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로 보는 세상] 카카오톡 비밀대화, 명예훼손 될까

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7도8155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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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누구든지 인터넷 대화방 한 두 개씩은 가입해 있는 시대이다. 스마트폰과 카카오톡 메신저의 보급으로 인해 거대한 대화의 장이 열렸다. 아침에 일어나 스마트폰을 보면 밤 사이 수많은 대화들이 오고 갔고, 바쁘게 읽어 나가다 보면 출퇴근길이 금방 지나간다. 알지 못했던 많은 정보를 얻고 얼굴 한 번 본적 없는 사람들과 교류도 한다. 즐거운 일이다. 뭔가 중요한 정보를 놓칠 새라 특별한 것 없는 대화방에서 굳이 나가지 않고 머무르기도 한다.

다만 종종 또 다른 얘기도 듣게 된다. 소위 ‘뒷담화’라고 하는 상대방의 앞에서 대놓고 하지 못하고 상대방이 모르는 상화에서 하는 험담이나 흉보기 같은 것들이다. 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있는 단체 대화방에서 뒷담화가 일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 일대일 대화나 소수 인원만 있는 대화방에서 일어나기 마련일 것이다
그런데 간혹 카카오톡 메신저나 블로그에 있는 비밀대화 기능을 통해 상대방과 단둘이 은밀한 뒷담화를 나누다 보면 “설마 이런 비밀스런 대화가 명예훼손이 될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2. 사실관계
피고인은 2006년2월 12일부터 자신의 인터넷 블로그에 A라는 여성이 회사 상무로부터 돈을 받는 조건으로 B부장의 사생활을 보고한다는 내용의 소설 '꽃뱀'을 게재했다. 피고인은 이 소설에서 A가 블로그 회원인 C임을 암시하는 듯한 내용을 썼다.

피고인은 “이 소설은 논픽션을 픽션으로 재구성한 것으로 99.5%가 실화”라고 밝히기도 했다. 위 소설을 연재하는 블로그의 칼럼란에 “[소설꽃뱀팁] 자동변속기 사용하는 애독자분들께”라는 제목으로 “위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실명을 알고 싶은 사람은 비밀 글, 쪽지, 메일을 보내기 바란다. 원한다면 사진도 송부할 수 있다”고 쓰기도 했다. 피고인은 5월27일 블로그 회원 중 한 사람이 일대일 대화를 통해 '꽃뱀이 누구냐'고 묻자 “ C이다. 증거가 필요하면 줄 수 있다"고 대답하였다.

검사는 피고인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 상의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하였다.

정보통신망법 제70조는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고,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다. 이는 반의사불벌죄로서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는 범죄이다.

3. 판결요지

가. 원심 : 의정부지방법원 2007. 8. 30. 선고 2007노579 판결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1심과 2심은 피고인이 무죄라고 판단하였다.

1심은 정보통신망법 상 명예훼손 죄의 구성요건인 공연성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하는데, 피고인이 블로그상에서 B와 나눈 대화는 피고인과 B 사이의 일대일 비밀대화이므로 공연성이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2심은 소설의 내용이 명예훼손이 될 여지가 다소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1심과 마찬가지로 피고인과 B 사이의 대화는 피고인의 블로그에서 이루어진 일대일 비밀대화로 공연성이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나. 이 사건 판결 : 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7도8155 판결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대법원은 피고인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라고 원심 법원으로 환송하였다.
판결의 주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인 공연성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하므로 비록 개별적으로 한 사람에 대하여 사실을 유포하였다 하더라도 그로부터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의 요건을 충족한다는 것이 기존 대법원 판례의 입장이다(대법원 1985. 4. 23. 선고 85도431 판결, 대법원 1990. 7. 24. 선고 90도1167 판결 등).

(2)그런데 피고인이 B와 나눈 일대일 비밀대화란 피고인이 인터넷 블로그의 비공개 대화방에서 B와 일대일로 대화하면서 그로부터 비밀을 지키겠다는 말을 듣고 한 대화를 일컫는 것으로, 위 대화가 인터넷을 통하여 일대일로 이루어졌다는 사정만으로 그 대화 상대방이 대화내용을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고, 또 B가 비밀을 지키겠다고 말하였다고 하여 그가 당연히 대화내용을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도 없는 것이므로, 이러한 사정만으로 위 대화가 공연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3)그러므로 원심으로서는 피고인과 B와 위 대화를 하게 된 경위, B와 피고인 및 피해자 사이의 관계, 그 대화 당시의 상황, 위 대화 이후 B의 태도 등 제반 사정에 관하여 나아가 심리한 다음, 과연 B가 피고인으로부터 들은 내용을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검토하여 공연성의 존부를 판단하였어야 할 것이다.4. 판결의 의의
형법 상 명예훼손죄는 ① 공연히 ② 사실 또는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③ 사람(자연인 이외에 법인을 포함한다)의 ④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다. 정보통신망법 상의 명예훼손은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 추가로 요구된다.

