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전문기자의 이슈 톺아보기] 관리비 보증금 반환 나홀로 소송 도전기

  • [장변의 로컨테이너] 인천지방법원 2020가소470788 사건 각색
info
입력 : 2021-03-16 03:00
수정 : 2021-03-16 03:00
프린트
글자 크기 작게
글자 크기 크게
'58만1000원.' 2015년 4월 인천 남동구 소재 상가건물의 임차인으로 들어가면서 관리인에게 지급했던 관리비 보증금이다. 당시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면서 부수적으로 관리비 보증금은 계약만료 후 돌려받기로 약정했다. 2020년 4월 계약이 끝나자 원상회복을 한 뒤 소유자에게 임차물을 돌려줬다.

관리비 보증금도 돌려받으려고 관리 사무실을 찾았다. 관리실 관계자는 “그동안 관리인이 바뀌었다. 내가 돌려줘야 하는 돈이 아니니까 기존 관리인한테 받으라”고 말했다. 이에 전 관리인 A 주식회사에 연락을 했다. 예상대로 연락이 닿지 않았다. 내용증명도 보내봤지만 반송되기 일쑤였다. 지금도 운영을 하는 법인인지조차 확인할 수 없었다. 어렵사리 수소문 끝에 당시 A 회사의 경리로 일하던 B씨와 통화가 됐다. B씨는 “당시 지급한 보증금은 A 회사의 인건비 등으로 충당됐기 때문에 돌려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58만1000원. 소액이라 그냥 넘어갈까도 생각했지만 괘씸했다. 돈보다도 감정이 너무 상했다. 내가 낸 보증금이 인건비로 쓰였다는 사실은 금시초문이었고, 실제 그렇게 집행됐는지도 확인할 길이 없었다. 게다가 보증금은 관리비 미납의 경우를 대비해 지급한 것이었는데, 다른 용도에 충당됐다는 것도 납득할 수 없었다.

우선, 변호사 사무실을 찾았다. 여러 곳에서 상담을 받았지만 수임료 문제로 변호사를 선임할 수 없었다. 58만1000원을 받고자 그 이상을 쓸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나 홀로 소송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렇다고 100% 모든 것을 나 혼자 진행하기에는 무리였다. 부분적으로라도 변호사의 조력이 필요했다. 그래서 소장 작성만 변호사에게 의뢰하고 나머지는 직접 해 보면서 궁금한 점에 대해만 변호사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간단한 사건이라고 판단, 이 정도면 혼자서도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재판은 선고기일을 포함해 총 4차례 열렸고, 준비 기간까지 포함하면 6개월 정도 걸렸다.

처음 법정에 갈 때는 너무 떨렸다. 가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사항에 대해 질문을 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등 걱정이 너무 많았다. 막상 법정에 가보니 나처럼 나 홀로 소송을 하는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오히려 소액소송에 변호사가 나오는 경우가 드물었다. 판사님도 개인들이 진행하는 사건임을 감안해 친절히 설명해 주셨고, 필요한 증거들을 제출하라고 일러 주셨다.

그래도 절차상 어려움은 있었다. 주소 보정명령, 인지대·송달료 보정명령, 기일변경신청 등 막막했다. 이럴 때는 소장 작성을 부탁했던 변호사 사무실의 도움을 얻어 해결했다.

2021년 2월 4일 오후 1시 50분. 법원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법정에 들어갔다. 선고기일이라 출석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사님 말씀이 있었지만 일부러 갔다.

두둥. 판사님은 “피고는, 원고를 비롯한 이 사건 건물의 임차인들로부터 지급받은 관리비보증금을 직원 급여, 운영비 등에 충당하였으므로 원고의 청구에 응할 수 없다고 주장하나, 관리비보증금은 관리비 미납 시 이에 충당할 목적으로 지급받은 것으로서 피고가 임차인들의 동의 없이 마음대로 다른 목적에 사용할 수 없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며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하며 58만1000원을 원고에게 지급하라는 주문을 낭독했다.

너무 기뻤다. 게다가 소액 사건은 판결 이유를 생략하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는데, 친절하게 판결 이유까지 설명해 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다음 날 58만1000원이 계좌에 들어왔다.
 

[사진 = 판결문]

후원계좌안내
입금은행 : 신한은행
예금주 : 주식회사 아주로앤피
계좌번호 : 140-013-521460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