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우 변호사의 리걸테크 바로알기] 4차산업혁명 시대, 법에게 묻다

보수적인 법조계, 격렬한 변화 받아들일 준비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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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우 법률사무소 다오 변호사 [아주경제 DB]


지난 4월 열린 세계미래포럼 주최 미래경영콘서트 현장.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 자리에서 “5G가 스마트공장·스마트물류·스마트에너지·스마트교통·헬스케어·안전보안·자율드론 등 다양한 분야와 접목해 세상을 크게 바꿀 것”이라고 강조했다. 5세대 이동통신(5G)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는 ‘퍼스트무버’로서 4차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한다는 정부 의지가 담긴 말이었다. 

5G가 혁신의 거대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5G는 4G보다 20배 이상 빠른 통신 속도, 0에 가까운 지연 속도를 지닌 정보통신 환경을 제공한다. 변화는 기술에서 비롯된다. 그동안 인류가 꿈꿔왔던 자율주행차량,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등도 현실화할 날이 머지않았다. 

디지털 정보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는 업무 때 사용하는 이메일뿐 아니라 카카오톡, 삼성페이와 같은 디지털 매체와 플랫폼을 활용한다. 법률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변호사 사무실의 두꺼운 법령집이 노트북과 태블릿PC 등으로 대체되고 ‘리걸테크’란 개념도 서서히 등장하고 있다. 

리걸테크(Legal-tech)는 법률(Legal)과 기술(Technology) 결합어다. 법률과 관련된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개발된 정보통신기술(ICT)을 말한다. 그러나 업무의 편리함, 신속성, 전자화 등이 전부는 아니다. 

초기 리걸테크는 법령·판례 검색 등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기술을 지칭했다. 최근엔 ICT 활용과 관련된 새로운 형태의 법률서비스를 총칭하는 의미로 확장됐다. 디지털포렌식(Digital Forensic)과 전자증거개시(E-Discovery)를 활용한 전자소송제도는 리걸테크의 대표적인 사례다. 기업 인수합병(M&A)에서 활용하는 가상데이터룸(VDR), 인공지능(AI) 변호사 등도 법률 시장의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실제 인간과 AI의 보험사건 분쟁조정 결과 예측 싸움에서 AI가 승리하기도 했다. BBC 보도에 따르면 ‘케이스 크런쳐 알파'라는 프로그램이 영국 굴지의 로펌 변호사 100명을 이겼다.

미국의 AI ‘로스(ROSS)’는 초당 10억쪽의 법률 문서를 검토·분석해 의뢰자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범죄 사실과 범인의 구체적 신상정보를 통해 재범률을 분석해주는 AI ‘컴퍼스(Compas)’도 있다. 영국의 챗봇 ‘두낫페이(DoNotPay)’는 주차위반 과태료에 대한 이의신청사건을 도와주는 리걸로봇으로 활약하고 있다.

앞으로 리걸테크는 법률 시장에서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우선 인간이 AI 정보량을 따라갈 수가 없다. 실례로 한 로펌이 고객 회사 서버 6대와 PC 6대의 서류를 전부 출력하니 A4용지로 약 20만장, 거의 2t 트럭 2대 분량의 문서가 나왔다. 환경이 변하고 법률체계가 고도화하면서 다루어야 할 문건이 많아졌다. 

법률 시장이 과포화되고 있는 점도 이를 더욱 가속한다. 현재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된 변호사수는 2만여명에 달한다. 변호사수의 인위적인 조절은 법률시장이 직면할 문제를 해소할 본질적인 방법이 될 수 없다. 법률서비스도 새로운 기술 수급이 불가피한 것이다.

리걸테크는 이에 대한 해답이 될 수도 있다. 법률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은 일상생활에서 직면하는 생활법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플랫폼이다.

개인간 혹은 소규모 분쟁이 늘어나면서 ‘타이니로(Tiny Law)’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인터넷 홈페이지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생활법률 문제 해결에 적합한 변호사를 찾아주는 서비스도 대중화하고 있다. AI를 활용해 온라인으로 사건 해결에 필요한 법률과 판례를 효율적으로 검색하고 법률 자문과 전략을 수립해주는 또 다른 법률서비스 수요도 생겨나고 있다. 

지난해 비트코인 광풍은 법률서비스가 4차산업혁명 시대의 변화에 성공적으로 대처하는 데 하나의 단서가 될 수 있다. 가상화폐는 개인간거래(P2P) 네트워크에 기반을 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금융시스템이다. 은행을 거치지 않고도 거래할 수 있고, 은행을 통한 고비용의 보안시스템이 필요하지 않다.

블록체인 기술은 사람들에게 기존 은행시스템 존재에 의문을 갖게 했다. 이런 금융업계 변화는 특유의 폐쇄성으로 기술 활용에 소극적이었던 법조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법률서비스의 질적 향상과 새로운 시장 개척, 법률 소프트웨어 개발 등을 위해 법조계도 4차산업혁명에 따른 필연적인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 최근 법제처의 AI 구축 프로젝트를 통해 알 수 있듯 리걸테크는 법률시스템 변화의 중심 흐름이 되고 있다. 이에 발맞춘 관심과 투자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실정이다.

피할 수 없는 파도가 머지않아 밀려올 것을 기억해야 한다. 변화라는 파도에 휩쓸려 부서질 것인지 그 파도 위에 올라타고 갈 것인지를 선택하는 것은 법조계 몫이다.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