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출석만으로 ‘피의자’되는 의무입건제, '피의자 양산'문제 클 듯

범죄 무관해도 조사받으면 피의자로 수사경력자료 기록 남아

무조건적인 입건에 수사 역량 저하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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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 1일부터 범죄와 관련이 없어도 수사기관에 가서 조사를 받으면 ‘피의자’가 된다.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에 관한 규정’에 수사개시 규정(제16조)이 신설됐기 때문이다.

신설된 규정에는 피혐의자가 수사기관에 출석조사 받는 경우에 입건을 의무화하였다. 이외에도 △피의자신문조서의 작성 △긴급체포 △체포·구속영장의 청구 또는 신청 △압수·수색·검증영장을 청구하거나 신청(부검제외) 등을 하면 바로 입건하도록 규정했다.

이러한 수사개시 규정은 수사기관의 무분별한 내사를 막고, 피혐의자 신분으로 사실상 수사를 받으면서 방어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새로 마련되었다.

그러나 일선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무분별하게 피의자를 양산 할 수 있어서다.

현재는 출석조사를 받아도 수사관이 조사자가 범죄혐의가 없다고 판단되면 입건하지 않을 수 있고, 내사를 종결할 수 있다. 내사란 수사 개시 이전의 단계로 익명의 신고·진정, 풍문 등을 단서로 범죄혐의 유무를 조사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시 수사기관 내부에서 행하는 조사를 말한다.

이번 방침으로 피혐의자가 출석조사를 받는 경우 범죄혐의가 없다고 판단되어도 바로 입건이 되어 내사를 종결할 수가 없다.

이렇게 피내자자가 입건이 되면 몇 가지 불이익이 따르게 되어 문제다.

우선, 입건시에는 피의자로 신분이 전환된다. 피의자 신분이 되면서 범죄사건부에 사건이 등재가 되고, 사건번호가 부여되기 때문에 해당 사건은 반드시 검찰에 송치되어 기소 여부를 판단 받아야 수사가 종결된다. 이 경우에 피의자로 수사 받은 경력은 수사기관의 수사경력자료에 기록이 남게 된다. 또한, 공무원은 10일 내에 소속기관에 입건사실이 통보된다. 나중에 혐의가 없다는 것이 밝혀지더라도 이러한 기록들이 삭제되지 않는다.

특히, 2019년 검찰에 접수된 전정사건(3만 5228건) 중 입건은 0.24%에 불과하다. 이러한 진정사건 중에 범죄 사실이 처음부터 명백히 없거나 악의적으로 제기한 진정사건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사 일선에서도 출석조사만으로 입건하는 것은 피의자를 대량으로 양산할 수 있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분별한 내사가 문제라면 내사 자체를 통제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면 될 것이지 의무입건제를 통하여 해결하려는 처사는 여러모로 좋은 방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 무조건적인 입건에 수사 역량 저하 우려도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 사안이거나 악의적인 진정 사건 등이 무조건적으로 입건이 되면 주요 사건에 대해 집중도가 떨어져 수사기관의 수사 역량이 저하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있다. 즉, 진정 사건 중에 대부분이 입건되지 않는데 의무적으로 입건이 된다면 한정된 수사기관의 수사력이 분산되어 수사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수사기관이 진정 사건 등에 대하여 합리적인 재량권을 갖고 선별적으로 입건할 수 있다면 경찰 수사력이 꼭 필요한 곳에 이용되어 국민들이 수혜를 볼 수 있다”면서 “수사기관의 내사에 대한 입건재량권은 다른 통제장치와 불복절차를 마련하면 된다”고 말한다.

범죄혐의가 없음에도 악의적인의 의도를 가지고 제기되는 진정이 상당한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입건이 수사 역량 저하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 의무입건 사건, 수사개시 단계부터 피의자 규정하면 인권침해 소지 있어

내사가 진행되었다 수사기관에 출석하여 조사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입건되어 수사가 개시된다고 피의자로 규정하면 인권침해의 소지가 발생한다는 문제점도 있다. 우리 헌법에서 형사피고인도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되는 마당에 범죄혐의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피의자가 된다는 것은 이들에게 불명예 같은 신분상 불이익 등이 가해지기 때문이다.

수사기관으로부터 범죄의 의심을 받게 되어 수사를 받고 있는 자를 피의자(被疑者)라 한다.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내사 수준에 있는 사람이 경찰 출석하기만 하여도 자동적으로 범죄의 의심을 받게 된 자로 신분이 전환되니 인권침해의 소지가 다분하다는 얘기다.

일부 누리꾼들은 이번 개정안에 대하여 “국민들 한 번씩은 피의자가 되겠다”며 자조섞인 목소리를 내었다.

이번 개정안에 대하여 양승우 변호사는 “무분별한 내사를 막으려는 취지에는 공감을 한다”면서 “다만, ‘피의자’라는 단어의 부정적인 의미와 악의적인 진정으로 오히려 피해를 입은 피내사자가 받는 신분상 불이익이나 불명예스러운 기록은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내사 단계에서 피내사자가 혐의 여부가 애매한 진정이나 악의적인 진정으로 인하여 경찰에 출석만 한 사실만으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되는 것은 무고한 국민이 입건될 수 있다는 문제제기와 함께 원안이 수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과연 이러한 여론이 반영되어 원안이 수정될지 지켜볼 일이다.
 

[사진=법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