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대본만 받고 계약해지한 치킨 프랜차이즈 회사, “5천만 원 배상하라”

기존 광고사 독촉해 신제품명· 광고 촬영 대본 받아낸 후 재계약 않고 다른 광고회사에 넘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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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프랜차이즈 회사가 기존 광고업체로부터 신제품의 이름과 광고 대본 등을 받아낸 뒤 계약을 해지하고 다른 광고회사에 넘겨 비슷한 광고를 제작· 방영했다가 손해배상금을 물게 됐다.

서울고등법원 민사4부(재판장 홍승면 부장판사)는 광고업체 A사가 치킨 프랜차이즈 회사 등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를 막아 달라."며 낸 소송에서 "A사에 5천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선고했다고 지난 6일 밝혔다.

또한 재판부는 “자신이 만든 제품명을 치킨 프랜차이즈 회사의 제품이나 광고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 달라.”는 A사의 요구도 받아들였다.

이번 소송은 치킨 회사가 A사와 광고대행 재계약을 맺지 않으면서 시작되었다. A사는 2016년 9월 치킨 회사와 1년간 치킨회사의 마케팅을 대행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에 A사는 치킨 회사의 신제품에 대한 마케팅과 신제품 메뉴 기획 업무를 맡아 수행했다.

1년이 지난 2017년 6월, A사는 치킨회사의 요청에 따라 신제품에 대한 제품명과 광고 촬영 대본을 만들어 치킨 회사에 전달했다.

하지만 치킨 회사는 돌연 새로운 메뉴 출시 및 광고 촬영 일정을 연기했고 지난 2017년 8월 A사에 기간 만료에 따른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계약 종료 이후 A사는 자사가 참여해 만든 제품명과 광고 대본을 사용하지 말 것을 치킨 회사에 요청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킨 회사는 지난 2017년 9월 새로 마케팅 대행 계약을 맺은 다른 광고 회사인 B사를 통해 A사가 만든 제품명과 광고 촬영 대본의 구성방식, 배경소재, 일부장면 등이 상당히 유사한 광고를 제작하여 방송하였다.

이에 A사는 “치킨 회사가 자사가 만든 광고 대본으로 광고를 촬영하는 등 저작권을 침해하고 부정경쟁행위를 했다.”며 소송을 냈지만 1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저작물로 인정 되려면 저작자의 독자적인 사상이나 감정 표현 즉 창작성을 담고 있어야 하는데, 다른 저작자의 기존의 작품과 구별할 수 있을 정도면 된다(대법원 1995. 11. 14. 선고 94도2238 판결).

때문에 광고 촬영 대본도 저작자의 독자적인 사상이나 감정의 표현을 담고 있다면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되는 저작물로 인정될 수 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A사가 만든 광고 촬영 대본과 실제 방영된 광고가 일부 유사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이는 치킨 광고에 전형적으로 수반되는 장면 내지 기존 광고물 제작에 사용되던 기법이기 때문에 A사의 창작적인 표현에 해당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1심 재판부는 “치킨 회사의 위와 같은 행위가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에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항 카목은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해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1심 재판부는 치킨 회사가 A사가 만든 제품명을 사용한 것은 “A사와 광고대행 용역계약에 따라 A사로부터 제공받은 결과물을 사용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치킨 회사 측이 2018년 말 1천 200여 만 원을 법원에 공탁했었는데 재판부는 이를 두고 “계약 종료 이후 제작비 정산이 완료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부정경쟁방지법상 부정경쟁행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런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먼저 A사가 한 달여 만에 만든 제품명과 광고 대본 등에 대한 제작비가 전혀 지급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치킨 회사 측이 2018년 말 1천 200여 만 원을 법원에 공탁 했지만, 이는 실제 A사가 받아야 할 돈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효력이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제품명과 대본 등에 대한 제작비를 전액 지급해야 치킨 회사가 A사로부터 소유권과 지식재산권을 취득해 사용 권한을 갖게 된다고 봐야한다."며 "제작비를 주지 않은 치킨 회사는 이를 사용할 권한이 없고, 비밀로 유지할 의무도 있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 재판부와 달리 A사가 만든 광고 촬영 대본과 실제 방송된 광고 사이의 유사성도 인정했다.

새로 마케팅 계약을 맺은 B사가 첫 기획안을 낼 때부터 A사가 만든 제품명이 전제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때문에 “B사도 A사의 앞선 기획 내용을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치킨회사와 B사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A사의 창작 부분을 이용해 비교적 단기간에 광고 제작을 완성해 각종 매체에 전송했다."며 "이는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치킨회사 대해 "A사와의 계약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촉박하게 광고용역 일정을 잡아 독촉하고는, A사가 결과를 창작하자 계약 만료를 한 달가량 남긴 시점에 용역을 중단하고 B사를 통해 광고를 제작했다."고 꼬집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