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약 등 국제법 전문가들은 재판부가 국제법의 세계적 흐름에 역행했을 뿐 아니라 대법원 판례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판결을 내렸다고 통박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34부(김양호 부장판사)는 지난 7일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 등 85명이 일본기업 16곳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재판의 대상이 아니다'며 각하판결을 내렸다. 사실상 원고들의 패소판결을 의미한다.
재판부는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근거로 한 지난 2018년 대법원의 판례가 오류라면서 비엔나 조약에 따라 '국내법상 불법이라는 이유로 조약의 이행을 거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지난 2018년 대법원은 “일제의 불법적 식민지배에 따른 정신적 위자료에 관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한일협정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반면 이날 재판부는 “식민지배를 금지하는 국제법적 관행은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인 만큼 “피해자들의 위자료 청구권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도 단지 국내법 해석에 불과한 것”이라고 폄하했다.
즉, 식민지배가 대한민국의 입장에서는 불법이지만 국제법상으로는 불법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식민지배가 불법이라는 것을 근거로 한 대법원 판례는 잘못이라는 판결이다.
이에 대해, 국제법 전문가 이장희 한국외대 명예교수는 “(식민지 지배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명문규정은 없지만 식민지 지배가 현재 불법으로 보는 것이 국제사회의 대세”이라고 정면 반박했다. 그는 2001년 유엔에서 개최된 인종차별에 관한 국제회의인 ‘더반검토회의’에서 “21세기가 청산해야 할 과제가 바로 식민지배 청산하는 것”이라고 규정한 것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면서 “국제법의 발전도 인도주의적, 인권 존엄적인 법 쪽으로 가고 있다”며 “(이것이) 국제법 발전의 추세”라고 강조했다.
또한 송기호 국제통상전문 변호사는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헌법은 외국과 체결한 조약에 대해서 그것을 헌법보다 상위의 가치를 두는 것이 아니라 헌법 아래의 법률과 같은 효력을 부여한다”며 1965년의 한일협약은 헌법의 가치에 따라 해석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나라 헌법은 일제 식민지배가 불법이라는 것을 기본원칙으로 삼고 있다”며 헌법 조문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헌법 조문에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문구는 헌법이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원칙으로 한다는 근거가 된다.
이어 그는 “(재판부가) 식민지배의 불법성 부분에 대해서 그것이 단지 ‘유감스럽게도 국내법적 해석’이라고 하는 것은 대단히 법적으로 잘못된 판단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그는 “법관이 마치 헌법 초월적 존재처럼 판결을 내렸다”며 판결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같은 그의 주장은 ‘1965년 한일협약’을 근거로 “강제징용 관련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도 해결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식민지배를 금지하는 국제법적 관행은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는 재판부의 견해를 반박하는 것이다.
송 변호사의 주장대로 헌법이 조약의 상위법이고 1965년 한일협정에 명시된 “(청구권이)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이라는 조문이 헌법에 배치된다면 1심 재판부 선고의 법리는 미흡한 것이 된다.
한편 이장희 교수는 “65년 체제(한일협정)에서 합의된 것은 없다. ‘disagree to disagree’ 조약으로 봉합만 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는 “당시 일본은 손해배상적인 돈을 지급한 것이 아니고 한국이 경제개발하고 독립했다는 것의 축하금을 준 것이라고 자국민에게 설명했다”며 이후 “자국의 국내법을 하나도 고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1910년 강제 병합 조약을 맺을 때 자유로운 의사표시에 의해서 우리가 도장을 찍었다는 것(고종 황제의 비준)은 전부 허위이고 위조”라며 “국제법적으로 식민지배 자체가 합법이라고 하더라도 이 자체(한일병탄조약 등 일본의 식민지화 과정)가 불법적인 식민지배”는 바뀌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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