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태섭 징계는 위헌일까

  • 정당민주주의 vs 국회의원의 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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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6-08 08:00
수정 : 2020-06-09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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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태섭 전 의원에 대한 민주당의 징계 처분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지난달 25일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지난해 12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 표결 당시 기권표를 던졌다는 이유로 금 전 의원에게 ‘경고 처분’ 징계를 내렸다.

징계 소식이 알려지자 민주당 내부에서도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왔다.

김해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3일 최고위원회에서 “당론에 따르지 않은 국회의원의 직무상 투표 행위를 당론에 위반하는 경우에 포함시켜 징계할 경우 헌법 및 국회법의 규정과 충돌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며 “금 전 의원 개인의 문제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민주주의 하에서 국회의원의 직무상 양심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하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같은당 정청래 의원은 지난 4일 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 나와 “오히려 경징계가 아니라 중징계를 했어야 하지 않나”라며 “문제가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민주당과 뜻이 다르다고 할 거면 민주당을 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정당의 목적, 의미가 뭐냐.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같은 노선을 가진, 같은 정체성을 가진 사람의 정치결사체”라며 “선거 때는 민주당 간판이 필요하고 선거가 끝나고 민주당 일원으로 활동할 때는 당론과 다르게 간다면 같은 당을 할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논란은 국회의원으로서 자유위임과 정당기속의 충돌 문제에 중요한 논쟁을 불렀다. 같은 논란은 17년 전에도 있었다.

2001년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은 직장 건강보험과 지역 건강보험의 재정분리법안을 당론으로 추진했다. 이 문제를 다루는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으로 있던 김홍신 의원은 당론을 따르지 않았다. 그러자 한나라당은 보건복지위원회에서 김 의원을 사임시키고 그 자리에 다른 의원을 보임시키겠다고 국회의장에게 요청했고, 국회의장은 이를 받아들였다. 김 의원은 강제 사보임으로 인해 국회의원의 권한이 침해당했다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2003년 “이 사건의 사·보임행위가 헌법과 법률의 규정에 위반해 국회의원의 법률안 심의·표결 권한을 침해하지는 않았다”고 판단했다. 8대1로 다수의견이 압도적이었다.

당시 결정문을 살펴보면 “국회의원의 국민대표성을 중시하는 입장에서도 특정 정당에 소속된 국회의원이 당론에 위반하는 정치활동을 한 이유로 제재를 받는 경우, 국회의원 신분을 상실하게 할 수는 없으나 ‘정당내부의 사실상의 강제’ 또는 소속 ‘정당으로부터의 제명’은 가능하다”고 했다.

비슷한 사례는 최근에도 있었다. 지난해 4월 당시 오신환 의원이 공수처법을 패스트트랙에 올리는 데 반대하자 바른미래당이 국회의장에게 요청해 오 의원을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사임시키고 채이배 의원을 보임했다. 헌재는 지난달 27일 오신환 의원의 청구를 기각하며 2003년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2건의 헌재 결정을 기준으로 보면 금 전 의원에 대한 징계는 문제가 없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2003년 헌재 결정 당시 권성 재판관은 “이 사건과 같이 (국회의원의 자유위임과 정당기속)의 이념이 충돌하는 경우에는 자유위임을 근본으로 하는 대의제 민주주의 원리를 우선시켜야만 한다”며 “국회 본래의 사명인 입법을 위한 심의·표결에 관한 한, 본회의에 있어서든 상임위원회에 있어서든, 국회의원이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표결하는 권한은 불가침·불가양의 권한이라 할 것이다”라고 반대의견을 밝혔다. 그리고 이번에는 5대4로 소수의견이 부쩍 늘었다.

국회의원으로서 자유위임과 정당기속의 충돌 문제에 대한 헌재의 분위기 변화를 엿볼 수 있다. 하지만 두 결정 모두 금 전 의원 사건에 직접 적용하기는 어렵다. 당론에 따르지 않은 투표에 대한 징계를 정면으로 다룬 사건은 아니기 때문이다.

국회법 규정을 보더라도 당론을 어기며 투표를 한 국회의원에게 징계를 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국회법 제114조의2는 “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 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자유투표 조항은 국회의원의 자유위임 정신을 반영해 지난 2002년 국회법에 들어왔다. 헌법 제46조 2항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금 전 의원은 지난 2일 재심을 신청했다.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30일 내로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하는데, 과연 어떤 결론이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민주당, 공수처법 기권에 금태섭 징계 [서울=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전 의원이 국회 본회의에서 당론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에 기권표를 행사했다는 이유로 최근 당의 징계 처분을 받은 것으로 2일 알려졌다. 당 윤리심판원은 지난달 25일 금 전 의원의 징계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회의를 열어 경고 처분을 결정하고 28일 이를 금 전 의원에게 통보했다. 사진은 지난 2월 18일 의원총회에 참석한 금태섭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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