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로 보는 세상] 남편의 적절치 못한 고부갈등 중재 vs 아내의 부정행위, 누구 잘못일까

혼인관계 파탄의 책임, 양당사자 모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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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다음 달 민족대명절인 한가위가 있다. 누군가에게 한가위는 연휴가 긴 즐거운 시간일 수도 있겠지만, 이혼전문변호사이면서 한집안의 며느리이기도 한 내게는 명절이 즐겁게 쉬는 날만은 아니다. "고부갈등(혹은 장서갈등)"이란 단어는 이혼 소송을 하면서 참 많이 듣는 말이다. 많은 의식의 변화가 있어왔지만 아직도 우리사회에서는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가 어색한 건 사실이다.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오던 사람들이 가족이라는 제도에 묶이다 보면 크고 작은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나 당사자에게는 갈등 자체가 문제가 되기보다는 그것을 어떠한 방식으로 풀어 가는 지가 앞으로의 인생을 함께 할지 혹은 인연을 끊어야 할지에 대한 중요한 단초가 된다.

아래에서는 고부갈등을 적절히 중재하지 못하고, 아내의 의사를 존중하지 못한 남편과 시댁 이야기를 판례를 통해 만나보고자 한다.

2. 사실관계

가. 인정사실

1) 원고와 피고는 2004. 10. 29. 혼인신고 하였고, 슬하에 사건본인들을 두었다.

2) 혼인생활 및 파탄경위

가) 원고와 피고는 20살 때 만나 오랜 기간 교제를 하다가 2004. 10. 17.경 결혼식을 올렸다.
나) 원고는 모 회사에서 근무하고, 피고는 모 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다. 피고는 피고 모의 도움을 받아 사건본인들을 양육하였고, 금요일 저녁이면 사건본인들을 친정으로 데리고 가 토요일 또는 일요일에 집으로 돌아오곤 하였다. 그러나 원고는 피고가 사건본인들을 친정에 데리고 갔다 데리고 오는 일조차 도와주지 않았다.
다) 원고는 피고에게 가족여행이나 행사, 경조사비 사용, 산후조리, 육아휴직 등의 문제에 있어 원고 모의 의견을 따를 것을 요구하였다. 피고는 사건본인 D를 출산한 후 약간의 산후 우울증 증세가 있어서 원고 모와 충돌하는 경우가 많았다.
라) 원고와 피고는 2010. 8. 14.부터 같은 달 16.까지 사건본인들, 원고의 부모, 여동생과 함께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는데, 원고의 모는 평소와 같이 피고에게 수시로 전화를 해서 여행준비과정을 확인하고 준비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피고에게 짜증을 내고 전화를 끊었으며, 여행 도중 사건본인들 앞에서 피고를 모욕하기도 하였다. 또한 여행을 다녀온 후 원고의 부모, 여동생이 모두 원·피고의 집으로 왔는데, 원고 모와 피고가 시장을 보는 사이 집에서 사건본인들을 돌보던 원고로부터 둘째가 운다는 전화를 받자 원고 모는 장 본 물건을 모두 피고에게 주면서 집으로 얼른 뛰어가라고 하였다. 원고 모의 처사에 서운함을 느낀 피고가 집으로 돌아가 둘째를 달래느라 원고 부가 불러도 대답을 하지 못하였는데, 원고의 부는 화를 내면서 원고 모, 여동생과 함께 본인들 집으로 돌아가 버렸다.
마) 피고는 2010. 8. 17.경 원고 모에게 전화를 하여 사과를 하려 했지만 원고 모는 피고를 비난하며 전화를 끊었다. 다음날 피고는 짐을 챙겨 친정으로 가버렸다. 평소에도 원고 모는 용돈의 송금이 늦어지면 피고에게 바로 독촉전화를 하였고, 사건본인들을 친정에 맡기는 것을 비난하면서 일을 그만두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하였으며, 피고의 가족들을 비하하는 발언을 자주 하였다.
바) 원고는 혼자 거주지에서 생활하던 중 2010. 8. 27.경 회사 업무로 거래처를 방문했다가 추락하는 사고를 당해 피고가 근무하는 병원에 입원을 하였다. 피고는 입원 시까지 원고 옆에서 간호 및 시중을 들었으나 입원 무렵 찾아온 원고의 모가 피고를 내쫓았다.
사) 피고는 2010. 9. 1.경부터 2010. 10. 13.경까지 원고 모와의 관계를 개선하고 원고와의 혼인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은평구 가정지원센터에서 상담을 받기도 하였다. 그러나 피고가 상담자의 조언대로 할 말을 미리 적어서 원고의 모를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원고 모는 피고를 비난하면서 피고의 관계 개선 노력을 무시하였다.
아) 원고는, 피고에게 생활비로 1,000,000원을 지급하였으나, 피고와 원고 모 사이의 갈등이 증폭되어 원고 모가 2011. 1.경 피고에게 자신이 마련해준 서울 구로구 모 아파트 OOO동 OOO호(이하 ‘이 사건 아파트’)를 내놓으라고 하자, 원고 모에게 이 사건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받은 30,000,000원과 시가 20,000,000원 상당의 금 50돈을 주어 무마한 후, 피고에게는 대출금 이자 및 원금 상환을 명목으로 생활비를 400,000원으로 줄여 지급하였다.
자) 원고는 피고와 원고 가족들과의 관계가 악화되자, 2010년 말 피고에게 1년 간 원고의 가족들을 만나지 않도록 해주겠다고 약속하였다. 그러나 원고는 2011. 1.경 원고 모의 생신날 원고 부모 집에 피고와 함께 방문하기를 원했고, 가는 도중 차 안에서 피고와 말다툼을 하였으며, 원고의 여동생이 피고를 비난하고 모욕하자 원고의 여동생과 다투게 되었는데, 이를 지켜보던 피고가 원고 부모 집에서 나가버렸다. 이후에도 피고는 2011. 5.경 시조모의 장례식에 참석하였고, 2011. 6.경 원고 부가 디스크 수술을 하였을 때 병문안도 갔다. 그런데 2011. 9. 11. 추석에 원고 부모가 원고의 집을 방문하겠다고 하자 원고는 위 약속을 어기고 일방적으로 원고 부모를 오게 하였고, 이에 피고는 사건본인들을 데리고 친정에 가서 추석을 보냈다. 이후 원고는 피고에게 이혼 이야기를 꺼내게 되었다.
차) 원고는 2011. 9. 20. 피고가 유부남들과 인터넷 채팅을 하고 동호회 모임에 나가 어울리는 것을 알게 되었다. 피고는 2011. 10. 13.경 원고에게는 친구 부친상에 다녀온다고 거짓말을 하고 동호회 모임에 나갔다가, 노래방에서 술에 취하여 남자 회원과 함께 모텔에 투숙하였고, 피고를 미행한 원고와 원고의 여동생에게 발각되었다. 피고는 모텔 밖으로 나가려다가 원고의 동생을 폭행하여 21일간의 치료를 요하는 상해를 가하였고, 이로 인해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1,500,000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카) 원고는 2011. 10. 14.경 피고에게 협의이혼을 요구했으나, 피고가 이에 응하지 않은 채 2011. 10. 15. 사건본인들을 데리고 친정으로 가버리자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3) 별거기간

