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인사 파동②]윤석열 총장과 검찰, 생사 기로에 섰다

김낭기 논설고문 입력 2020-01-10 14:27 수정 2020-01-10 18:02
  • ·'윤석열 사단' 해체 이어 여당은 '항명' 공세…윤 총장 위기 돌파 능력 시험대에

  • ·추 장관한테 꽃 보직 받은 간부들, '보은'에 취해 정권 충견 되면 검찰은 끝장

[사진=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검찰 장악' 인사로 윤석열 총장과 검찰이 생사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조국, 김기현, 유재수 관련 사건 수사를 지휘해온 검찰 간부들이 모조리 바뀌었다. 윤석열 총장을 보좌해 수사를 지휘해온 대검 반부패·강력부장과 공공수사부장, 일선에서 검사들의 수사를 지도 감독해온 서울중앙지검장 등이다. 이들 자리는 현 정권과 ‘코드’를 같이해 온 사람들로 채워졌다.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된 이성윤 법무부 검찰국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학 후배로서 현 정권 검찰 개혁의 선봉장 노릇을 해왔다. 그는 작년 9월 조국 전 장관 취임 직후 한동훈 대검 반부패부장에게 전화해 “조국 전 장관 수사와 관련해 윤 총장을 배제한 특별수사팀을 구성하자”고 제안한 사람이다. 심재철 신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은 추미애 장관 후보 인사청문준비단장을 지냈다. 추 장관과 가까운 사이일 수밖에 없다.

서울중앙지검장과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은 고위 공직자 비리 수사의 선봉장들이다. 그런데 한 사람은 조국 사건 수사에서 윤 총장을 배제하려 한 인물이고, 또 한 사람은 추미애 장관이 취임하기도 전부터 가깝게 지낸 인물이다. 이런 사람들이 윤 총장과 호흡을 맞춰서 현 정권 비리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게다가 서울중앙지검의 부장과 차장 등 중간 간부들도 곧 대거 교체될 가능성이 있다. 군대로 치면 후방 지휘 참모는 물론 최전선의 전투 부대장까지 모조리 바뀌는 셈이다. 중간 간부 인사에서도 친 정권 검사들이 중요 보직을 차지할 것은 뻔한 일이다.

앞으로 서울중앙지검장이 윤 총장을 건너뛰고 법무무 장관이나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직거래 할 수도 있다. 그러면 윤 총장은 정보에서 차단돼 수사에서 겉돌게 되고 ‘말’도 먹혀들지 않을 수 있다. 윤 총장은 ‘대검에 갇히는’ 힘 없는 검찰총장 신세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추 장관은 인사에 이어 수사팀 구성까지 통제하겠다고 나섰다. 추 장관은  9일  "검찰 직제에 없는 수사 조직은 설치, 운영해선 안 된다"며 "시급하고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장관 사전 승인을 받아 설치하라"고 대검찰청에 특별 지시했다. 윤석열 총장이 현 정권 비리를 수사하다 이번 인사로 물러난 검사들을 따로 모아 특별수사팀을 꾸리려 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도 윤 총장 압박에 가세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윤 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항명(抗命)'을 했다며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윤 총장에겐 최대의 위기다. 그가 이 위기를 어떻게 돌파해 나가느냐에 윤 총장 자신은 물론 검찰 전체의 명운이 달려 있다. 지금까지 윤 총장은 조국, 김기현, 유재수 사건 수사로 정권과 정면 대결하면서 가시밭길을 헤쳐나왔다. 앞으로도 윤 총장이  정권의 어떤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초심을 지켜가면서 새로 보직을 맡은 검찰 간부들을 통솔해 나가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윤 총장 못지않게,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사람들은 새로 중요 보직을 맡게 될 사람들이다. 서울중앙지검장,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등 고위 간부들은 물론이고 앞으로 현장 수사를 맡게 될 부장·차장검사 등 중간 간부들이 어떻게 처신하느냐에 따라 검찰은 살 수도 있고 죽을 수도 있다. 예부터 검사들은 ‘승진과 보직’에 목을 매다시피 해왔다. 승진시켜주고 좋은 보직만 주면 정권에 충성을 다했다. 그런 악폐가 쌓여 검찰이 정권의 충견으로 전락했고 국민의 불신을 받게 된 것이다.

이번에 추 장관으로부터 좋은 보직을 받게 된 검찰 고위 간부나 중간 간부들도 ‘보은 인사’에 취해 현 정권 관련 수사를 뭉갤 수 있다. 검찰 최고 사령관인 윤석열 총장보다 인사권자인 추 장관과 정권에 충성하려 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자신들은 잠시 영달을 누릴지 모르지만 검찰 조직은 영원히 죽고 만다. 반대로 보은은 뒤로하고 사회정의 실현이라는 검사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면 검찰은 진짜 ‘국민의 검찰’로 거듭날 수 있다. 이번 인사로 검찰이 죽는 길로 갈지 사는 길로 갈지는 본인들에게 달려 있다. 스스로 검찰을 죽는 길로 내몰면서 공수처 반대나 검·경 수사권 조정 반대를 외친다면 그동안 광화문 광장에 모여 검찰을 지지해온 국민들로부터도 완전히 버림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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