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난입 선동 혐의 받는 트럼프... 수정헌법 제25조로 백악관에서 쫒겨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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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 불복을 지지하는 시위대가 미국 국회의사당에 난입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지난 1814년 8월 워싱턴을 점령한 영국군이 국회의사당에 불을 지른 지 약 200년 만이다.

이 때문에 임기를 10여일 남겨둔 트럼프 대통령은 이른바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이어 다시 한 번 탄핵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이란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당시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조 바이든과 그의 아들인 헌터 바이든에 대한 검찰 수사를 요청한 사건을 말한다. 이를 이유로 지난 2019년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 탄핵을 추진했었다. 당시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됐지만, 공화당이 다수인 상원의 탄핵심판에서 기각돼 트럼프는 대통령직을 유지할 수 있었다.

지난 6일(현지 시각) 워싱턴DC에 있는 미국 국회의사당에서 상·하원 합동회의가 열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음을 확정짓기 위해서다.

같은 날 오전부터 워싱턴 백악관 앞 광장에 ‘미국을 구하는 행진(Save America March)’이란 이름으로 모이기 시작한 수천 명의 시위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이 끝나자 성조기 등을 흔들며 의사당으로 몰려가 경찰과 대치를 벌였다.

경찰과 시위대 간에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고, 경찰의 포위망을 뚫은 일부 시위대는 의회 건물 창문을 깨고 의사당 안으로 들어가 의사당 연단 등에 앉아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

시위대 난입으로 상·하원 합동회의는 개시한 지 1시간 만에 전격 중단됐고,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하원 회의를 이끌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 주요 인사들도 급히 대피했다.

경찰은 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해 최루가스를 터트렸으며, 총기를 사용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공군 출신의 여성(35) 한 명이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사망했고, 3명은 치료 중 숨졌다. 연방의회 경찰관 한 명도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 52명이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이 사건은 경찰이 이날 오후 5시 40분 경 난입자들을 의사당 건물 안에서 몰아내면서 상황이 정리됐다.

의사당 난입 사태가 벌어지자 뮤리얼 바우저 워싱턴DC 시장은 같은 날 저녁 6시(현지 시각)부터 전격적으로 통금을 명령했다. 또 뮤리얼 시장은 "시위대는 의사당을 침범했고 그들의 파괴적이고 난폭한 행동은 의사당 밖에서도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며 바이든 당선인의 취임 다음 날인 21일까지 추가로 공공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의사당 난입 사태는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이 선동한 것이므로 그에게 의회 난동 사태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의 직무를 박탈하는 수정헌법 제25조를 발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상·하원 회의가 열린 날 오전 백악관 앞에서 한 “대선 불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의회로 행진할 것이다. 힘을 보여줘야 한다”라는 주장이 담긴 연설이 끝난 직후 시위대가 의회로 몰려갔기 때문이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은 지난 7일(현지시각)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고 수준의 긴급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장 반란을 선동했다. 퇴임까지 남은 13일이 매일매일 '공포 쇼'가 될 수 있다. 펜스 부통령에게 수정헌법 제25조를 동원해 대통령을 몰아낼 수 있도록 요청한다. 만약 부통령과 내각이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의회는 탄핵 절차를 준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전직 대통령들도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비판을 쏟아냈다. 공화당 소속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대선 뒤 이어진 일부 정치 지도자들의 무모한 행동에 소름이 끼칠 정도다”라고 규탄했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역사는 현직 대통령이 선동해 의사당에서 벌어진 폭력을 똑똑히 기억할 것이다”고 밝혔다.

공화당은 물론 ‘친트럼프’ 진영 인사들도 트럼프 대통령과 거리 두기에 나선 모습이다.

공화당 소속 애덤 킨징어 하원의원은 트위터 동영상에서 "대통령은 국민과 의회를 보호해야 할 의무를 포기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봤던 반란을 부채질하고 불붙였다"며 "악몽을 끝내기 위해 수정헌법 제25조를 발동해야 할 때"라고 했다.

