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징역 가능했던 전과 18범 조두순... 12년 만에 출소할 수 있었던 이유는?

검찰의 잘못된 법 적용과 항소 기준-법원의 '주취 감형' 인정이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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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주경제]
 

한국에서 가장 악명 놓은 강간범 조두순(68)이 지난 12일 출소했다.

조씨는 여덟 살 여아를 납치해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 2009년 9월 대법원은 조씨에게 징역 12년 형을 확정하고, 7년 동안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할 것과 5년 동안의 신상정보 공개를 명령했다.

이를 두고 “국민 대다수가 동의하지 못할 극소 형량이다”라는 논란의 목소리가 높았다.

조씨가 저지른 혐의에 비해 가벼운 처벌이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검찰의 “잘못된 법 적용”과 검찰 내부의 “관행”이 문제점으로 꼽힌다.

사건 발생 5개월 전인 지난 2018년 7월 성폭력처벌법은 13세 미만 미성년자에게 강간 상해를 저지른 사람을 최대 무기징역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개정되었다. 때문에 경찰은 조두순에게 형법상 강간상해죄가 아니라 형량이 더 무거운 성폭력처벌법상 강간상해 혐의를 적용한 뒤 ‘기소의견’으로 지난 2018년 12월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당시 조씨 사건을 담당한 수원지방검찰청 안산지청은 조두순에게 성폭력처벌법이 아닌 형법상 강간상해 혐의를 적용해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에 넘겼다. 우리나라 형사법정의 심판대상은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로 한정된다. 다른 죄가 있더라도 공소장에 기재되지 않은 사실은 재판의 대상이 되지 않고, 공소장에 기재되지 않는 죄명으로 재판을 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때문에 담당 법원 마음대로 성폭력처벌법에 규정된 죄명으로 변경해 재판을 할 수도 없었다.

또 검찰은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공소장 변경을 통해 잘못된 법 적용을 바로잡지 않았다. 공소장 변경이란 검사가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법원의 허가를 얻어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또는 적용법조)을 추가, 철회, 변경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공소사실은 공소장에 기재된 범죄사실을 뜻한다.

검찰이 적용한 형법상 강간상해의 법정형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인 반면 성폭력처벌법상 13세 미만 미성년자에 대한 강간상해는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으로 하한이 더 높았다. 또 이 사건 피해자는 사건 당시 12세 8개월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왜 조씨에게 성폭력특별법보다 형량이 가벼운 형법상 강간상해죄 혐의 적용을 고집하고, 조씨의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담당 재판부에 공소장 변경을 신청하는 절차를 밟지 않았을까?

이에 대해 이건주 당시 안산지청장은 지난 2009년 12월 12일 열린 서울고검과 산하 9개 지방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성폭력특별법이 개정되기 전에는 13세 미만 미성년자에 대한 강간상해 법정형에 무기징역이 빠져 있어 오히려 형법을 적용하는 것이 더 무겁게 처벌됐다”며 “이전 관례에 따라 처리하다보니 착오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담당 검사가 성폭력특별법이 개정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단지 검찰 내부의 관행에 따라 조씨의 혐의에 대해 형법을 적용했다는 취지다. 

게다가 재판 과정에서 조씨는 “술을 마시고 다녔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라며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 감경을 주장하는 등 적극적으로 자기 방어에 나섰다. 당시 조씨의 "술을 마셨다"는 주장을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었기 때문에 검찰이 충분히 따지고 들면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런데도 검찰은 조씨의 취중감경 요소를 뒤엎을 노력을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조씨는 1심에서 징역 15년형이 선고됐다.

그러나 조씨는 “1심 형량이 무겁다”며 항소했고 항소심에서 조씨가 범행 당시 만취상태였다는 이유로 심신미약이 인정돼 징역 12년형으로 감형 받은 후 상고심에서 2심과 같은 징역 12년 형이 그대로 확정됐다.

이른바 ‘불이익 변경 금지의 원칙’이 적용돼서다. 불이익 변경 금지의 원칙이란 “피고인만 항소한 경우 항소심에서는 피고인에게 원심보다 더 불리하지 않게 판단해야 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때문에 검찰도 같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해야만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의 적용을 피할 수 있지만 당시 담당 검찰은 항소를 포기했다. "형량이 관례상 상해죄 기준에 적당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한상대 당시 서울고검장은 같은 날 국정감사에 출석해 “조씨가 범행을 완강히 부인하던 상황이어서 유죄를 받았다는 것에 집착해 양형에 대한 생각이 부족했다”며 “앞으로 철저히 감독하겠다”고 밝혔다.

대법원 선고 이후 “법 적용이 잘못됐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검찰은 사건을 수사한 검사들을 감찰했다. 당시 대검찰청 감찰위원회는 “법 조항을 잘못 적용해 법률전문가로서 검사의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고 피해자가 동일한 조사를 두 번이나 받게 하는 등 아동 성폭력 피해자 보호에 만전을 기하지 못한 잘못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사 검사에게는 ‘주의’ 처분만을, 항소를 포기한 공판검사와 안산지청장 등은 “업무상 과실이 없다”는 이유로 아무런 징계를 내리지 않았다.

