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檢 7년 구형, 정경심 "2년간 가족의 삶 곤두박질"

송다영 기자 입력 2021-07-13 09:05 수정 2021-07-13 13:59
  • 檢 "우리 사회 공정과 신뢰 등 훼손한 범죄"

  • 정 교수 측 "실패한 입시, 실패한 투자까지 처벌하나"

  • 정 교수 "남편 법무부 장관 지명 이후 가족들 삶 곤두박질쳐"

  • 2심 선고 다음달 11일로 예정

정경심 동양대 교수. [사진=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항소심이 마무리됐다. 정 교수는 최후 변론에서 "딸이 엄마를 이용한 게 아니라 내가 딸을 (교육사업에) 이용한 것"이라며 눈물을 보였다.

서울고법 형사1-2부(엄상필·심담·이승련 부장판사)는 12일 오후 정 교수의 항소심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결심공판은 검찰과 피고인 양측의 최후 의견을 확인하고 변론을 종결하는 절차로 검찰이 형량에 대한 의견을 밝히는 구형이 이뤄진다.
 
檢, 1심과 같은 징역 7년 구형···"'과잉 수사' 비난은 정치적 선동"
검찰은 최후변론에서 정 교수에게 징역 7년을 구형하며 벌금 9억원과 1억6000여만원의 추징 명령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는 검찰이 1심에서 구형한 것과 같은 형량이다.

검찰은 "우리 사회의 공정성과 신뢰, 법치주의 가치를 훼손한 범죄로 이러한 가치를 재확립하기 위해선 피고인(정경심)에게 상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거짓의 시간' '불공정의 시간'을 보내고 '진실의 시간' '공정의 시간'을 회복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밝혔다.

또 "입시비리 혐의 등은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거나 노력에 비해 과도한 급부를 받는 불로소득을 얻은 범행"이며 "펀드 비리는 조국의 민정수석 지위를 이용한 전형적인 고위층 비리"라고 지적했다.

한편 검찰은 최후변론에서 정 교수에 대한 '과잉 수사'라는 일부 의혹 제기에 부인성 발언을 하는 데 20여분가량을 할애하기도 했다. 검찰은 "공권수사에 대해 '먼지털이식 수사'라며 비난성 주장을 하는데 그와 같은 견해를 살피면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정치적으로 보인다는 선동밖에 없다"며 "표창장을 위해 70회 압수수색을 했다며 공적 수사에 대한 비난이 있었으나 단순히 숫자가 많다는 이유로 과잉됐다고는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은 "이번 사건은 시민사회에서 권력자 비리 의혹을 제기함에 따라 수사권이 발동됐다는 점에서 '국정농단'과 유사하다"며 "이 사건도 국정농단 사건과 동일 기준에 따라 엄정 수사했고, 만약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권력 해바라기'라는 비난을 받았을 것"이라고 했다.
 
정 교수 측 "실패한 입시, 실패한 투자까지 형사적 처벌한다는 것에 의문"
정 교수의 변호인은 최후변론에서 “이 사건은 ‘조국 표적수사’였다”며 “통상적인 기준으로는 기소되지 않았을 실패 입시와 실패 투자는 물론 작은 부분도 뒤져서 기소했고 스치기만 해도 공범이라는 관점으로 기소하고 (사건을) 확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변호인은 최후 변론에서 "서울대 의전원은 불합격해서 위험이 현실화되지 않았고 부산대 의전원은 표창장 외 제출된 증빙자료가 없다"며 "단순히 스펙이 과장됐다고 해서 자소서 작성 등에 관여한 바 없는 피고인에게 과도한 책임을 묻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 혐의에 대한 변론에 앞서 검찰의 태도를 지적했다. 변호인은 "검사의  구형과 관련해 많은 내용들이 ‘공적 지위 오남용 사건’ ‘권한 남용’ ‘조모씨(5촌 조카)에게 특혜를 줬다’ 등의 표현들이 전반적으로 담겨져 있다. 또 부정부패, 권력남용, 국정농단 사건과의 비교 등이 있었기에 말씀드린다"며 "(검찰의) 언급이 사건의 실체와 관련없는 주장이 아니라면, 도대체 조 전 장관이 사모펀드와 관련해 언제, 누구에게, 어떠한 권한을 행사했기에 그런 표현을 쓰시는건지 저희로선 납득이 안 간다"고 허점을 파고들었다.
 
이어 변호인은 "장외 매수한 주식 부분은 이익실현이 되지 않아 결과적으로 실패한 투자로 결론났다"며 "실패한 투자까지도 왜 형사적으로 파헤쳐 처벌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정경심 "동영상 속 학생 내 딸 맞아···2년 동안 가족에게 엄청난 비난 쏟아져" 눈물
정 교수는 최후진술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온 가족이 지옥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며 2년을 보냈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지난 2019년 8월 배우자가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된 뒤 삶은 단 한번도 상상해 본 적 없는 상황 속으로 곤두박질쳤다”며 “구속-석방-재구속으로 연결되는 두렵고 충격적 상황이 숨쉴 틈조차 없이 계속됐고, 방어에 안간힘을 썼지만 방어를 위한 행동마저 범죄가 됐다”고 토로했다.
 
딸 조민씨의 참석여부가 논란이 됐던 2009년 5월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세미나에 대해선 "동영상을 보고 바로 제 딸이라는 것을 확신했다"며 "어떻게 엄마가 딸 얼굴을 모르겠나. 딸은 심지어 내게 '내가 나라고 하는데 안 믿으면 뭐라고 증명하겠나'라고 하더라. 착용한 안경태 모양, 당시 유행하던 헤어스타일, 연필 쥔 모양까지 내 딸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차명으로 주식을 매수한 혐의에 대해서도 “저와 제 동생은 매수한 걸 한번도 청산하지 않았다. 장기 보유 목적으로 샀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동양대 표창장 위조 혐의에 대해선 "영어강좌를 개설하려는데 보조인력이 없어서 애태우던 상황에서 마침 귀국한 딸이 영문기사 스크랩 등 수업업무를 보조했고 이를 알게 된 동료 교수의 건의에 따라 표창장이 발급됐다. 지방대의 경우 그나마 유입력이 있는 건 총장 명의의 증서나 표창창이었다. 외부인이 사업에 참여한 경우 표창장을 발급하던 게 (당시) 현실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교수는 "딸이 엄마를 이용한 게 아니라 제가 딸을 이용한 건데 지금 와서 이런 시련과 고통을 안기다니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하고 골백번 후회하고 있다"며 흐느꼈다.

이어 “성탄절을 앞둔 지난해 12월 23일 법정 구속돼 독방에 다시 갇혔고 저와 제 가족에게는 엄청난 비난이 쏟아졌다”며 “제 삶의 가장 소중한 부분이 하루아침에 무너졌고 구치소 독방에 앉아있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했다. 이 재판을 통해 억울함이 밝혀지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날이 오기를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결심공판은 시작된 지 약 6시간여 만인 오후 8시 25분에 끝났다. 재판부는 정 교수의 항소심 선고기일을 오는 8월 11일로 정했다. 정 교수의 구속기간은 8월 22일까지로, 구속 상태에서 항소심 선고를 받게 됐다.

앞서 정 교수는 딸의 입시 비리 혐의와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 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 관련 일부 혐의가 1심에서 유죄로 인정돼 징역 4년과 벌금 5억원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정 교수가 동양대 총장 명의의 표창장 등을 위조해 딸의 입시에 이용한 혐의, 2차 전지업체 WFM 관련 미공개 정보를 미리 확보해 이득을 본 혐의 등을 유죄로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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