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채 떠다니는 고래 어획·판매도 규제된다…해수부, '고래자원 관련 시행령' 개정해

'우연히 그물에 잡힌 고래' 또한 규제 대상…앞으로 위판 조건 까다로워져

해수부, "고래 어획 규제 강화는 세계적 추세에 따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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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동해해경이 밍크고래의 불법 포획 흔적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

죽은 채 바다를 표류하는 육중한 고래는 어민들에게는 커다란 행운이었다. ‘바다의 로또’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2011년 시행된 ‘고래자원의 보존과 관리에 관한 고시’는 작살 같은 도구를 사용하는 등 고의적으로 고래를 포획하는 행위를 금지했지만, 좌초·표류하는 고래나 혼획(그물에 함께 잡히는 경우)되는 고래에 대해서는 시장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잡힌 고래는 최소 2천만원을 상회한다. 그러다보니 어민들에게 고래는 며칠 간의 조업 수익을 채워줄 '요주의 관찰 대상'이었고, 환경 관련 시민단체들은 어민들이 표류나 혼획을 빙자해 고래를 불법 포경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울산고래고기 사건’도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12일 시행령 개정, 좌초·표류하는 고래의 위판 금지된다

12일 해양수산부가 고래자원의 보존에 관련한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이처럼 죽은 채 표류하는 고래를 판매할 수 없게 됐다. 이날 해수부는 지금까지 허가됐던 좌초·표류하는 고래를 위판하거나 유통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시행령을 제정, 당일부터 시행했다. 이에 따르면 앞으로 어민들이 죽어있는 고래가 떠다니는 것을 국내 수역에서 발견해 채취하더라도 이를 판매하거나 유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개정된 시행령은 이렇게 취득한 고래를 원칙적으로 폐기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혼획된 고래의 위판도 더욱 엄격해질 예정이다. 기존 시행령을 혼획을 ‘어로활동 시 부수적으로 어획된 것’이라고 규정하며 해양보호생물종으로 지정되지 않은 혼획된 고래의 경는 시장에서 위판·유통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시행령 개정에 따라 혼획의 조건이 엄격해져 면허나 허가를 받은 어업의 조업 과정에서 혼획된 고래만이 유통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됐다. 적법한 조업 중 불가피하게 혼획된 경우가 아닌 고래는 폐기돼야 한다.
 
해수부 "시행령 개정은 미국 해양포유류법에 조응한 것"

해수부는 △최근 국제사회에서 고래류 보호에 대한 규제가 더욱 강화되고 있는 추세 △고래 위판 허가로 불법포획이나 의도적인 혼획이 유도된다는 시민사회의 지속적 비판을 시행령 개정의 배경으로 설명했다.

나아가 해수부의 시행령 개정은 미국해양대기청(NOAA)의 까다로운 평가 기준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로 알려졌다. 미국은 자국 내 고래류의 혼획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더해 2017년 해양포유류보호법 개정을 통해서는 해양포유류의 사망 또는 심각한 부상을 일으키는 어획기술로 포획된 수산물이나 수산가공품의 수입을 2023년 1월부터 전면 금지토록 했다.

미국의 해양포유류보호법 개정안은 국내 어민들의 생계와도 직결된 문제다. 예를 들어 한국이 안강망 어업으로 상괭이(국내 토종 고래)를 혼획한 경우 앞으로 적절한 혼획 저감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강망 어업을 통해 어획한 한국과의 모든 수산물과 수산가공물의 수입을 제한하도록 했다.

정부는 앞으로도 고래 보호에 관한 법률을 강화할 계획이다.  한국은 현재 토종 돌고래인 상괭이를 비롯해 남방큰돌고래 등 고래류 10종을 해양보호생물종으로 지정하고 있다. 해수부는 이에 더해 연내 범고래, 흑범고래 등 2종을 추가 지정할 계획이다. 또한 내년부터는 큰돌고래, 낫돌고래, 참돌고래, 밍크고래 등 4종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지정할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와 같은 해양보호생물에 대해서는 포획·보관·위판·유통 등이 전면 금지된다. 

해수부는 해양보호생물종 지정 확대에 따른 어민들의 피해보상에 관한 연구용역을 다음달 발주할 계획이다. 어민들이 조업 중 혼획한 밍크고래는 수천만 원을 상회한다. 울산과 포항 등에서 120개 안팎의 음식점들이 고래고기 영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이들의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정부는 어민 지원 방법을 강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