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산책] 인권 침해 위에 세워진 아이돌 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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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미  변호사
입력 : 2020-11-28 08:00
수정 : 2022-06-04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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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속 계약해지 사건을 아이돌 입장에서 많이 대리하면서, 빛나는 나이 10대 후반에서 20대인 연습생, 혹은 아이돌 친구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그들을 대리하면서 깊이 내가 느끼는 감정은 깊은 안타까움이다. 이렇게 멋지고, 예쁘고, 반짝거리는 친구들이 대체 왜 그런 대우를 받으며 긴 시간 눈물을 훔치며 결국 우울증까지 얻는단 말인가.

최근 앨범 빌보드차트를 석권하며 최절정의 인기를 전 세계적으로 구사하고 있는 ‘BTS(방탄소년단)’을 예를 들면, 이해가 더 쉬울 것 같다. BTS(방탄소년단)의 멤버 진은 예전에 SBS ‘백종원의 3대천왕’에 출연해 하루에 닭 가슴살 2팩씩을 먹으며 1년 동안 버텼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마찬가지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그룹 ‘트와이스’의 멤버 모모 또한 1주일에 7kg을 빼지 않으면 데뷔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해 화제가 된 바 있다.모모는 1주일간 얼음 몇 조각으로 버텼고 잘 때마다 일어날 수 없을까 불안에 떨었다고 말했다.

이미 인지도가 있는 유명 아이돌조차 이런 극심한 다이어트를 강요받고 있는데, 그렇지 않은 아이돌은 어떨까? 그들은 매일 몸무게 측정을 당하고, 핸드폰을 빼앗기거나 핸드폰의 모든 내용을 감시당하고, 12시간 이상의 연습을 강요당하며, 이성 문제, 술, 담배 금지, 가족 조차 보지 못하는 생활을 아무렇지도 않게 요구받는다.

미성년자인 연습생, 아이돌들은 유급을 당해도 회사의 스케줄은 개선되지 않고, 해외 행사스케줄을 강요받고, 어떤 경우는 레슨비, 시술비 등을 데뷔 경쟁을 위해 사비로 들이붓게 된다.

그러다 지쳐 해지를 요구하는 경우, 억 소리가 나는 위약금을 청구받게 된다는 것과 살벌한 “그”분위기를 알기 때문에, 우울증에 약을 삼켜도 꾹꾹 감정을 눌러 담으며 무대를 위해 노력하는 무수히 많은 젊은 청춘이 있다.

혹자는 말할 수 있다. 모든 것을 택할 수는 없기에, 7년의 장기계약과 이성 교제 금지와 같은 사생활 금지, 몸무게 측정이나 회사가 스케줄 등의 선택권을 갖는 인권 침해적인 조항이 가득한 불공정 전속계약 시스템으로 통제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이다. 한국 아이돌의 상징처럼 한국 아이돌들은 장기 합숙 생활에 들어가서 팀워크를 도모하고, 이후 독립하는 것은 아이돌의 성공 단계처럼 느껴져 왔다.

방송계도 역시 그러하다. 프로듀스 101이 있을 수 있었던 이유는 아이돌로서의 성공을 위하여 지금의 불공정한 계약과 극심한 스트레스, 인권 침해적 상황을 견디는 것이 당연하다고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승리와 같은 사태가 대체 왜 일어났는가. 아주 어린 나이부터 그러한 인권 침해적 상황 속에서 성공만을 강요받으며 다른 것은 모두 억누르는 결과, 물질만능주의적 시각과 삐뚤어진 가치관이 삶의 우선 순위에 대하여 어긋난 인식이 자리 잡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아이돌에게 바르고, 착한 이미지를 소비하길 원한다. 그런데 과연 아이돌들은 바르고 착하게 성장할 수 있는 상황에 놓여 있는가. 아이돌 왕국으로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는 아이돌을 배출하는 대한민국이 이제는 이 문제에 대하여 진지하게 성찰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사진=송혜미 변호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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