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신일철주금)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1억원씩 배상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가운데 피해자들이 실제 배상금을 받을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법조계는 “신일철주금 재산이 우리나라에 있으면 압류 등 강제집행이 가능하다”면서도 “일본에만 재산이 있으면 강제집행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30일 대법원 판결에 따라 강제징용 피해자인 이춘식씨 등 유족들은 1억원의 배상금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그러나 대법원 선고 직후 신일철주금(구 신일본제철) 측이 “한국 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힘에 따라 자발적으로 배상금을 지급할 확률은 매우 낮다.
◆신일철주금 재산 국내 있다면...압류 등 강제집행 가능
법조계에선 이번 대법원 판결에 따라 신일철주금이 국내 재산이 있는 것으로 최종 확인되면 강제집행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법률대리를 맡은 김세은 법무법인 해마루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국내 재산에는 법원을 통해 강제집행 절차로 나아갈 수 있다”며 “신일철주금이 포스코에 3%가량 지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해당 주식에 대한 집행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송기호 변호사는 “우리나라에선 신일철주금에 손해배상 금액을 집행할 수 있다. 만약 이게 불가능하다면 사법 주권이 의미가 없게 되는 것”이라며 “신일철주금이 우리나라에 채권이나 청구권 갖고 있다면 그것에 대한 압류도 가능하다”고 했다.
이호영 법무법인 삼율 대표변호사도 우리나라에서 신일철주금에 대한 재산을 강제집행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봤다. 이 변호사는 “신일철주금이 포스코 일부 지분을 가진 것으로 알려지는데 해당 지분을 압류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신일철주금은 2000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으면서 상호간 지분을 보유하기로 했다. 현재 포스코는 신일주철금 지분 1.65%를 갖고 있다. 반대로 신일철주금이 보유한 포스코 지분은 약 3.3%로 주식 가치는 7500억원에 달한다. 재산규모(7500억원)로 보면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보상하는 데 문제는 없다. 그러나 신일철주금은 해당 주식을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사들인 주식예탁증서(DR) 형태로 갖고 있어 미국 법원의 관할권이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송 변호사는 "포스코 본사가 한국에 있고, 그에 대한 일부 주주권을 신일주철금이 갖고 있는 만큼 미국에서 주식을 거래했다고 하더라도 한국 법원에 관할권이 미치는 것"이라며 "예를 들어, 미국 부동산의 경우 압류가 힘든 것이 사실이지만 주식은 주주권이 행사되는 곳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법원의 집행판결이 필요하더라도 실제 집행판결을 받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덧붙였다.
◆일본 현지 재산은 사실상 집행 어려워
신일철주금이 한국에 있는 재산을 모두 처분하면 사실상 강제징용의 손해배상 금액을 받기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 중론이다. 국제 관례상 일반 사건의 경우 양 당사자가 공정하게 소송 참여하면 상대방 국가의 판결을 존중해주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앞서 2003년 한국 대법원 격인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우라나라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피해 청구권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송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을 가지고 일본 현지에서 집행하려면 민사집행에 관한 국제조약을 따른다”면서도 “일본 내부에서 기존 판례와 반한다는 이유로 집행을 거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일본에서 강제집행을 하기 위해선 우리나라 대법원 판결 효력을 일본 법원이 인정해줘야 한다”며 “이미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기각됐기 때문에 우리나라 대법원 효력을 일본에서 인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대법원 판결이 현재 진행 중인 14건의 강제징용 피해 소송에 이정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송 변호사는 “우리나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하급심 판결에 절대적인 구속력이 있다”며 “향후 강제징용 피해 재판에도 이번 판결이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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