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쟁점] 장애물 세워놓아 차 못빼게 만든 굴삭기 운전자... 法 “재물손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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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지난 4월 28일 한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 '아파트 무단 주차 참교육'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나는 아파트 입주민”이라며 “몇 주 전부터 아파트 중앙 차로 소방차 전용 구역에 외부인이 자신의 승용차를 무단 주차 하고 있다. 관리실에서 해당 차주한테 연락해 차량 이동을 요청했지만 차주는 막무가내로 계속해서 주차를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 (아파트 입주민) 의인이 본인 차량으로 해당 차량의 앞뒤를 봉쇄하고 참교육을 시전했다. 참교육 하루 만에 해당 차주는 (소방차 전용 구역에 주차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 차량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이 글을 본 누리꾼들은 대체로 “완전 속이 시원하다. 주차할 곳이 없으면 유료 주차장을 가야지 왜 남의 아파트 주민들에게 폐를 끼치나”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앞으로 이와 같은 ‘무단 주차 참교육 후기’는 인터넷 게시판에서 보기 힘들어질 전망이다.

지난 24일 “주차된 차 앞뒤로 장애물을 설치해 (차량을) 운행할 수 없도록 했다면 재물손괴죄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7월 굴삭기 기사인 배모씨는 서울 노원구에 있는 한 공장 인근 공터에 평소 자신이 굴삭기를 주차하는 곳에 다른 승용차가 주차가 된 것을 보고 화가 난다는 이유로 주차된 승용차 앞과 뒤에 무거운 콘크리트 구조물과 굴삭기 장착 부품을 바짝 붙여 세워뒀다.

같은 날 오후 승용차 주인인 A씨는 자신의 승용차를 가지러 갔지만 차 앞뒤로 세워져 있는 장애물 때문에 차를 뺄 수 없었다. 배씨와 연락할 방법이 없었던 A씨는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도 장애물을 치울 방법이 없었다. 그 결과 A씨는 다음날 오전 7시 경 배씨가 현장으로 와 굴삭기 부품을 제거하고 나서야 겨우 자신의 승용차를 가지고 갈 수 있었다.

검찰은 배씨에게 재물손괴 혐의를 적용한 다음 재판에 넘겼다.

형법 제366조는 다른 사람의 물건을 부수거나 숨기는 행위 또는 기타의 방법으로 물건이 가진 본래의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게 만들어 효용을 해한 사람에게 3년 이하의 징역이나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동안 대법원은 재물의 효용을 해하였는지 여부를 각 개별 사건마다 재물의 본래 용도와 기능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사회 통념에 따라 판단해 왔다.

실제로 대법원은 “잔금을 못받았다”며 문을 수동으로만 열리도록 만든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자동문 설치업자에게 “자동문을 쓸모없게 한 것”이라며 재물손괴를 인정한 바 있다. 반면 건물에 계란을 던진 집회 참가자들에게 “그 정도로는 건물이 쓸모 없어지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한 경우도 있었다.

이 사건을 담당한 1심 재판부는 “배씨가 장애물을 설치했다고 하더라도 그것 때문에 승용차 자체의 형상이나 구조, 기능 등에 아무런 장애가 없으므로 재물손괴죄로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배씨는 단지 A씨의 승용차 앞뒤로 장애물을 세워 놓아 승용차를 움직일 수 없도록 한 것일 뿐 A씨의 승용차를 직접 부수거나 숨겨서 운행을 못 하도록 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담당 항소심 재판부는 “재물손괴죄는 (형법 제366조에 규정된 문언에 따라) 재물을 기타의 방법으로 효용을 해하는 경우에도 성립한다”며 배씨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일시적이긴 하지만 배씨가 A씨의 승용차 앞뒤로 설치한 장애물 때문에 A씨가 승용차의 본래 목적에 맞게 운행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도 “배씨가 제거하기 힘든 장애물을 세워두는 방법으로 A씨의 차량에 유형력을 행사해 피해 차량을 운행할 수 없게 해 일시적으로 차량 본래의 효용을 해했다”며 배씨에게 벌금 5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