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경비원에 잡무 못 맡긴다

경찰-국토부, 계도기간 부여 후 단속하기로

관리 비용 증가로 고령 경비원 해고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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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서울시 강북구 우이동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하던 최희석씨가 자택에서 억울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숨졌다.

최씨는 지난달 21일 자신이 근무하는 아파트 지상 주차장에 이중 주차된 차량을 옮기려고 했다가 해당 입주민에게 폭행을 당했다. 최씨는 자신이 근무하던 아파트 입주민으로부터 소위 ‘갑질’과 ‘폭행’을 당한 것이다.


앞으로 경비원에게 경비업무 외 다른 일을 맡기지 못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과 국토교통부에서 아파트 경비의 경비업법 위반 사안을 일정한 계도기간이 지난 후에 본격 단속하기로 하였기 때문이다.

경비업법은 아파트 경비원에게 경비업무 외 다른 일을 맡기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비업법 제15조의2 제2항은 ‘누구든지 경비원으로 하여금 경비업무의 범위를 벗어난 행위를 하게 하여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파트 경비원의 경우에 경비업법상 시설경비업에 해당한다. 따라서 아파트 경비원은 경비대상시설에서의 도난·화재 그 밖의 혼잡 등으로 인한 위험발생을 방지하는 업무에만 종사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이를 위반한 경우에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그러나 이러한 경비업법은 최소한 아파트 관리현장에서만큼은 사문화되어 있었다. 원칙대로 경비업법을 준수할 때 아파트 경비업무 전담 경비원과 잡무 처리 인력을 별도로 운영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입주민들의 관리 비용이 증가하여 고령 경비원들의 대량해고가 예상되어 경찰 등 관계 당국은 실제 단속을 하지 않았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아파트 경비원들은 자신들 본연의 업무 외에 택배수령, 불법 주차 단속, 제초작업, 조경관리, 주차대행 등 기타 잡무도 하고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최근 고 최희석씨 사건을 계기로 이러한 관계당국의 입장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경비업법 운용과 관련한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관계 법령 개정 등 공동주택 경비 업무에 대한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면서 “올 연말까지 사전 계도기간을 거처 단속에 나설 예정”이라며 입장을 밝혔다. 국토부도 “경찰과 협업해 법령 개정 등 공동주택 경비업무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현재 경비업법 위반 아파트에 대하여 법률상 즉시 단속할 수 있지만, 경찰과 국토부는 현실을 반영하는 부속 법령의 제정 또는 개정을 통하여 단속 대상 규모 아파트나 가능한 잡무 범위 등을 세부적으로 규정할 것으로 보인다. 법률에 따라 전국의 모든 아파트를 대상으로 할 때 그 폐해가 예상되므로, 적절한 하위법령을 통하여 단속 대상 규모 아파트, 가능한 잡무 범위 등을 규정하여 점차 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서울시도 공동주택 관리규약준칙 개정안의 초안을 만들어 현재 각 자치구의 의견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초안에는 아파트 경비원에게 택배수령, 불법 주차 단속, 제초작업, 조경관리, 주차대행 등 기타 잡무를 맡겨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서울시의 준칙 개정은 서울시가 올해 초부터 준비해 왔지만, 고 최희석씨 사건으로 더욱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자치구 검토의견을 수렴해 최종안을 결정·심의한 뒤 이번 달 안으로 공동주택관리규약준칙 개정을 완료할 예정이다.

이러한 관계 당국의 입장 변화에 대하여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일각에서는 경찰의 단속이 실행되면 고령 경비원들의 대량해고가 예상된다며 이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한다. 법대로라면 경비업무 전담 경비원과 잡무 처리 인력을 별도로 운영해야 하는데, 아파트 입주민들이 관리 비용 증가를 감당할 리 없다는 것이 이유이다. 특히, 소규모 세대 아파트는 세대당 부담해야 할 관리비 증가가 더욱 커지므로 일괄 적용할 경우 그 폐해는 커질 것이다.

내년부터 경찰의 단속이 시행될 경우에 각 아파트 입주민들은 전자경비시스템으로 바꾸고, 잡무처리 인력을 새로 고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된다면 고령 경비원들의 대량 실직은 현실이 될 것이다.

아파트 경비원의 근로환경 개선이냐 대규모 실직 방지냐의 갈림길 속에 관계 당국의 태도 변화가 어떠한 결과를 초래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연합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