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용균씨 어머니, 국회서 눈물 호소…“비록 우리 아들은 갔지만”

장은영 기자 입력 2018-12-24 16:17 수정 2018-12-24 16:17
  • 김씨 母,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처리 부탁

  • 여야 "故 김씨 죽음 헛되지 않도록 노력"

태안화력발전소 청년 노동자 고 김용균 군의 어머니 김미숙 씨가 24일 국회를 방문해 정의당 이정미 대표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고(故)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는 24일 국회에서 각 당 지도부를 만났다. 김씨는 “아들이 억울하게 죽었다”면서 재발 방지를 위해 관련 법 처리를 호소했다.

김씨는 이날 국회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 “대기업이 열악하고 위험한데 여태껏 모르고 살았던 게 너무 많다”며 “이 일을 세상에 알리고, (위험하게) 일하는 아이들 다 살려야 한다. 비록 우리 아들은 갔지만 또다시 저 같은 아픔을 느끼지 않고 살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들이 억울하게 죽은 것은 정부가 죽인 것과 마찬가지 아니냐”며 “정부가 앞장서서 이런 일이 안 벌어지도록 우리 국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나라가 되길 정말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직접 가보니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위험한 사업장이었다. 어머니 말씀대로 그런 사업장인 줄 알았더라면 자식을 누가 거기에 보내겠느냐”며 “더구나 안전장치나 보호장비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 김씨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법안을 개정해서 안전장치를 마련하겠다는 것이 당 공식 입장”이라며 “다시 협의해서 가능한 빨리 법 개정을 통해 아드님의 뜻이 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김씨에게 “이런 문제를 일일이 챙기지 못한 데 대해 정당의 비대위원장으로서 책임감을 무겁게 느낀다”며 “우리 사회의 안전과 관련해서 생명의 고귀함을 알고 신경을 썼어야 했는데 정치권이 그렇게 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법 전체를 개정하느냐, 부분 개정하느냐를 놓고 국회 안에서 입장이 조금씩 다르다”면서도 “이 문제에서는 여야가 따로 없다. 우리 사회 안전성을 높이는 데 매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이번 사고는 고 김씨의 가족의 비극일 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의 큰 비극이고 산업과 노사관계의 큰 문제”라며 김씨를 위로했다.

다만 “지금이 아니면 안 되니깐 법안을 바로 통과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국회 입법 과정이 하루 이틀 만에 끝나는 것이 아니다. 한국당 차원에서 거부하면 통과가 어렵다. 어머니 뜻을 충분히 잘 알고, 우리 당 입장을 정리해보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씨는 이정미 정의당 대표와 만나 “우리가 왜 그런 일을 당해야 하는지, 나라가 왜 그렇게 만들어졌는지 정말 이해가 안 된다”며 “우리 용균이 같은 동료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표는 “12월 임시국회에서 산업안전보건법은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법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책임을 갖고 이 법이 통과되도록 노력했다”면서 “자유한국당에서 이 법이 통과되면 나라 망한다는 말을 듣고 정신을 한참 못 차렸다고 생각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어머님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이런 식으로 어깃장 높고, 법안 통과를 막는 일이 있을 수 없다”며 “2년 전에 법안 내놓고 나서 통과시키지 못해 정의당이 죄송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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