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로 보는 세상] 경찰이 음주측정기 가져올 때까지 운전자를 체포했다면?

위법성 논란에 대한 법원 입장

대법원 2018. 12. 13. 선고 2017도12949 판결

  • 프린트
  • 글씨작게
  • 글씨크게
1. 사건의 개요

때는 2016년 어느 새벽, A씨는 술을 마신 채로 자신의 차를 몰고 도로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마침 A씨 전방에는 B씨가 운전 중인 차량이 유턴을 하려고 신호대기 중이었는데, A씨는 뒤늦게서야 B씨를 발견하여 가까스로 위험한 상황을 모면할 수 있었습니다. 놀란 두 사람은 운전석 창문을 열고 서로에게 욕설을 하며 실랑이를 벌였습니다.

B씨는 그 자리를 피하고자 먼저 자신의 차량을 운전하여 앞서가려고 했는데, A씨는 B씨의 차량을 뒤쫓아 나란히 진행하면서 운전석 창문을 열고는 B씨에게 몇 차례 욕설을 하였고, B씨를 음주운전으로 경찰에 신고하기까지 하였습니다.

이후 경찰관이 현장에 출동하여 B에게 음주감지기 시험을 하였으나 음주반응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B씨는 기다렸다는 듯이 경찰관에게 음주운전을 한 것은 자신이 아닌 A씨라고 지목하였습니다.
경찰관은 A씨에게 취기가 있고, 현장 부근에 주차되어 있던 승용차 전면 유리에 A씨의 휴대전화 번호가 부착되어 있으며, 그 번호가 경찰에 음주운전 신고로 접수된 전화번호와 동일하고, 그 승용차의 시동이 꺼진 뒤 오래되지 않았음을 확인하여 A씨가 음주운전을 하였다고 보아 그에게 음주감지기 시험을 하였고 A씨에게서 음주반응이 나타났습니다.

A씨는 음주운전을 추궁당하자 “운전을 하지 않았다. 직접 경찰서에 가서 밝히겠다”고 하면서 스스로 현장에 있던 순찰차에 탑승하였고, 경찰관과 함께 인근 지구대로 향하던 중 갑자기 “집에 가겠다. 순찰차에서 내리게 해달라”고 요구하였으며, 경찰관은 A씨를 하차시켰습니다.

당시 순찰차에 음주측정기가 없었기 때문에 경찰관은 인근 지구대에 연락하여 음주측정기를 하차 현장으로 가지고 오게 하였고, 집에 간다는 이유로 현장을 이탈하려는 A씨를 가지 못하게 제지하였습니다. 그러한 상황은 음주측정기가 도착할 때까지 5분 정도 계속되었습니다.

음주측정기가 도착한 후 경찰관은 A씨에게 약 10분 간격으로 4회 음주측정을 요구하였는데, 이에 불응하는 A씨가 음주측정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현행범 체포를 하였습니다.

이처럼 음주단속 현장에서 경찰이 음주운전을 한 것으로 보이는 운전자를 음주측정기를 가져올 동안인 약 5분가량 잡아두었다면, 이것은 위법한 체포에 해당되므로 그 후 A씨가 음주측정에 거부하였더라도 도로교통법위반(음주측정거부)죄가 성립하지 않는 것일까요?

다음 원심(항소심)과 대법원의 엇갈린 판단을 각각 살펴보겠습니다.

2. 법원의 판단

가. 원심판결(울산지방법원 2017. 7. 21. 선고 2017노522 판결)

원심법원(울산지방법원 합의부)은, 경찰관 이 A씨(피고인1)을 약 5분간 붙잡아 둔 행위는 위법한 체포에 해당하고 그와 같이 위법한 체포 상태에서 이루어진 음주 측정요구 또한 위법하므로 이에 불응하였더라도 도로교통법위반(음주측정거부)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원심법원의 판결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첫째로, A씨가 순찰차에서 하차한 후 편도 2차로의 도로로 뛰어가 살려달라고 소리치고 정차되어 있는 화물차 기사에게 경찰관으로부터 강제구금을 당하고 있으니 살려달라고 한 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음주측정에 응하지 않을 의도에서 비롯된 행동으로 보일 뿐 보호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둘째로, 당시 경찰관이 A씨에 대한 별도의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그를 붙잡고 있다가 음주측정기가 도착하자 3회에 걸쳐 음주측정을 요구한 후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죄로 현행범 체포를 한 점에 비추어 보면, 보호조치가 아닌 음주측정이 A씨를 붙잡고 있었던 주된 목적으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셋째로, A씨의 음주운전에 대한 증거수집을 위한 수사절차로서 의미를 가지는 음주측정의 목적으로 그를 붙잡아 두면서도 달리 현행범으로 체포하였다거나 임의동행에 필요한 동의를 얻는 등의 적법 요건을 갖추었다고 볼 자료가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나. 대법원 판결

1) 판결요지

그러나 대법원은 위 원심판결에는 구 도로교통법(2018. 3. 27. 법률 제1553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도로교통법’이라고 한다) 제148조의2 제1항 제2호의 음주측정거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으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고 판시하면서, 원심으로서는 A씨가 경찰관의 음주측정요구를 피하여 현장을 이탈하려 하거나 도주함으로써 도로교통법위반(음주측정거부)죄가 성립하고, 그 이후 경찰관이 A씨를 붙잡아 둔 행위는 범죄 성립 이후의 사정에 불과하다고 볼 것인지, 아니면 경찰관의 조치가 여전히 불법체포에 해당하여 A씨가 불법체포 상황에서 음주측정요구에 불응한 것은 음주측정거부에 해당하지 않는 것인지 다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하였습니다(파기환송).

