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산책] 데이트 폭력, 그 심각성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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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미  변호사
입력 : 2021-03-20 20:00
수정 : 2022-06-04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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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미 변호사


몇 년 전부터 점차 더 심각해지고, 많아지겠다고 우려했던 형사 사건이 '데이트폭력'이다. 사이버와 전자장치들 진화로 인해 고도로 치밀해진 데이트폭력 사건들은 결국 살인으로 귀결돼 뉴스에서 보게 되고는 한다.

데이트폭력 신고 건수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그에 따른 피해자도 지속해서 늘고 있다. 처음 데이트폭력이 이뤄지면 범죄 특성상 데이트폭력임을 인지하지 못하고 신고나 도움을 요청하는 데 소극적인 경우가 많다. 자신이 데이트폭력 피해자임을 받아들이기도 쉽지 않다는 특성도 있다.

데이트폭력은 데이트 관계에서 발생하는 언어적·정서적·경제적·성적·신체적 폭력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폭언·욕설과 행동에 제약을 가하며 감시·통제하는 것 △죽이겠다고 협박하거나 자살하겠다고 위협하는 것 △친구와 가족 등 주변 사람을 위협하는 것 △성관계 사실과 데이트 비용을 빌미로 만남을 강요하고 협박하는 것 등이다. 정신적 괴롭힘·갈취·강제추행·강간·폭행·가택침입·상해·감금·납치·살인미수 등도 포함한다.

데이트 관계란 좁게는 연애를 목적으로 만나고 있거나 만난 적이 있는 사이, 넓게는 맞선·부킹·소개팅·채팅 등 다양한 방법으로 발전 가능성을 인정하고 만나는 관계까지 포괄하며 소위 말하는 '썸 타는 관계'까지를 말한다.

데이트폭력은 가정폭력과 마찬가지로 단 한 번 폭력으로 끝나지 않고 오랜 기간 폭력에 노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리면서도 사랑한다고 말하는 기이한 가해자의 반복적 행동조차 사랑으로 용인하는 사례도 많다. 그래서 피해자들은 '그 행동 하나만 빼면 참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나, 자신이 그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해 폭력에서 벗어나는데 어려움을 주기도 한다.

또한 데이트폭력은 이어질수록 폭력 강도가 점점 심해지는 경향이 있으며, 피해자는 가해자와 연인 관계라는 특성상 심각한 위협을 느끼기 전에는 신고나 도움을 요청하는 데 소극적인 사례가 대다수다.

실제로 데이트폭력은 피해 발생 후에도 관계가 유지돼 지속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에 다른 폭력 사건보다 더욱 심각하다. 심한 경우 성범죄는 물론이고 살인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아주 심각한 범죄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경찰청에서 받은 데이트폭력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4년부터 2019년 8월까지 데이트 폭력 가해자는 총 4만2629명, 연평균 1만1624명에 달했다.

데이트폭력 피해자는 4만4064명으로, 이 중 여성이 전체의 71.8%인 3만1634명이었다. 연도별로는 2016년 8639명에서 2017년 1만1737명, 2018년 1만4211명, 2019년 8월 기준으로 9477명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가해자 나이는 20대가 1만4638명(34.3%)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30대 1만990명(25.8%), 40대 8262명(19.4%), 50대 5811명(13.6%), 60대 이상 1638명(3.8%), 10대 1281명(3%) 순이었다.

가해자 재범 현황을 보면 초범이 1만2998명으로 전체의 30.5%였다. 5범 이상은 29.8%, 10범 이상인 경우는 12.5%에 달했다. 결국 데이트폭력은 재범률이 굉장히 높은 심각한 범죄인 것이다.

그러나 데이트폭력은 연인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수사기관 등도 단순 애정 문제로 인식, 개입을 자제하려는 경우가 잦다. 실제 지난 3년간 데이트폭력으로 형사 입건한 사람 가운데 실제 구속에 이른 가해자는 총 1259명으로 전체 인원(2만8915명) 중 4.4%에 불과했다. 무엇보다 이렇게 심각한 범죄임에도 가해자 형량이 가벼운 게 큰 문제다.

미국은 1994년 제정한 여성폭력방지법(Violence Against Women Act)을 통해 데이트폭력을 여성에 대한 폭력의 일환으로 규정했다. 특히 가정폭력에 적용하던 '보호명령' 제도를 스토킹 행위나 데이트폭력으로 확대 적용하면서 범죄 예방과 피해자 보호에 주력해왔다.

영국은 남자친구 전과를 조회할 수 있는 '가정폭력 정보공개제도', 이른바 '클레어법(Clare’s Law)'을 시행 중이다. 클레어법 목적은 데이트 관계에 있는 당사자가 상대방 전과 기록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관계 지속여부를 결정하게 하는 데 있다. 정보공개는 기초조사-대면면담-종합위험성 심사 등 단계를 거친 후, 지역정보공개결정위원회 심의를 거쳐 필요성을 인정받을 때만 이뤄진다.

일본은 가정 내 폭력 또한 범죄라는 인식이 형성되면서 2001년 'DV(Domestic Violence·가정폭력)방지법' 이후 2004년과 2007년, 2013년 총 세 차례에 걸쳐 개정했다. 개정을 통해 폭력 유형을 신체적 폭력에서 정신적·성적 폭력으로 확대하고, 경제적 폭력과 자녀를 이용한 폭력도 인정했다. 폭력뿐 아니라 협박 행위도 보호명령 대상에 포함하고, 가해자의 직접적 접근은 물론 전화·팩스·이메일 등으로 접근하는 행위도 접근금지 명령 대상으로 삼을 수 있게 했다. 마지막으로 가정폭력 범위에 데이트 상대까지도 포함해 이 법을 적용하게 했다.

우리나라는 다양한 교육·홍보로 데이트폭력 실태와 예방을 알리는 게 중요하다. 신고하면 가해자가 강력하게 처벌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피해자에게 주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제정 작업 중인 노력들이 잘 다듬어져서 입법을 통해 데이트폭력 피해자의 보호와 안전을 지키는 게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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