원고와 피고는 피고가 사건본인들을 데리고 집을 나온 2011. 10. 15.경부터 현재까지 별거하고 있다.

4) 현재 상황

원고는 종전 거주지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고, 피고는 피고의 부모 집에서 사건본인들을 양육하고 있다. 피고의 모와 이웃에 거주하는 언니가 사건본인들을 돌보는 것을 도와주고 있다.

나. 당사자의 주장

원고는, 피고의 부정행위가 원인이 되어 가정이 파탄되었다고 주장하였고, 피고는, 원고가 고부갈등을 적절히 중재하지 못하고, 배우자의 의사를 존중하지 못하였기에 가정이 파탄에 이르렀다고 각 주장하였다.

3. 판례요지

가. 이혼 및 위자료에 대한 판단

1) 재판부는 다음 과 같은 사정을 참작하여 원고와 피고의 혼인관계 파탄을 인정하였다. ① 특히 원고와 피고가 이 사건 본소와 반소를 통하여 서로 이혼을 원하고 있는 점, ② 원고와 피고가 별거 이후에도 관계 회복을 위해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아니한 점, ③ 원고와 피고 사이의 혼인관계가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된 것으로 보이는 점 등 여러 사정 참작.

2) 아울러 재판부는 혼인 파탄의 책임은 원고와 피고에게 대등하게 있다고 판단하여 피고의 부정행위를 인정하였음에도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를 추가로 지급하지 않았다. 즉, 재판부는 원고 모와 피고간의 갈등을 적절히 중재하거나 배우자인 피고의 의사를 존중하고 배려하지 못한 원고의 잘못과 원고나 원고 모와의 갈등을 동호회 모임으로 해소하려다가 부정행위에까지 이르게 되어 배우자로서의 신뢰를 깨뜨린 피고의 잘못이 경합되어 혼인관계가 파탄이 난 것이지 어느 일방만의 귀책사유로 혼인이 파탄에 이른 것은 아니라고 판결하였다.

3) 소결론

따라서 본소 및 반소에 의하여 원고와 피고는 이혼하고, 원고와 피고의 각 위자료 청구는 이유 없다.

