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로 보는 세상] 이주노동자 터미널 화재 무죄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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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가 가연물질이 있는 장소 가까이에서 담배를 피웠고, 위 가연물질을 향해 담배 불똥 부분을 수회 털었으며, 담뱃불을 제대로 끄지 아니하고 담뱃불이 완전히 꺼졌는지 확인하지 아니한 채 불이 붙기 쉬운 나무 팔레트, 나뭇잎, 쓰레기 등이 있는 곳으로 담배꽁초를 버렸고, 그 이후에도 그 불씨가 완전히 꺼졌는지 여부를 확인하지 아니하고 그대로 근무지로 들어 가버린 중대한 과실로, 이주노동자가 버린 담배꽁초에 남아있는 불씨에서 위 나무 팔레트 하단부에 있는 나뭇잎, 쓰레기 등에 불이 옮겨 붙게 되었고, 그 불이 위 나무 팔레트, 재활용품 분리수거함으로 옮겨간 후 그곳 앞에 주차된 차량 등에 차례로 옮겨 붙고 위 군포터미널E동 건물 전체에 불이 번지게 되었다는 중과실 혐의로 기소된 사안에서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먼저 법원은 담뱃물의 특성을 판시하면서 “담뱃불과 같은 무염화원은 가연물과 접촉 즉시 발화하지 않고 수분에서 길게는 10시간 뒤에도 발화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고, 증인의 증언에 의하면 1시간에서 3시간 사이에 발화하는 경우가 약 55%로 가장 많다.”라고 하면서 “그런데 이 사건 당일 발화시점으로부터 3시간 전부터 발화시점 사이에 피고인 외에도 네 사람(갈색머리 외국남성, 청색자켓 외국남성, 초록 두건을 쓴 남성)이 이 사건 발화지점 부근에서 수차례 담배를 피거나 담배꽁초를 버린 사실을 알 수 있고, 위 사람들은 모두 발화시점으로부터 1시간 사이에도 흡연하였는바 발화원인을 판단함에 있어 피고인의 흡연시각과 유의미한 차이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또한 위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는 조사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는바, 앞서 본 사실만으로는 이 사건 화재가 피고인이 버린 담배꽁초로 인한 것이라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법원은 “피고인은 담뱃불을 모두 털고 필터만을 던진 것이라고 진술하고, 피고인이 담배꽁초를 버리는 장면(영상에서 불씨는 확인되지 아니함) 외에 담배꽁초를 터는 모습은 카메라 각도에 의해 촬영되지 않았으며,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발화지점에 화재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다른 담배꽁초들이 있었는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담배꽁초에 불씨가 남은 상태로 발화지점에 버렸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하여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무죄라고 판결하였습니다.

풍등화재의 경우 이주노동자가 경찰 조사과정에서 자백을 강요한 진술거부권 침해가 있었다고 국가인원위원회가 판단하는 등 논란이 있었다는 언론기사가 있었습니다. 특히나 이주노동자의 경우 그 조사과정에서 우리 사법체계와 언어 등에서 익숙하지 않아 약자일 수밖에 없고, 법적 조력을 받을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그에 따라 사건의 책임자가 별도로 있음에도 모든 책임이 전가되는 경우가 발생하기 쉬운 것이 현실입니다.

이번 판결의 경우 법리에 따라 무죄가 나온 것이 일응 환영할 판결입니다. 다만 이번 사건의 경우 수사과정에서 다른 혐의자에 대한 수사가 이루어지지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무리한 기소라는 점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이주노동자의 경우 수사과정에서 무죄추정원칙,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등 기본적인 인권이 보장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사진=박삼성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