수정헌법 제25조는 지난 1963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 사건을 계기로 제정됐다. 케네디 대통령이 사망함에 따라 린든 존슨 당시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하게 됐지만, “만약 존슨 부통령까지 대통령직을 수행 할 수 없게 될 경우 참고할 헌법 규정이 없다”는 문제점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 의회는 대통령의 직무수행불능과 승계와 관련한 규정을 논의했고, 그 결과 지난 1967년 수정 헌법 제25조로 명시되었다.

수정헌법 제25조는 대통령의 면직, 사망 또는 사임의 경우 부통령이 대통령을 승계한다는 제1절(Section 1) 부터 제4절(Section 4)까지 총 4절로 이뤄졌다.

그 중 트럼프 대통령의 퇴진과 관련한 조문은 수정헌법 제25조 제4절로 ‘부통령, 그리고 과반수의 행정 각부 장관들이 상·하원 의장에게 대통령이 그의 직의 권한과 임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을 기재한 공한(公翰, 공적인 편지)을 송부할 경우에는 부통령이 즉시 대통령권한대행으로서 대통령직의 권한과 임무를 떠맡는다’고 규정돼 있다.

만약 수정헌법 제25조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을 퇴진시키려면 먼저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내각 과반이 '트럼프는 대통령직 임무 수행이 불가능하다'는 내용 담긴 문서를 상·하원 의장에 송부해야 한다. 이 순간 트럼프 대통령의 권한은 중지되고, 펜스 부통령이 임시 대통령직을 수행하게 된다.

그러나 수정헌법 제25조는 ‘그 이후(대통령의 권한이 중지된 이후) 대통령이 상·하원 의장에게 직무수행 불능 사유가 존재하지 아니한다는 것을 기재한 공한을 송부한 때에는, 대통령이 그의 직의 권한과 임무를 다시 수행한다. 다만 그러한 경우 부통령 그리고 내각 과반이 4일 이내에 상·하원 의장에게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을 기재한 공한을 송부하지 아니하여야 한다’고 규정해 현직 대통령에게도 방어권을 보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나는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는 내용의 문서를 상·하원 의장에게 보낸다면 다시 대통령으로서 임무 수행이 가능한 것이다. 다만 이 경우 부통령이 4일 이내에 이를 반박하는 문서를 보낸다면 다시 대통령의 권한이 중지된다.

만약 이 상태에서 대통령의 직무 박탈을 확정하려면 미 의회가 21일 내에 표결해 상·하원 모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만 한다.

수정헌법 제25조 제4절이 ‘연방 의회가 (직무정지를 당한)대통령으로부터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는 뜻이 담긴)공한을 수령한 후 21일 이내에 양원(상·하원)의 3분의 2의 표결로써 대통령이 그의 직의 권한과 임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을 결의한 경우에는 부통령이 대통령권한대행으로서 계속하여 그 권한과 임무를 수행한다. 다만 그렇지 아니한 경우에는 대통령이 그의 직의 권한과 임무를 다시 수행한다’고 규정해 놓아서다.

상·하원 모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지 못하면 수정헌법 제25조 적용을 통한 대통령 교체는 불가능한 것이다.

이 때문에 “수정헌법 25조에 따라 대통령의 권한을 중지시키는 것은 탄핵보다 힘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탄핵의 경우 하원에서 과반, 상원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받으면 확정되지만, 수정헌법 25조는 상·하원에서 모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수정헌법 제25조 발동을 통한 트럼프 해임은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다. 펜스 부통령이 수정헌법 제25조 발동을 거부하는 입장에 섰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10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수정헌법 제25조를 발동해 그를 끌어내릴 경우 혼란이 더욱 심해지고 안보 공백 등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 결과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지난해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에게 패배한 것을 뒤집기 위해 미국 정부에 대한 폭력을 선동한 혐의’를 적용해 이르면 11일 하원에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을 상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는 여전히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대선 패배를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당선인에게 의례적인 축하 인사조차 하지 않고 있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당선인의 취임식에도 불참하겠다는 뜻도 밝힌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