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의 법률이야기] 성희롱,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 프린트
  • 글씨작게
  • 글씨크게
지난해 말 서울 소재 유명사립대학의 A교수가 자신이 가르치는 여학생들을 지속적으로 성희롱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A교수가 룸살롱의 이른바 ‘초이스’란 상황을 연상케 하는 방식으로 조모임을 구성하도록 했다. 종강 뒤풀이 술자리에서 ’술자리에 여학생이 없으면 칙칙하다‘며 각 테이블에 여학생을 1명씩 앉혔다”는 것이었다.

지역의 중소기업에 다니는 여성 회사원 B씨는 같은 회사를 다니는 상사에게 만나자는 등의 문자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받은 후 견디기 어려워 결국 퇴사했다. B씨는 "회사에 성희롱으로 신고하면 신고자가 알려지거나 보복인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결국 회사를 나왔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성희롱은 학교 뿐 아니라 직장, 회식 장소, 단체 채팅방 등 많은 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주로 아는 사람에 의한 피해라는 점에서 피해자는 더욱 극심한 심리적 상처와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반드시 근절되어야 할 성희롱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자.

우선 성희롱과 성추행, 성폭행, 성폭력은 어떻게 다를까

성추행이란 ‘폭행이나 협박’을 수단으로 ‘추행’을 하는 행위를 일컫는다(명확환 법률 용어는 ‘강제추행’). 성폭행이란 성추행보다 한 단계 강도가 센 행위이다(명확한 법적 용어는 ‘강간’과 ‘강간미수’). 즉 폭행 또는 협박을 통해 강제로 신체 접촉을 해서 강간하거나 강간하려고 하는 행위를 말하고, 성폭력 중 가장 엄중한 처벌을 받는다. 그리고 성추행과 성폭행은 형법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과 같은 특별법에서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다. 성폭력이란 성추행, 성폭행, 성희롱을 모두 아우르는 성에 관련한 범죄를 뜻한다.

성희롱이란 성추행이나 성폭행과 달리 형법이 아닌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에서 규율하고 있다. 정확한 법적 용어는 ‘직장 내 성희롱’으로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내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고용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을 말한다. ‘직장’ 내 성희롱을 고용관련법에서 규제하는 의미는 근로자가 성희롱 없이 일한다는 것은 예외적인 것이 아니라 누려야 할 직장환경이기 때문이다.

성희롱의 태양은 크게 ‘육체적 성희롱’, ‘언어적 성희롱’, ‘시각적 성희롱’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육체적 성희롱은 비교적 구분하기가 쉽다. 입맞춤, 포옹, 백허그 등 신체 접촉이나 가슴, 엉덩이 등 신체부위를 만지는 행위, 안마나 애무를 강요하는 행위 등이 해당하고, 이러한 행위들은 동시에 성추행에도 해당할 수 있다.

언어적 성희롱은 판단하기가 다소 어렵다. 음란한 농담,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나 평가, 성적 관계를 강요하거나 회유, 회식 등에서 술을 따르도록 강요, 성적 사실관계를 유포하는 행위들이 이에 해당할 수 있다.

시각적 성희롱은 음란한 사진, 그림, 낙서 등을 보여주는 행위, 자신의 특정 신체부위를 고의적으로 노출하거나 만지는 행위, 외설적인 글을 보게 하는 행위, 음란한 몸짓이나 손짓 등을 말한다.

성희롱이 발생하면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우선 성희롱은 전적으로 행위자의 잘못이지 피해자의 탓이 아니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성희롱은 가부장적, 권위주의적, 성차별적인 조직문화나 왜곡된 직장 내 권력관계 속에서 발생한 행위자의 불법행위일 뿐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다. 성희롱 피해를 당할 경우 당황스럽고 분노하여 침착하기가 어렵겠지만, 사건에 대한 객관적 사실을 육하원칙에 의거하여 기록하고 카카오톡 문자, 이메일, 전화통화내역, 목격자 등 관련 자료 등을 확보하는 것이 좋다.

성희롱 발생시 행위자와 사업주는 어떠한 불이익을 받게 될까.
행위자에 대한 형사처벌규정은 명확치 않으나, 사업주가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시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고, 사업주가 직접 직장 내 성희롱을 한 경우에는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받을 수 있다.

형사처벌규정이 명확치 않다고 하더라도 행위자를 반드시 처벌 못하는 것은 아니다. 직장 내 성희롱 행위가 다른 성범죄와 구별이 명확하지 않거나 성희롱 행위가 동시에 다른 성폭력에도 해당될 수 있기 때문에 강제추행죄, 모욕죄, 강요죄 등의 죄책을 지는지의 구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그 외에도 피해자는 고용노동부에 진정이나 고소, 고발이 가능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할 수도 있고, 행위자와 사업주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

한편 여전히 성희롱 이슈가 제기되면 여자만이 피해자라고 생각하고, 여자 VS 남자 대립 문제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부분도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2017년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표한 ‘직장 성희롱 및 폭력 분석’ 자료에 따르면 ‘최근 6개월 이내 성희롱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한 남성은 22%로 집계됐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되는 남성 성희롱 피해자도 증가 추세라고 한다. 남성의 경우 신고를 해도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많고, 오히려 남성을 가해자로 몰아가는 경우도 있다. 고정된 성역할 때문에 남자가 더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남녀 모두를 보호하는 성희롱 예방 정책과 함께 사회 전반적인 인식개선의 필요가 절실하다.

여성가족부가 3년에 한 번씩 실시하는 ‘직장 내 성희롱 실태조사’(2015년)에서 성희롱 피해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의 78.4%가 ‘참고 넘어갔다’고 답했다. 왜 그 많은 피해자들은 참고 넘어갈 수 밖에 없었을까? ‘나도 성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고 SNS에 해시태그((#미투, #Metoo)를 붙여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용기를 낸 피해자는 당연히 응원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무조건 성폭력 피해를 말하라고 하기 전에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먼저다.
 

[사진=법무법인 명경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