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산책] 시작이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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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민 변호사
입력 : 2024-02-05 12:34
수정 : 2024-02-05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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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서영민 변호사
사진 = 서영민 변호사

흔히들 ‘시작이 반’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시작만 했다고 해서 그 일의 절반을 처리한 상태나 다름없다는 뜻은 당연히 아닐 것이다. 그보다는 어떠한 일을 하리라고 마음먹기는 쉽지만 실제로 시작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어서 시작 자체가 큰 의의를 갖는 경우가 많고, 또 일단 시작하고 나면 그냥 내버려둘 수 없다는 일종의 책임감이나 부담감 때문에라도 어떻게든 방법이나 요령을 찾아 계속하게 되므로 그만큼 결과에 가까이 다가가게 된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함이 아닐까 한다.


위 격언은 정비사업, 특히 소규모 주택정비사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소규모 주택정비사업이란 2018년 제정된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 제2조 제3호 소정의 노후ㆍ불량건축물이 밀집된 지역 또는 가로구역에서 시행되는 주거환경 개선ㆍ개량사업을 뜻하는데, 소규모라는 명칭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그 규모는 일률적이지는 않지만 통상 1만 ㎡의 면적을 기준으로 그 미만의 작은 사업구역을 대상으로 한다. 기존의 대규모 정비사업(이른바 ‘뉴타운사업’이라고 불리는 재정비촉진사업, 일반 재개발 및 재건축사업)이 대개 사업성 위주로 진행되어 이해관계의 대립과 갈등으로 인한 사업 지연의 문제, 낮은 재정착율로 대표되는 원주민 배제의 문제 등이 대두되었는바 그 대안으로서 소규모 주택정비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위 법률이 제정되었는데, 구역 지정 및 추진위원회 단계가 생략되는 등 절차가 간소화되고 사업기간이 절반 가량 단축됨과 아울러 그로 인해 사업비를 크게 절약할 수 있다는 획기적인 장점들 때문에 시작만 제대로 한다면 사업 완료까지 그야말로 절반은 해낸 듯한 기분을 느낄 수도 있을 법하다.


그러나 세상사 무엇이든 明暗이 있듯이 소규모 주택정비사업에도 긍정적인 부분만 있을 리 없다. 주민들이 주도하여 자기 거주지 일대를 정비하는 사업이라 주민의견의 반영이 용이하다는 특성이 오히려 초반의 적극적인 참여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서울시에서 ‘모아타운’이라는 브랜드 네임이 붙은 소규모 주택정비 관리지역의 경우에는 자치구 공모 방식 뿐만 아니라 주민제안 방식으로도 지정되는데, 이처럼 주민들이 중심이 되어 스스로 주도하고 자율적으로 협의하는 형태의 사업이 이상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주도하는 사람들의 진정성이 의심받기 쉽고, 내심 동의하는 사람들도 대세가 형성되기 전까지는 적극적으로 호응하지 않으며, 반대하는 사람들은 자기의 이익과 배치되면 유언비어의 유포 기타 불법행위까지 불사하면서 방해하려고 드는 등 소모적 요인들이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나라 사람들은 행정청이나 대기업과 같이 권위나 영향력이 인정되는 주체가 사업을 추진하여야 비로소 안심하고 따라가는 경향이 있어서 주민들이 중심이 되는 사업에는 더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2022년 기준 30년 이상 된 건축물을 일컫는 노후건축물(주택)은 서울 54.3%, 지방 53.9%로 이미 50%를 상회하는 수준이고, 공동주택을 중심으로 한 주거건축물이 대량으로 건축되었던 시대적 흐름에 비추어 보았을 때 노후도 즉, 노후건축물(주택) 수의 증가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주거환경이 나날이 악화되리라는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에서 정비사업, 특히 재개발ᆞ재건축의 법적 요건들을 충족시키지 못하여 사업 시행이 불가한 지역(서울시의 경우 저층주거지의 대부분)에서 이루어지는 소규모 주택정비사업은 결국 시대적 요청에 따른 타개책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비록 반대하는 주민들이 뚜렷한 대안도 없는 상태에서 재산권이나 자기결정권 수호, 외부 투기세력의 유입 방지 등 사유들을 내세워 민원을 넣거나 시위를 벌일지라도, 정비사업을 지원하고 독려하는 행정청이나 조합 설립을 위하여 토지소유자 등의 동의를 받아 정비사업을 추진하려는 주민들은 시작이 반이라는 신념을 갖고 용기 있게 첫발을 내딛어야만 하는 것이다.


다행히 소규모 도시ㆍ주택정비사업에도 국가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대통령의 최근 발언이나 주택공급 확대방안에 관한 정부의 발표 등은 분명 긍정적인 요인들이므로, 이제부터라도 규모에 상관없이 정비사업에 관심을 갖고 가능하다면 노후도 요건이 충족된 본인의 거주지나 주민등록지를 중심으로 과감하게 추진해보는 결단력이 요구된다. 지금은 제도가 활성화되기 전인 초기 단계여서 요건 완화, 용도지역 상향, 용적률 완화, 행정ㆍ금융 지원과 같은 인센티브들이 파격적으로 주어지지만, 향후에도 지속되리라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도시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필연적으로 노후화되고 주거환경 또한 마찬가지이다. 거주민들이 지금의 생활도 괜찮다, 굳이 수고스럽게 정비할 바에야 이대로 계속 살겠다는 핑계를 내세우며 이를 스스로 개선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삶의 질은 결코 향상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점점 악화된다. 만약 본인의 나이가 어느 정도 있다면 자식과 후대를 위해서라도 정비사업을 서둘러 추진함이 바람직하고, 나아가 그 기간을 단축하여야만 공공복리는 물론 사익도 도모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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