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n번방’ 단순 이용자는 신상공개나 처벌 어려울 듯

  •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을 시청한 사람도 처벌할 수 있도록 입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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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3-25 11:46
수정 : 2020-03-26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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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청소년등 여성을 협박해 이른바 성착취 동영상을 제작하여 돈을 받고 유통, 유포한 ‘텔레그램 n번방’ 운영자 조주빈이 지난 16일 체포되었다. 조씨는 피해자들을 아르바이트 등을 미끼로 유인해 얼굴이 나오는 나체사진을 피해자들로부터 받아내고 이를 빌미로 성 착취물을 강제로 찍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씨의 범행은 대화방에 일부 여성의 몸 위에 ‘노예’, ‘박사’ 등의 글씨를 쓴 뒤 나체로 사진을 올리기도 하는 등 잔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청소년성보호법’)상 아동·음란물 제작과 형법상 강제추행, 협박, 강요, 사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 위반 등의 처벌을 받게 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조씨뿐만 아니라 n번방에서 음란 동영상을 공유받은 단순 이용자들도 신상정보를 공개하고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단순 이용자들의 신상도 공개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150만여 명이 동의했다.

여론의 바람대로 소위 ‘n번방’에서 제공하는 음란물을 단순 시청한 사람의 경우에도 조씨와 같이 신상공개나 형사 처벌이 가해질 수 있을 것인가?

청소년성보호법 제11조는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의 제작·배포 등의 범행을 한 자와 관련하여 그 형벌을 규정하고 있다.

청소년성보호법 제11조에는 △ 아동ㆍ청소년이용음란물을 제작ㆍ수입 또는 수출한 자 △ 영리를 목적으로 아동ㆍ청소년이용음란물을 판매ㆍ대여ㆍ배포ㆍ제공하거나 이를 목적으로 소지ㆍ운반하거나 공연히 전시 또는 상영한 자 △ 아동ㆍ청소년이용음란물을 배포ㆍ제공하거나 공연히 전시 또는 상영한 자 △ 아동ㆍ청소년이용음란물을 제작할 것이라는 정황을 알면서 아동ㆍ청소년을 아동ㆍ청소년이용음란물의 제작자에게 알선한 자 △ 아동ㆍ청소년이용음란물임을 알면서 이를 소지한 자에 대하여 형사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단순 이용자 및 시청한 자의 경우에는 청소년성보호법 제11조 ‘아동ㆍ청소년이용음란물임을 알면서 이를 소지한 자’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

하지만 소지란 ‘목적물을 사실적인 지배하에 둔 상태’를 말하므로, 시청한 것을 소지라고 한다면 죄형법정주의상 유추해석 금지의 원칙에 반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현행법상 음란물을 단순 시청한 경우에 가령 유료 회원이라고 하더라도 처벌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단순 이용자 및 시청한 자에 대한 신상공개는 가능할까?

얼굴 등 신상공개 규정은 성폭력처벌법과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이하 ‘특정강력범죄법)에 규정되어 있다.

우선 특정강력범죄법상 신상공개가 가능한지 살펴본다면, 결론적으로 이번 사건의 경우에 음란물을 시청한 것은 특정강력범죄법 제2조의 적용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특정강력범죄법상 특정강력범죄는 살인, 강간살인, 인신매매 등으로 한정하여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폭력처벌법상 신상공개가 가능한지 살펴보면, 이와 관련한 규정은 성폭력처벌법 제25조에 규정되어 있다. 성폭력처벌법 제25조 제1항은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성폭력범죄의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고, 국민의 알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 방지 및 범죄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한 때에는 얼굴, 성명 및 나이 등 피의자의 신상에 관한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면서 단서에 ‘피의자가 청소년보호법상 청소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공개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성폭력처벌법 제25조 제2항에서는 ‘제1항에 따라 공개할 때에는 피의자의 인권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결정하고 이를 남용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을 살펴보면 성폭력처벌법상 얼굴 등 신상공개의 요건은 △성폭력범죄 피의자이면서 혐의가 충분히 소명되고 △국민의 알권리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며 △공개에는 인권을 고려하여 매우 신중해야 되며 △청소년보호법상 청소년이 아니어야 한다.

그렇다면 n번방의 이용자나 시청자는 성폭력처벌법상 성범죄에 해당하는 음란물 제작이나 배포, 강간, 추행, 간음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것이 아니므로 그 혐의가 충분히 소명되지 않아 신상공개도 할 수 없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유료 회원도 단순히 시청한 것이 아니라 음란물을 만들라고 비용을 지급한 것이므로 아동·청소년이용 음란물 제작, 배포죄 공동정범 또는 교사, 방조범으로 처벌할 수 있고 신상공개도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유료 회원의 비용 지급이 음란물을 만들라고 비용을 지급한 것임을 입증하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사안이므로 수사기관 및 사법기관에서 이를 고려하여 유료회원이나 단순시청자에 대하여도 범죄 혐의를 인정하는 판단을 내릴 여지는 있다.

n번방 운영자 조씨의 범행이 밝혀지면서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보다 엄격한 입법이 요구된다. 관련 규정을 서둘러 강화할 필요가 있겠다.
 

텔레그램에 '박사방'을 열고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착취 범죄를 저지른 '박사' 조주빈(25)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유대길 기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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