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원장 혈투' 왜?…열받을 만큼 중요한 '법사위'의 기능·역할

  • 23일 여야의 합의로 법사위원장 야당에 넘기자 다수 민주당원들 분노 표출
  • 법사위원장은 '개혁 입법' 좌우할 요직
  • 정권가리지 않고 야권의 여당견제 장치 '법사위원장' 자리…법사위 기능 제한두는 개정안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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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7-26 14:40
수정 : 2021-07-26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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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안ㆍ상임위원장 배분 합의문 들어보이는 양당 원내대표[사진=연합뉴스]


여야 간 갈등의 쟁점이던 ‘법사위원장’ 배분 문제가 합의되면서, 그간 여당을 괴롭히던 '거대여당 독주'라는 프레임이 깨졌다.  23일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와 국민의 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법사위원장을 여야가 2년씩 번갈아 맡기로 합의해, 내년 6월부터는 국민의힘 출신이 법사위원장을 맡게 됐다.

야당은 신이 난 모습이지만 여당인 민주당 내에서는 격렬한 반발이 폭발하고 있다. 특히 강성 민주당원들은 ‘개혁을 포기한 것’이라며 당 원내지도부에게 집단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분노를 감추지 않고 있다.
 
법사위장, 본회의 길목에 버티고선 '요직'

민주당 내에서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의 위원장인 ‘법사위원장’을 야당에 넘기는 것을 두고 ‘개혁을 포기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법사위의 지위와 기능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법사위는 국회의 원(院) 구성 협상 과정에서 여야가 가장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는 자리 중 하나였다.

‘원 구성’은 국회 내 교섭단체의 자격(20석 이상)을 갖춘 정당들이 국회 내 여러 상임위원회와 소위원회에 의원들을 배분하고, 각 위원장을 선출하는 일을 말한다. 각 상임위는 해당 전문분야에 대한 법안을 심의 및 심사하는 기능을 통해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돼 의결될 가치가 있는지 판단한다.

그런데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이라고 해서, 바로 본회의에 상정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법안들은 법사위를 거쳐 법안의 ‘체계(體系)와 자구(字句)’에 대해 더 심의를 받아야한다. 이처럼 법사위는 모든 법안들의 길목에 서있다. 해당 안건을 가결해 본회의로 넘기는 권한은 법사위장에게 있기에, 법사인장이 누구인가는 정당의 입법 성과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미친다. 취지가 좋은 ‘개혁법안’이더라도 법사위원장이 이를 극구 반대한다면 법안 통과는 지체되거나 가로막힐 수 있다.
 
여상규 前의원이 입증한 법사위원장의 ‘월권 가능성’

지난해 12월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비로서 공수처는 본격적으로 발족할 수 있었다. 당시 야당인 국민의힘은 법사위 안건조정위원회(조정위)를 여는 등 공수처법 개정안 통과 저지를 위해 전력을 쏟았지만, 이들의 공세는 불발될 수밖에 없었다. 당시 법사위 조정위에서 여당 측의 의원수가 더 많았고, 당시 법사위원장이었던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를 지체 없이 본회의로 상정시켰기 때문이다.

반면 2019년 여상규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이 법사위원장이던 시절, 민주당의 ‘개혁 입법’은 난항을 겪기 일쑤였다. 여 전 의원은 민주당이 추진한 비례대표 선거법·공수처법에 대한 강한 반대 의지를 피력했고, 이에 민주당과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은 연대해 두 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려 가까스로 통과시켰다.

앞서 같은 해 6월 여상규 전 의원은 “각 상임위원회가 한국당과 합의 없이 처리한 법안은 해당 상임위로 회부하고, 아니면 법사위에서라도 여야 합의 처리하겠다”고 밝혀, 법사위원장이 월권을 한다는 논란을 일으켰다. 국회법 제86조 1항은 법사위 회부된 법률안에 대해 “체계와 자구를 심사하라”고 했을 뿐, 법안의 취지나 내용, 절차를 따져 물을 권한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윤호중, “법사위의 기능 체계, 자구에 국한하도록 하겠다”

민주당이 야당으로 법사위원장을 맡았던 시절에는, 역으로 민주당이 법사위 기능을 통해 과거 새누리당 및 한국당의 입법 활동을 분주히 견제했다.

2013년 12월 31일에는 여야가 합의한 외국인투자촉진법을 당시 박영선 민주통합당 소속 법사위원장이 6시간가량 막아서서 예산안 처리가 이듬해로 넘어갔다. 2015년 5월에는 당시 이상민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위원장이 57개 법안에 대해 전자 결재를 거부해 안건이 본회의에 올라가지 못하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처럼 여야를 막론하고 법사위의 칼을 갖고 있는 정당은 이를 상대 정당이 주력하는 법안을 가로막는 도구 사용해왔다. 각각의 상임위서 합의됐던 모든 법안은 법사위로 넘어가고, 법사위원장은 이를 객관적인 법률적 관점이 아니라 본인의 정치적 시각과 목적에 따라 통과를 추진하거나 방해한다. 이와 같은 이유로 법사위는 국회의 ‘실질적인 상원’ 또는 ‘상왕’의 역할을 한다고 비판받아 왔다.

이에 윤호중 원내대표는 23일 법사위가 이처럼 국회 정국의 뇌관으로 역할하는 것을 방지하는 개정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윤 원내대표는 법사위원장을 야당에 넘기도록 합의하는 대신 △법사위 기능을 체계·자구심사에 국한 △법안 심사 기간을 120일에서 60일로 단축하도록 국회법을 개정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일하는 국회법’이라는 이름으로 체계·자구 심사 기능을 외부 기관으로 이관하는 법을 발의하기도 했지만, 야당의 반대와 국회의 입법 기능 약화 논란에 부딪혀 이 같은 합의안을 도출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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