나. 재산분할청구에 관한 판단

1) 재산형성 경위
가) 원·피고는 원고의 모가 마련해 준 이 사건 아파트에서 혼인생활을 시작하였다.
나) 원고는 혼인 당시부터 모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2004. 10.경에는 월 약 2,060,760원의 월급을 받았고, 2011. 10.경에는 3,349,921원으로 월급이 올랐다.
다) 피고는 혼인 당시부터 모 병원 간호사로 3교대로 근무하다가 2011. 5.부터 주간근무를 하고 있다. 월 수입은 월 약 2,000,000원이다.
라) 원고는 피고에게 생활비로 월 약 1,000,000원을 지급하였고, 피고는 그 돈에 자신의 수입을 보태어 생활비와 육아비용, 시댁을 위한 비용, 보험료 납부, 적금, 관리비 등에 사용하였다.
마) 원고 모와 피고 사이의 갈등이 증폭되어 원고 모가 2011. 1.경 이 사건 아파트를 내놓으라고 하자, 원고는 원고 모에게 이 사건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받은 30,000,000원과 시가 20,000,000원 상당의 금 50돈을 준 후, 대출금 이자 및 원금 상환 명목으로 피고에게 생활비를 400,000원으로 줄여 지급하였다.
바) 피고는 사건본인들을 돌보아 주는 피고 모에게 월 500,000원을, 원고의 부모에게 용돈으로 월 300,000원을 드렸다.

2) 분할대상 재산의 가액 및 비율과 방법
가) 원고의 순재산 : 303,811,767원
나) 피고의 순재산 : 41,034,851원
다) 원·피고의 순재산 합계 : 344,846,618원
라) 재산분할 비율은 재산의 형성과 유지에 대한 원고와 피고의 기여 정도, 혼인생활의 과정과 기간, 원고와 피고의 나이, 직업 등을 참작하여 원고 60%, 피고 40%이다. 재산 분할 방법은 원고와 피고 각자 명의의 재산은 그 소유 명의대로 유권을 확정하고, 재산분할비율에 따라 원고에게 귀속되어야 할 금액 중 부족한 부분을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정한다.

3) 소결론
따라서 원고는 피고에게 재산분할로 96,655,257원과 이에 대하여 이 판결확정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민법이 정한 연 5%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다. 각 친권자·양육자 지정 청구, 양육비 청구, 면접교섭(직권)에 관한 판단
1) 원고와 피고의 혼인생활과 파탄경위, 그동안 피고가 사건본인들의 양육을 맡아온 점, 사건본인들의 나이와 성별 등 참작하여, 사건본인들에 대한 친권자 및 양육자로 피고를 지정한다.
2) 양육비
원고가 피고에게 사건본인들의 연령과 양육상황, 원고와 피고의 나이, 환경, 직업, 경제적 능력, 부담의 형평성을 고려하여, 사건본인들이 각 성년이 되기 전날까지 사건본인 1인당 월 700,000원씩을 매월 말일에 지급한다.
3) 면접교섭 부분 생략한다.

4. 판결의 의의

본 판례의 의의는 고부갈등을 적절히 중재하지 못하고, 배우자의 의사를 존중하지 못한 남편과 시댁, 남편과의 갈등을 이유로 부정행위에 이른 처에게 똑같이 혼인관계 파탄의 책임이 있다는 점이다. 보통의 경우, 혼인 (법률혼 및 사실혼)기간 중 일방 배우자가 부정행위를 하였을 경우, 위자료 책임을 면하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외도를 한 많은 의뢰인에게는 외도를 할 수 밖에 없었던(?) 나름의 이유가 있지만, 그 모든 사정이 본인의 유책(외도)을 상쇄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란 의미이다. 본 판결에서는 피고에게 외도를 한 책임이 분명히 있지만, 원고에게도 그에 상응하는 책임이 있다고 보아 쌍방 위자료 청구를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5. 나가며

통계청의 인구동향 자료에 따르면 매년 한가위를 지난 후 이혼 신고가 크게 증가하는 게 하나의 추세가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만큼 명절연휴를 보내고 나면 명절 직후에 쌓였던 감정이 불거져 소위 '명절이혼'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는 것이다.

현행 민법 840조 3호와 4호는 본인이 시부모나 장인, 장모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또는 본인의 직계존속(부모·자식)이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를 재판상 이혼사유로 정하고 있다. 나아가 고부갈등을 이혼사유로 인정해 이혼이 성립되면 시부모를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더 좋은 방법은 부부가 평소에 서로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대화로 갈등을 최소화 하고 고부갈등 상황에서 남편이 적절히 중재를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이것이 지켜지지 않아 감정의 골이 더 깊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말이다.
 

[사진=WF 법률사무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