이 사건 판결에서는 일대일 대화에 있어 공연히, 즉 ‘공연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되었다. 판례와 학설에 따르면 ‘공연성’이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그런데 ‘인식할 수 있는 상태’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견해의 대립이 있다. ‘직접인식상태설’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현실적으로 인식할 것까지 요하지는 않지만 직접 인식할 수 있는 상태이면 된다고 본다. 반면, ‘전파성이론’은 개별적으로 한 사람에 대하여 사실을 유포하더라도 이로부터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의 요건을 충족한다고 본다. 대법원 판례는 오래전부터 전파성이론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전파성이론에 대해서는 많은 비판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기본적으로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위험이 있다. 또 대화를 주고 받을 당시에는 사적인 대화라 할지라도 사후적으로 전파가능성이 인정되면(실질적으로는 대화 상대방이 뒷담화에서 끝나지 않고 대화를 어딘가에 퍼트려서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이를 알게 경우가 될 것이다) 명예훼손죄로 처벌을 받게 될 수 있어, 명예훼손죄 성립 여부가 대화 상대방의 전파 행위라는 사정에 좌우되게 되는 문제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전파성이론을 유지하는 판례의 입장은 재검토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5. 나가며

이 사건 판결에서는 쟁점이 되지 않았지만, 명예훼손죄에 있어서는 피해자가 특정되어야 하는 문제도 중요한 쟁점이 된다.

대법원 판례는 명예훼손에 의한 불법행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가 특정되어 있어야 하지만, 그 특정을 할 때 반드시 사람의 성명이나 단체의 명칭을 명시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사람의 성명을 명시하지 않거나 또는 두문자(頭文字)나 이니셜만 사용한 경우라도 그 표현의 내용을 주위 사정과 종합하여 볼 때 그 표시가 피해자를 지목하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이면 피해자가 특정되었다고 할 것이라고 본다(대법원 2002. 5. 10. 선고 2000다50213 판결 참고).

이는 현실적으로 매우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아이디(ID)나 별명(닉네임) 만으로 활동하는 대화방이나 카페에서 특정인의 아이디나 별명을 지칭하여 명예훼손적 발언을 했다면 이를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있을까? 만약 대화방 참여자나 카페 회원 중 일부가 해당 ID에 해당하는 회원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거나, 해당 회원이 오프라인 모임에 나와 몇몇 회원과 만난 적이 있었다면 어떨까?
서두에서 말한 바와 같이 많은 대화가 카카오톡 메신저 대화방이나 인터넷 블로그 또는 카페 게시판에서 발생한다. 이는 손쉽게 저장되고 캡쳐된 후 광범위하게 전파될 수 있다. 사적인 대화를 전파하는 사람의 속성은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더라도, 대화를 전파할 수 있는 방법은 손쉬워졌고 전파의 가능성은 매우 상승했다. 이러한 환경에서 대화의 당사자들은 명예훼손 성립 가능성을 인식하고 스스로 표현을 삼가하며 대화를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헌법재판소 결정례에 의하면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입법과 관련하여 “현대 민주사회에서 표현의 자유가 국민주권주의의 이념의 실현에 불가결한 존재인 점에 비추어 볼 때, 불명확한 규범에 의한 표현의 자유의 규제는 헌법상 보호받는 표현에 대한 위축적 효과를 수반하고, 그로 인해 다양한 의견, 견해, 사상의 표출을 가능하게 하여 이러한 표현들이 상호 검증을 거치도록 한다는 표현의 자유의 본래의 기능을 상실하게 한다. … 그렇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법률은 규제되는 표현의 개념을 세밀하고 정확하게 규정하는 것이 헌법적으로 요구된다”고 한다(헌법재판소 1998. 4. 30. 선고 95헌가16 결정, 헌법재판소 2002. 6. 27. 선고 99헌마480 결정 등 참조).

불확실한 처벌과 규제는 결과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게 될 위험이 있다. 변화한 환경에서 이제는 전파성이론의 타당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다.

 

[사진=서승원 변호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