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 분석] 날개 꺾인 윤석열, 다시 날 수 있을까

추 장관 지휘대로 '채널A사건 수사 지휘권' 상실

지휘 위법·부당성 논란에도 불구, 추 장관 법리 따라

윤 총장, 향후 장관 개입에 '결기' 보여 줄지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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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언유착 의혹 사건과 관련해 건의한 독립수사본부 구성안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거부한 가운데 9일 오전 윤 총장이 탑승한 차량이 대검찰청 지하주차장으로 향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대검찰청은 9일 채널A기자 사건 수사를 서울중앙지검이 독립적으로 수사하도록 지휘했다. 대검은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지휘에 따라 윤석열 총장은 이 사건 수사 지휘권을 잃어 이같이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총장 간의 갈등은 추 장관의 ‘승리’로 끝났다.

대검은 윤 총장이 추 장관 지휘를 수용한 것도, 수용하지 않은 것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법무부장관이 검찰총장에게 지휘권을 행사한 이상 그 지휘권은 곧바로 효력을 발생하기 때문에 윤 총장이 지휘권을 자동적으로 상실한 것일 뿐 장관 지휘를 수용해서 상실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나 법리적 설명이야 어떻든 결과적으론 윤 총장이 추 장관 지휘에 ‘백기 항복’한 셈이다.

이번 일은 법무부장관이 수사 지휘권을 내세워 검찰총장을 장악하는 전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추 장관은 앞으로 사사건건 윤 총장에게 제동을 걸고 나올 가능성이크다. 윤 총장으로선 날개가 꺾인 셈이다. 이제 관심은 윤 총장이 이번 사태에도 불구하고 날개를 다시 펼 수 있을 것이냐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당초의 결기를 갖고 ‘살아 있는 권력’에 맞서 검찰을 지휘할 수 있을 것이냐다. 이는 검찰이 다시 정권의 시녀로 돌아가느냐, 아니면 어떻게 해서든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의 독립성을 지켜 나갈 것이냐를 가름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다.

추 장관이 지난 2일 윤 총장에게 서울중앙지검의 채널 A기자 사건 수사에서 손을 떼라고 지휘했을 때 윤 총장이 어떻게 대응할지가 법조계와 정치권은 물론, 많은 국민들의 관심사였다. 윤 총장은 3일 전국 고검장과 지방검사장 회의를 잇따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추 장관의 지휘가 ‘검찰총장의 검찰 지휘권’을 규정한 검찰청법 12조에 어긋나 위법 부당하다고 결론내렸다. 윤 총장은 이같은 회의 결과를 법무부에 전달하며 독립적 수사본부를 꾸려 채널 A기자 사건을 수사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 장관에게 건의했다. 윤 총장은 수사본부를 지휘하지 않고 수사 결과 보고만 받겠다고 했다.

그러나 추 장관은 이 건의를 단번에 거부했다. 추 장관은 ‘‘총장의 건의 사항은 사실상 기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교체, 변경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장관의 지시를 문언대로 이행하는 것이라 볼 수 없다’고 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지휘하는 현 수사팀에 수사를 모두 맡기라고 한 것이다. 그러면서 ‘9일 오전 10시까지 (지휘권 수용에 관한) 총장 입장을 밝히라’고 최후 통첩했다. 이성윤 지검장은 조국 전 장관 자녀에게 허위 인턴증명서를 떼 준 혐의를 받는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기소와 관련해 윤 총장과 대립했던 인물이다. 최 전 비서관을 기소하라는 윤 총자 지시를 세 번이나 거부했었다.

추 장관의 최후 통첩에 대해 윤 총장이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예측됐다. 하나는 소극적 대응이고, 또 하나는  적극적 대응이다. 소극적 대응이란  법무부 장관의 총장 지휘권 해석에 대해 추 장관이 내세운 법리에 따라 대응하는 것이다. 적극적 대응이란 법리를 추 장관과 다른 관점에서 제시하며 대응하는 것이다. 어떤 대응이냐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윤 총장은 소극적 대응을 했다.

