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산책] 동의율 잘 나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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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민 변호사
입력 : 2024-02-26 12:42
수정 : 2024-02-26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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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서영민 변호사
사진 = 서영민 변호사

부동산을 개발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토지에 대한 권리 또는 권원(權原)을 확보하는 것이다. 부동산을 개발한다는 것은 곧 토지를 변형시키고 그 위에서 건축을 한다는 뜻인데, 아무 권리나 권원도 없이 그렇게 했다가는 법을 위반하는 결과가 되어 처벌당하고 원상회복 및 손해배상 책임까지 지게 되기 때문이다. 비록 약간의 법률상ㆍ사실상 제약이 따르기는 하지만 권리 또는 권원을 확보하는 간단하고도 확실한 방법은 돈을 주고 사버리는 것이므로, 통상 개발사업가들은 토지매매자금 조달에 가장 큰 노력을 기울인다.


이처럼 비단 개발만이 아니라 부동산 관련 사업은 무엇이든 그 기반이 되는 토지가 가장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 돈이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어떠한 개발사업은 돈보다 더 필요한 것이 있기도 한데, 예컨대 재개발ㆍ재건축과 같은 정비사업에서 구역 내 기득권자인 토지등소유자들의 동의율이 그것이다. 정비사업은 현행의 통합법률인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2조 제2호 소정의 주거환경개선사업, 재개발사업, 재건축사업으로 크게 나뉘지만, 넓게는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상 재건축촉진사업이나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상 소규모주택정비사업들을 모두 아우르는 개념으로서, 사업 규모와 공공 관여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결국 낡은 주택들이 모여 있는 동네를 탈바꿈 시키는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사업들도 엄연히 부동산 개발사업이므로 토지에 대한 권리 또는 권원의 확보가 가장 중요한 것은 마찬가지지만, 특이한 점은 단순히 돈으로 이를 사버리는 방식을 취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정비사업은 먼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들이 정비(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그에 따라 정비구역을 지정하는 절차를 거치게 되는데(소규모 주택정비사업은 주민제안방식을 근간으로 하므로 이 절차가 생략된다), 그 이후에 필요한 것은 예외 없이 토지등소유자들의 높은 동의율(대부분 과반수 이상에서 75% 사이)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정비사업은 낡은 정비기반시설ㆍ공동이용시설과 주택을 위시한 건축물들을 개량함으로써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루어지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외부유입자나 개발업자 또는 투자자가 아닌 기존의 거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바 그들의 의사와 복리를 최우선으로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공공성이 높은 사업에서 완화된 법정 동의율을 적용 받는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과반수 이상이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예외가 없다). 이러한 이유로 인하여 정비사업을 추진ㆍ시행하려는 입장에서는 사업성이나 행정 지원 및 규제, 자금조달 가능성 등을 확인하기 이전에 “동의율 잘 나오나요?”라는 질문부터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제아무리 사업성이 우수하고 행정 지원이 활발하거나 규제가 완화되어 있으며 자금조달 가능성이 높은 정비구역이라고 하더라도, 토지등소유자들의 동의율이 낮게 나오거나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어렵다면 당장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보류하거나 포기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동의율을 높이는 일이 생각보다 굉장히 어렵지만, 정작 실무에서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많아서 때때로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동의를 받는 것을 대충 동네를 돌아다니며 정비사업의 취지를 설명하거나 이른바 OS요원들을 고용하여 수당을 주면 되는 일로 치부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이다 보니, 동의서 징구나 총회 참석 동원을 무작정 시도하거나 아예 돈 주고 맡겨버리는 경우까지 있는데 그런 식으로는 정비사업이 제대로 될 리가 없는 것이다. 거주민들은 정비사업으로 인하여 기약없이 장기간 동네를 떠나 있거나 상당한 분담금을 부담하거나 심지어는 현금청산 당하는 것보다 못한 처지가 될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하여야 하는데, 만약 정비사업을 추진ㆍ시행하는 주체가 거주민들을 적당히 꼬드겨서 동의율을 받아낼 수 있다거나 한자리 수 동의율쯤은 몇 달간 얼마 정도의 돈을 들이면 살 수 있는 것으로 가볍게 생각한다면 목적을 달성하는 것은 고사하고 오히려 거주민들 간의 갈등만 부추길 우려가 있다. 정비사업의 목적은 주거환경을 개선하여 거주민들끼리 다같이 잘살자는 것인데, 동의율을 높이는 과정에서 튀어나오는 소홀함과 부주의가 자칫 이를 망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정비사업은 가장 기본적이고도 중대한 삶의 조건인 집과 동네 즉, 주거를 변경해 나가는 사업이다. 사람은 어떠한 경우에는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 삶을 내던질 수도 있을 만큼 극단적이거나 충동적으로 변할 수도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 다들 정비사업이 필요하고도 유익할 뿐만 아니라 수익성도 매우 크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추진해 나가기가 엄청나게 어렵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개인적으로는 동의율을 각 정비사업마다 법정 요건 대비 단순 수치 정도로만 정리하고 넘어가는 경향이 그다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동의율에 대한 인식과 접근방법을 바꾸지 않는다면 정비사업에서의 성공은 요원한 일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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