또 이른바 ‘주취감형’ 제도도 조씨의 빠른 출소에 한몫했다.

‘주취감형’ 제도란 만취 상태로 범행을 저지른 사람에게 심신미약을 이유로 감형하는 것을 말한다. ‘심신미약’이란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 결정 능력이 미약한 상태를 말한다.

조씨의 범행 당시 형법 제10조 제2항은 심신장애로 인해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고 규정해 심신미약이 인정되면 형법 제55조에 따라 사형과 무기징역형을 선고할 수 없고, 해당 범죄의 법정형을 의무적으로 1/2 감경한 범위 내에서 선고해야만 했다. 그 결과 담당 재판부는 조씨가 주장한 ‘만취 상태’를 형법에 규정된 심신미약 상태라고 보고 당시 시행 중인 형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조씨의 형을 줄여준 것이다.

현재 형법 제10조 제2항은 조씨가 무기징역에서 징역 12년으로 감형을 받을 수 있게 한 핵심 조항이라는 비판을 받아 ‘형을 감경할 수 있다’로 개정해 시행 중이다.

당시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조씨에게 주취감형이 적용되자 “이를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다.

실제로 지난 2017년 11월, 아동을 잔혹하게 성폭행한 조두순이 2020년 12월 출소 예정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주취감형 폐지를 건의하는 청원이 올라와 21만 6774명의 동의를 얻은 바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조씨 사건으로 인해 음주 또는 약물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에서 성범죄를 범한 경우 감경규정을 적용하지 않도록 법이 개정됐다”며 “형법 제10조 제2항은 일반적인 감형규정이기 때문에 이를 바로 폐지하는 것은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현재 음주 또는 약물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에서 성폭력범죄를 범한 경우 주취감형을 적용하지 않는 것을 골자로 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지난 2010년 개정돼 시행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취감형 제도에 대한 폐지 목소리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청와대가 언급한 내용은 성폭력범죄에만 적용될 뿐 일반적인 형사사건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현재까지도 일반 형사사건의 경우 범행을 저지른 사람이 “술에 취해 범행사실이 기억나지 않는다”며 감형을 받으려는 시도가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해외에서는 주취 감경을 인정하지 않거나, 도리어 주취 정황이 가중처벌의 원인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미국이나 영국의 경우 주취는 감형의 사유가 될 수 없다는 원칙이 확고하다. 프랑스는 음주 또는 마약 복용 후 일어나는 범죄 중 폭행과 성범죄 등에 대해서는 오히려 형을 가중하고 있다.

중국도 주취감경을 애초에 인정하지 않고 있다. 중국 형법 제18조 4항은 “주취자가 죄를 범한 경우라도 마땅히 형사책임을 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한국과 같이 심신미약을 이유로 감경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긴 하다. 그러나 심신상실 상태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많은 증명이 필요하고 절차상으로도 엄격하다. 설사 심신미약이 인정되더라도 피고인이 사회로 나올 수 있는 경우는 없다. 형기를 마쳐도 증상이 사라지지 않으면 치료감호 등 보안처분(교육이나 보호 등 형벌 이외의 형사제재)으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독일의 치료감호는 기간 제한이 없어 위험이 사라질 때까지 가능하다.

이에 대해 군나르 두트게 독일 괴팅겐대 교수는 “피고인이 음주를 이유로 심신미약을 주장하는 것은 독일에서 불가능한 일”이라며 “독일 형법상 술을 마신 후 범죄 행위를 하면, 술을 마신 행위가 이후 행위에 영향을 미쳐 과실 범죄로 인정되기 때문에 피고인이 형사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 음주는 심신미약으로 인한 책임 무능력 상태가 아니라, 오히려 그의 책임을 인정하는 근거가 된다. 만에 하나 만취상태가 심신미약으로 인정되더라도, 만취에 따른 별도 처벌 조항으로 최고 징역 5년까지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역시 주취감형 폐지와 함께 주취가중처벌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지만 도입은 쉽지 않아 보인다.

만취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를 경우 고의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가 있어 형법상 책임주의 원칙에 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임주의 원칙이란 형벌을 부과하려면 범인이 범죄를 저지를 당시 자신의 행동을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고, 그에 따라 형량도 결정할 수 있다는 원칙을 말한다.

또 형법 제10조 제3항은 범죄 가능성을 예견하고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경우 감형할 수 없도록 정해 무분별한 주취감형을 제한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무분별한 주취감경을 제한하기 위한 법 조항이 이미 존재하기 때문에 여론에 따라 추가적인 입법을 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하태훈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기 의지대로 술을 마셨어도 범죄 의도 없이 결과를 발생시킨 경우는 범죄를 예견하면서 술을 마신 사람과는 달리 봐야 한다는 게 책임주의 원칙의 의미”라며 “주취감경을 폐지하는 것은 형벌 체계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