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스콜존 사고, 고의 아닌 과실일 경우 형량 더 높다

고의 때 '10년 이하' 형법---과실일 땐 '15년 이하' 민식이법 적용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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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경주 스쿨존 사고'가 고의로 일어난 사건일 때보다 과실로 발생한 사건일 때 오히려 형량이 무거울 수 있다는 견해가 제시됐다. '민식이법'으로 스쿨존 내 어린이 교통사고를 무겁게 처벌할 수 있도록 법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경주 스쿨존 사고'는, 보호구역(스쿨존)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자전거를 타던 초등학생을 친 사고다. 경찰수사의 핵심은 운전자가 고의로 사고를 냈는지 여부다. 

지난 달 25일 오후 1시 경 경주시 동천동 동천초등학교 인근 도로에서 흰색 SUV 차량이 모퉁이를 돌아 앞서가던 자전거의 뒷바퀴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자전거를 타던 초등학생 A(9)군은 다리가 다쳐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A군의 누나는 지난 달 26일 오후 자신의 SNS에 “영상에 나오는 아이는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제 동생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사고 장면이 담긴 영상을 올렸다. 영상에 따르면 자전거를 타고 가는 A군 뒤로 흰색 SUV 차량이 쫓아온다. 차량이 속도를 내면서 A군를 들이받았고 바닥에 쓰러진 A군을 밟은 뒤에야 멈춰 섰다.

A군의 누나는 “동생과 한 아이 간에 실랑이가 있었는데, 상대 아이 어머니가 역주행까지 해가며 자전거를 타고 가던 동생을 쫓아와 고의로 들이 받았다”고 주장했다. 사고가 난 곳은 스쿨존으로 “목격자 증언에 의하면 (사고 차량의) 브레이크 등도 들어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코너 구간을 서행하지 않고 빠르게 통과한데다 자전거를 밟고 지나갈 때에도 속도를 줄이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부분도 '고의 사고'를 의심하는 근거가 됐다. 

A군의 누나는 “(가해자가)차에 내려서도 동생에게 괜찮냐 소리 한마디 안 했다. 119신고도 목격자가 해줬다”며 “이건 명백한 살인행위다”고 분을 삭이지 못했다.

경찰 조사에서 A군의 가족은 “아들이 가해 운전자의 딸 B양과 놀다가 때렸는데 사과 없이 떠나자 200m까지 쫓아와 고의로 사고를 낸 것 같다”고 진술했다. 반면 사고를 낸 운전자 C(30)씨는 "5살 딸이 폭행을 당해 사과를 받기 위해 뒤쫓았을 뿐 고의로 사고를 내진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경찰은 “사안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교통범죄수사팀과 형사팀으로 합동수사팀을 꾸렸다”며 “우발적 사고라기보다는 고의적인 사고가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집중 수사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C씨가 고의로 사고를 냈다고 해도 더 무겁게 처벌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사고는 도로교통법과 형법상 특수상해, 이른바 '민식이법(특정범죄가중처벌법)' 등이 적용될 수 있다. 

도로교통법이 적용되면 운전자 C씨는 5년이하의 징역이나 1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가해운전자가 피해자의 구호조치가 이뤄지기 전 현장을 떠났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운전자가 피해자에 대한 병원이송 등 구호조치가 이뤄지기 전에 사고 현장을 이탈했다면 도로교통법에 규정된 조치를 취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형법상 특수상해는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사람을 다치게 한 경우로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위험한 물건'에는 자동차도 포함된다. 만약 가해자가 고의로 사고를 냈다면 형법상 특수상해가 적용된다.

만약 고의가 아닌 실수로 사고를 냈다면 민식이법(도로교통법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이 적용되는데 1년 이상 15년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30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재판을 받아봐야 알겠지만 법정형으로 보자면 과실이 고의보다 더 무거운 처벌을 내리게 되는 셈이다.

가정을 전제로 하는 것이지만 역설적이게도가해운전자 C씨는 '고의였다'라고 주장해야 처벌을 경감받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하는 형법에 따른 살인 미수까지는 적용되기가 어려워 보인다. 피해자가 사망할 수 있다는 위험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의로 사고를 냈다는 점이 입증되야 한다.

이에 대해 신현성 경주경찰서 경비교통과장은 “사고 전반에 대해 종합적이고 면밀하게 수사하여 사실관계를 명확히 규명 하겠다”고 전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