법무부는 “(법무부장관의 검찰총장 지휘권을 규정한) 검찰청법 제8조 규정은 구체적 사건에 관하여 총장에 대한 사건 지휘뿐만 아니라 지휘 배제를 포함하는 취지의 포괄적인 감독 권한도 장관에게 있음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해석이 맞는지에 대해선 법조계는 물론 검찰 내부에서도 이견이 제기됐었다. 고검장과 지방검사장 회의에서도 ‘추 장관의 지시는 검찰총장의 수사 지휘권을 배제하는 것이고 이는 검찰총장의 수사 지휘권을 규정한 검찰청법 제12조 위반이라 위법 부당하다’ 고 의견을 모은 터였다. 그럼에도 윤 총장은 결국 추 장관의 해석에 따른 수사 지휘권 상실을 받아들였다.

반대로 윤 총장이 적극적 대응을 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고검장과 지방검사장 회의 결론대로 법무부장관이 검찰총장의 수사 지휘권을 배제하는 지시를 하는 것은 검찰총장의 수사 지휘권을 규정한 검찰청법 12조에 어긋나 받아들일 수 없다고 대응하는 것이다. 윤 총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에 장관의 위법 부당한 지휘대로 하면 법무부장관이 사사건건 검찰총장 지휘권을 배제하는 지시를 내릴 수 있게 되고 그러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의 독립성은 무너진다”면서 장관 지휘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밝히는 것이다. 추 장관이 윤 총장을 명령 불복종으로 감찰하고 직무정지 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 그 경우 윤 총장은 “법무부장관의 위법 부당한 지휘를 막기 위해서라면 감찰과 직무정지는 물론이고 검찰총장 해임도 감수하겠다’고 나설 수도 있었다.

윤 총장이 이런 대응을 했더라면 추 장관과 윤 총장의 대립은 훨썬 더 격렬해지고 정국은 초긴장 상태로 빠져들었을 것이다. 국민 여론도 윤 총장이 제대로 된 검찰을 만들기 위해 자기 희생을 감수했다고 지지하는 사람과 윤 총장이 자기 욕심을 차리기 위해 정치적 행위를 했다고 비판하는 사람으로 나눠져 뜨거운 논란을 벌였을 것이다. 윤 총장이 자신의 행위를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전달한다면  윤 총장에 대한 국민 지지는 높아졌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추 장관이 후퇴할 수도 있다.  정반대로 정권이 정면대결로 나와 윤 총장을 해임할 수도 있다. 어떤 경우든 윤 총장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권력에 맞선 인물로 기억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이런 엄청난 파동을 겪고 나면 윤 총장이 자리에 있든 해임돼 물러나든 법무부장관이 검찰총장을 단순 하급자처럼 대하며 쉽게 지휘하지는 못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윤 총장은 법률적 대응을 선택했다. 그 결과 윤 총장은 검찰 내 리더십과 권위가 흔들릴 위험에 처했다. 반면 추 장관은 검찰을 완전 장악할 여건을 마련했다. 윤 총장은 날개가 꺾였다. 꺾인 날개를 다시 펼 수 있을까. 그것은 윤 총장에게 달렸다. 앞으로 추 장관이 현 정권에 유리하거나 불리한 사건 수사에서 또 위법 부당 논란이 생기는 수사 지휘권을 행사할 경우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문제다.  대응 방법에 따라 윤 총장은 날개를 다시 펼 수도 있고 영원히 날개가 꺾여 날지 못하는 새가 될 수도 있다.

윤 총장이 감찰, 직무정지, 해임을 감수하고 ‘위법 부당한 지시는 따를 수 없다’고 결연하게 나온다면 다시 날개짓을 하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정권 눈치를 보는 일부 검사들을 다잡고 리더십과 권위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처럼 스스로 무너지듯 나오면 윤 총장은 끝내 식물 총장이 되고 말 것이다. 정권 눈치를 보는 검사들은 더욱 노골적으로 윤 총장 지휘를 무시할 것이다. 윤 총장은 유명무실한 총장이 될 것이다. 어느 쪽이냐에 따라 검찰의 신뢰가 굳건해 질 수도 있고 땅에 곤두박질 쳐칠 수도 있다. 윤 총장의 앞으로의 선택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