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산책] 징계성 전직의 유효성 판단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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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별 변호사
입력 : 2021-06-26 09:00
수정 : 2022-06-04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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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의 직무내용이나 근무장소를 변경하는 인사조치인 전직은 인력을 사업 목적에 적합하게 배치하기 위한 목적으로 정기적 인사이동의 일종으로 실시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인사명령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으로 인정되어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 상당한 재량을 가진다. 따라서 전직처분은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기타 징벌을 하지 못하도록 명시한 근로기준법에 위배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등의 사유가 없는 한 그 효력이 인정된다. 전직처분의 정당성은 업무상 필요성과 근로자의 생활상 불이익의 비교형량, 근로자 혹은 근로자가 속한 노동조합과의 협의 등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에 따라 달리 판단된다. 이러한 요소가 일반적인 전직의 판단기준이다.

그런데 전직이 징계의 일환으로 행해진 것이라 하더라도 위와 같은 판단기준이 적용될까. 대법원은 징계의 일환으로 행해진 전직은 다른 판단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직이 징계의 일환이라면, 단체협약 등에서 정한 징계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것이다.

[징계절차의 일환으로 행한 전직명령]

대형버스 노선을 운영하는 A사는 2018년 4월, 새로운 버스노선을 준공영제로 운영하게 되면서, ‘1일 2교대제, 신체 건강한 사람(중도귀가, 무단결근 일체 불허)’라는 내용으로 위 노선에서 근무할 운전기사를 내·외부에서 모집하였다. A사에서 2013년 12월 부터 격일제 기사로 근무하던 B는 새로운 노선에서 근무하도록 발령을 받았다. 이에 B는 새로운 노선에서 근무하던 중, 2018년 5월경 버스를 1회 운행한 후 ‘배탈, 설사로 조퇴 신청한다’는 중도귀가신청서와 ‘개인사정으로 2일간 결근한다’는 내용의 결근계를 제출한 다음 2일간 출근하지 않았다. 이를 이유로 A사는 2018년 6월 B에게 종래 근무했던 노선에서 근무하라는 내용의 전직명령을 하였다. 이에 B는 자신에 대한 전직이 부당하다는 내용의 구제신청을 하였고, 결국 소송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B에 대한 전직이 징계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B에 대한 전직명령이 징계에 해당하고, A사의 단체협약 등에 징계대상자에게 소명할 기회를 부여하도록 되어 있는데도 사용자가 이러한 징계절차를 위반한 경우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법원은 A사의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을 살펴보았다. A사의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은 '무단결근 연속 2일'을 감봉에 처할 수 있는 징계사유의 하나로 정하면서 전직을 감봉 대신 선택할 수 있는 징계로 명시하였다. 또한 모든 징계는 근로자에게 소명의 기회를 주어야 하며, A사가 이를 위반한 경우 그 징계는 무효라는 점을 규정하였다. 또한 A사는 B에 대한 전직명령의 이유가 ‘무단결근 연속 2일’이라는 점을 밝혔다. 이에 법원은 A사가 B에게 행한 전직명령은 단체협약에 명시된 징계처분 중 하나라고 보았다. 그럼에도 A사는 B에게 소명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는 등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에서 정한 징계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므로,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이와 별개로 A사는 본 소송에서 B에 대한 전직명령은 업무상 필요성이 있고, B의 생활상 불이익이 크지 않으며, B가 속한 노동조합과의 협의도 거치는 등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으므로 전직명령이 유효하다는 주장도 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B에 대한 전직명령이 징계에 해당하는 이상, 징계가 아닌 인사명령에 불과함을 전제로 하는 A사의 주장은 부당하다고 보았다.

[징계의 후속조치로 이뤄진 전직처분]

사용자의 전직처분이 징계의 일환으로 이뤄진 경우, 징계의 요건을 모두 갖추었는지에 따라 그 유효성을 인정한 사례는 더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징계처분을 받은 직원이 후속조치로 전보처분까지 받는 관행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이러한 전보처분은 구체적인 징계사유에 따라 그 효력을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다. 즉, 근로자에 대한 전직처분이 징계의 후속조치라는 이유만으로 선행 징계처분의 구체적인 징계사유와 무관하게 전직명령이 모두 유효하다고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경우 사용자의 전직처분이 정당한 징계사유 없이 이뤄진 것이라면,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보았다.

전직명령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의 범위에 속한다. 따라서 그 유효성은 전직명령에 정당한 이유가 존재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그러나 전직명령이 징계의 일환이라면 반드시 징계사유가 존재하는지, 징계절차에 따라 인사명령을 하였는지 여부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 또한 법원은 사용자가 관행적으로 징계처분의 후속조치로 전직명령을 하였더라도, 징계의 정당성 판단에 관한 기준을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사진=전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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