 "언론 보도 등을 보면 마치 증인 사전면담 자체가 위법하다는 걸 전제로 한 것처럼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법적 근거하에 이뤄진 일이다"라며 "뇌물 공여자를 상대로 검찰에서 요구하는 답을 준비하는 건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은 검찰도 알고 있고, 그런 일도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대법원은 '(증언이)오염됐다'고 판단한 적이 없고, 오염됐는지를 살펴보라는 것"이라며 "검찰이 회유·압박을 하려면 어떠한 유인이 있어야 하는데, 증인은 공소시효 만료로 기소도 안 됐다. 대법원이 당사자인 증인을 부르지도 않고 증언을 문제 삼아 (파기환송 결정을 한 것은) 이례적 판결이다"라며 재판부에 최씨를 파기환송심 증인으로 나와야 한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사전 면담에서 검찰의 회유·압박이 없었다는 걸 증명하고 증언의 신빙성을 살펴보려면 결국 본인의 진술이 가장 확실하다는 취지다.
이어 검찰은 최씨가 김 전 차관 항소심 판결 후 "검찰의 회유나 압박은 없었다"는 취지로 한 언론과 진행했던 지난 6월 인터뷰 기사를 참고자료로 제출했다.
양측의 의견을 들은 재판부는 검찰 측에 1심과 파기환송 전 2심을 앞두고 각각 진행된 최씨의 사전면담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음 달 7일 2회 공판기일을 열어 최씨를 재차 증인으로 부를 지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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