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우편물 의도적 수취거부 땐 도달된 것으로 볼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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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재개발정비사업과 관련하여 조합원이 조합에 재결신청청구서를 3회에 걸쳐 우편으로 송부했는데도 조합이 의도적으로 그 수령을 거절한다면, 조합에 우편물이 송달되었음을 전제로 지연가산금지급의무가 발생한다는 대법원 판결(2019두34630)이 나왔다.

대법원은 지난 20일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원이 조합을 상대로 낸 손실보상금 청구소송에서 “조합원이 조합에 재결신청청구서를 우편으로 송부했는데 조합이 그 우편 수령을 의도적으로 수령 거절한다면 우편이 송달되었음을 전제로 조합에 지연가산금지급의무가 발생한다”면서 “상대방이 부당하게 등기취급 우편물의 수취를 거부했음에도 발송인의 의사표시의 효력을 부정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신의성실의 원칙이란 법률관계 당사자들이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할 때 상대방의 정당한 이익을 배려해야 하고 신뢰를 저버리지 않도록 행동해야 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우리 민법 제2조에 규정되어 있다.

더하여 대법원은 우편물의 수취 거부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지 여부는 △발송인과 상대방과의 관계 △우편물 발송 전에 발송인과 상대방 사이에 그 우편물의 내용과 관련된 법률관계나 의사교환이 있었는지 △상대방이 발송인에 의한 우편물 발송을 예상할 수 있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원심과 1심에서는 조합이 수취거부로 우편물이 조합에 도달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하여 조합원에 패소를 내렸었다. 이에 반해 대법원은 신의성실 원칙을 근거로 원심을 뒤집은 것이다.

사건은 안양 시에서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을 시행하는 조합이 조합원이었다가, 분양신청기간 내에 분양신청을 하지 않아 현금청산대상자가 된 조합원의 우편물을 의도적으로 수취 거부하면서 시작되었다.

피고 조합이 원고 조합원에 대하여 수용재결을 신청하는 절차를 진행하지 않자, 원고 조합원은 서울 강남에 소재한 법무법인을 대리인으로 선임하였고 동 법무법인은 피고에게 2016년 2~3월 동안 3차례에 걸쳐 재결신청청구서가 들어있는 우편물을 내용증명 및 배달증명 방식으로 발송하였다.

이 사건 각 우편물의 봉투 겉면의 ‘보내는 사람’란에는 법무법인과 원고 대리인 이름만 기재되었을 뿐 원고의 이름은 기재되어 있지 않았으며, ‘받는 사람’에는 피고 조합장의 이름이 기재되어 있었다. 이 사건 각 우편물은 모두 피고인 조합의 수취 거부로 반송되었고, 피고는 2017년 1월에 이르러서야 원고인 조합원 소유의 부동산에 관하여 수용재결을 신청하였다.

결국, 원고 조합원은 자신들이 보낸 재결신청서 동봉 우편물을 의도적으로 피고 조합이 받지 않았기 때문에 수령 거절일 다음날부터 지체책임이 발생한다고 주장하면서 피고 조합에 손실보상금 청구를 한 것이다.

이 사건에서 피고가 원고에게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상 재결신청을 늦게 하여 지연가산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는지와 관련하여 이 사건 각 우편물이 피고에게 도달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되었다. 지연가산금의 경우에 조합원이 조합에 대해 재결신청의 의사표시를 한 다음날부터 조합이 조합원에게 지급할 지연가산금 지급의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우리 법체계에서 의사표시의 효력과 관련하여 일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의사가 상대방에게 도달한 경우에 효력이 발생한다. 이를 도달주의 원칙이라 한다(민법 제111조 제1항). 도달주의란 상대방이 있는 의사표시는 상대방에게 도달한 때에 그 효력이 생긴다는 주의를 말한다.

법원은 일반적으로 우편물이 도달되었는지 여부의 형식적인 요건만 따져 의사표시의 효력을 인정해왔다.

이러한 법원의 인정 관행을 악용하여 의도적으로 소장이나 내용증명 우편 등에 대하여 수령을 거부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빈번한 이유는 의사표시의 도달을 늦춰 법률적, 경제적 이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우편물 수령거절 행위가 신의성실 원칙에 반할 정도이면 도달주의 원칙의 예외를 인정한다는 점에서 실질을 고려한 해석이라 평가받는다.
 

[사진=대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