2) 판결이유
구 도로교통법 제44조 제2항에 따라 경찰공무원이 운전자가 술에 취하였는지를 알아보기 위하여 실시하는 측정은 호흡을 채취하여 그로부터 주취의 정도를 객관적으로 환산하는 측정 방법 즉, 음주측정기에 의한 측정으로 이해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경찰 공무원은 음주 여부나 주취 정도를 측정하는 경우 합리적으로 필요한 한도 내에서 그 측정 방법이나 측정 횟수에 관하여 어느 정도 재량을 갖습니다.

따라서 경찰공무원은 운전자의 음주 여부나 주취 정도를 확인하기 위하여 운전자에게 음주측정기를 면전에 제시하면서 호흡을 불어넣을 것을 요구하는 것 이외에도 그 사전절차로서 음주측정기에 의한 측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검사 방법인 음주감지기에 의한 시험도 요구할 수 있습니다.

구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 제2호에서 말하는‘경찰공무원의 측정에 응하지 아니한 경우’란 전체적인 사건의 경과에 비추어 술에 취한 상태에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운전자가 음주측정에 응할 의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하다고 인정되는 때를 의미합니다.

경찰공무원이 술에 취한 상태에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운전자에게 음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음주측정기에 의한 측정의 사전 단계로 음주감지기에 의한 시험을 요구하는 경우, 그 시험 결과에 따라 음주측정기에 의한 측정이 예정되어 있고 운전자가 그러한 사정을 인식하였음에도 음주감지기에 의한 시험에 명시적으로 불응함으로써 음주측정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였다면, 음주감지기에 의한 시험을 거부한 행위도 음주측정기에 의한 측정에 응할 의사가 없음을 객관적으로 명백하게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대법원 2017. 6. 8. 선고 2016도 16121 판결, 대법원 2017. 6. 15. 선고 2017도5115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 아래에서, A씨(피고인1)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를 운전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이는 상황”이었으므로 단속 경찰관으로서는 A씨의 음주운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음주측정을 할 필요가 있었다고 판단되었을 것입니다. 이 때 A에 대한 음주감지기 시험 결과 음주 반응이 나타났으므로 A가 그 이후 음주측정기에 의한 측정을 위하여 예정되어 있는 경찰관의 일련의 요구에 불응한다면 음주측정 거부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A가 경찰관의 음주측정요구를 피하여 현장을 이탈하려 하거나 도주함으로써 도로교통법위반(음주측정거부)죄가 성립합니다. 그 이후 경찰관이 A를 붙잡아 둔 행위는 범죄 성립 이후의 사정에 불과하다고 볼 것인지, 아니면 경찰관의 조치가 여전히 불법체포에 해당하여 A가 불법체포 상황에서 음주측정요구에 불응한 것은 음주측정거부에 해당하지 않는 것인지 다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

3. 판결의 의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 A씨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를 운전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우선 A씨에게는 취기가 있었으며, 현장 부근에 주차되어 있던 승용차에 A씨의 휴대전화 번호가 부착되어 있었는데 그 번호가 경찰에 음주운전 신고로 접수된 전화번호와 동일하였고, A씨의 차량이 확실하다고 보이는 그 승용차의 시동이 꺼진 뒤 오래되지 않았으며, 경찰관이 A씨에게 음주감지기 시험을 하였더니 A씨에게서 음주반응이 나타났기에 A씨의 음주운전 사실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위와 같이 경찰관이 A씨에게 음주감지기 시험 결과 음주 반응이 나타나자 A씨를 임의동행 형식으로 음주측정기가 있는 인근 지구대로 향하다가 A씨가 갑자기 현장을 도주하려고 하였고, 경찰관이 음주측정기를 현장에 가지고 오도록 지구대에 연락을 하고 A씨를 현장에서 이탈하지 못하도록 약 5분간 붙잡고 있었는데, 이후 음주측정기가 도착한 뒤 A씨가 측정을 거부했고 이를 이유로 경찰관이 A씨를 음주측정거부죄로 현행범 체포를 한 것입니다.

대법원은 위 사례에서 단속 경찰관의 현장이탈 제지행위가 도로교통법위반(음주측정거부)죄 성립 이후의 사정에 불과한지 아니면 위법한 체포에 해당하는지 다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여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되돌려 보냈습니다.

대법원에서 인용한 판례의 법리는 다음과 같이 간단합니다.

구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 제2호에서 말하는‘경찰공무원의 측정에 응하지 아니한 경우’란 전체적인 사건의 경과에 비추어 술에 취한 상태에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운전자가 음주측정에 응할 의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하다고 인정되는 때를 의미합니다.

이 사건에서 경찰은 정황상 A씨가 술에 취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고 술에 취하여 운전을 한 것으로 보이는 A씨에게 음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음주측정기에 의한 측정의 사전 단계로 음주감지기에 의한 시험을 요구하였는바, A씨가 이러한 사정을 인식하였음에도 음주측정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였다고 보았던 것으로 이 사건에서 적용될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앞에서 본 것처럼 이 사건은 음주감지기에 의한 시험 결과에 따라 음주측정기에 의한 측정이 예정되어 있고 운전자가 그러한 사정을 인식하였는데도 음주감지기에 의한 시험에 명시적으로 불응함으로써 음주측정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경우라면, 음주감지기에 의한 시험을 거부한 행위도 음주측정거부에 해당할 수 있음을 명확히 한 판결입니다.

[사진=법무법인 성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