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내주 ‘2차 핵담판’…정상회담 초안 마련되나(종합)

  • 비건, 국회 訪美 대표단과 면담서 “12개 이상 의제 합의” 확인
  • 실무협상에 강한 자신감 피력…“2주 남았지만 일부 합의 가능”
  • 문희상 “모든 것 한·미동맹 전제…대화 과정 속 남북관계 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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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2-13 00:50
수정 : 2019-02-13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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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1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북한과 미국이 다음 주 이른바 ‘2차 핵담판’으로 불리는 실무협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오는 27일로 예정된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초안이 마련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11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진행된 국회 방미(訪美) 대표단과의 면담에서 “의제에는 서로 동의했지만 협상을 위해서는 서로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면서도 “양측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고, 이견을 좁히는 것은 다음 회의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건 대표는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와 만나 후속 협상을 속개한다. 장소는 정상회담이 열리는 베트남 하노이가 유력한 상태다.

비건 대표는 “정상회담까지 2주밖에 남지 않아서 난제를 모두 해결하는 것은 어렵지만 (비핵화)일정 합의를 할 수 있다면 가능성은 있다”고 전했다.

특히 비건 대표는 지난 6~8일 평양에서 가진 1차 실무협상에서 양측이 제2차 정상회담 테이블에 올릴 수 있는 ‘의제 범위’에 대해선 어느 정도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평양에서) 12개 이상 문제에 대해 논의했고, 싱가포르 선언 이행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비건 대표는 “실질적인 첫 실무회담인데 건설적이고 생산적이었으며 분위기가 좋았다”고 평가한 뒤 “그러나 기대치를 적절히 유지하고, 어려운 현안 해결을 위해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항구적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유해 발굴 등 4개의 합의사항을 발표한 바 있다.

양측은 이번 실무협상에서 제2차 북·미 정상회담 합의문 초안을 마련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27일까지 물리적인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상회담 합의문 초안 마련 합의에 실패할 경우, 당초 비핵화 로드맵 합의까지 도출되는 ‘빅딜’이 ‘스몰딜’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현재까지 전망은 어두운 편이다. 역시 물리적 시간이 촉박하다는 게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힌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함께 국회 방미 대표단에 참여한 한 의원은 워싱턴D.C. 한 호텔에서 기자와 만나 “과거 6자회담 때부터 모든 협상이 뒤돌아서면 합의문 해석을 놓고 갈라지지 않았느냐”면서 “확실하고 실질적인 내용에 대해 합의를 제대로 해야지, 시간에 쫓길 경우 결과는 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건 대표는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이번 회담은 단독으로 북·미만 진행하지만, 언젠가는 (한국까지) 3자가 함께 할 수 있는 날도 있을 것”이라며 “북한이 (이번 회담에서) 올바른 선택을 하길 바라고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남북관계 진전과 관련해 “남북관계 발전이 비핵화 과정과 함께 나아가길 바란다”면서 “국제제재 틀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남북관계 발전을 반대하지 않는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한국과 미국은 항상 같은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건 대표는 ‘지연 전술’을 펴는 북한의 협상 태도에 대해 일침을 날리기도 했다.

그는 “북한과 대화를 시작할 때 많은 흥분과 기대가 있었지만, 북한이 불필요하게 시간을 끄는 바람에 대화가 지연됐다”면서 “그 결과, 남북관계의 진척과 비핵화이 대한 진척에 엇박자가 나기 시작했다”고 꼬집었다.

다만 “한국 정부가 사안의 민감성을 파악했고, 한·미 워킹그룹 설치를 통해 깊이 있게 사전에 현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면서 “과거 이견이 있었을 때보다 훨씬 좋은 상황”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이것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것을 보면 워킹그룹이 잘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에 “북한은 시간 끄는 것을 좋아하고 상대방이 시간 압박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일관적인 전략”이라며 “지금 북한은 경제가 너무 심각해 전쟁을 치를 수 없을 정도라 빨리 노선을 바꿔 경제개발을 하라고 북한 측에 얘기하면 그쪽에서 인정한다”고 말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남북관계의 급격한 진전이 미국의 입지를 어렵게 했다는 데 동의한다”면서 “이번 정상회담 이후 정치적 선언이라는 명목으로 종전선언을 섣불리 하게 될까 우려된다”고 국내 보수진영의 목소리를 전했다. 

함께 배석한 존 설리번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한반도가 격변의 시기에 있다는 것에 동의하고, 변화의 시기이지만 동맹은 흔들림 없다”면서도 “비건 대표가 북한과 협상을 하는 중에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이루기 전까지 대북 경제제재는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크 내퍼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 대행은 한·미 방위미 분담금 협상과 관련해 한국 정부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또한 비건 대표는 “북한과 관계정상화, 평화조약, 한반도 경제번영 기반 확보는 먼 길이지만 (미국 정부는) 그렇게 하기로 선택했다”면서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하길 바라고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실무협상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면담에서는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의 위협비행 논란 등 각종 현안 문제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한·일관계 대한 얘기도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문 의장은 한·일관계 개선과 관련해 미국의 ‘중재자 역할’을 강조했다.

문 의장은 “서로 어느 정도 용인해주고 넘어가야 하는데 이번에 그러지 못하고 있어 중재자가 필요하다”면서 “미국이 과거처럼 이번에도 중재자로 나서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문 의장은 굳건한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문 의장은 “모든 것은 한미동맹을 전제해서 해야 한다”며 “모든 정당이 생각하는 것은 한미 연합훈련, 전략자산 전개, 주한미군 규모 축소·철수 등의 문제는 남북관계에 영향을 받아선 안 되며 오로지 동맹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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