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미투' 형량 미국은 23년, 한국은 3년6월~7년… 왜 그런지 따져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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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 및 성폭행 혐의로 전세계의 미투(Me Too, 자신이 겪은 성폭력 피해 사실을 밝히는 일) 운동을 촉발한 하비 와인스타인이 징역 23년형을 선고 받았다. 현재 67세인 그의 나이를 고려하면 사실상 종신형이다.

하비 와인스타인은 영화사 미라맥스의 설립자이자 와인스타인 컴퍼니의 회장으로 '반지의 제왕' '킬 빌' 등 세계적인 흥행을 일으킨 작품의 제작자이자 감독이다.

할리우드의 거물 제작자로 남다른 권력을 과시했던 하비 와인스타인은 2017년 10월 뉴욕 타임스의 보도로 성추문이 알려졌다. 당시 보도에 의해 기네스 팰트로부터 안젤리나 졸리, 레아 세이두, 카라 델레바인까지 유명 여배우와 영화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지난 30년간 그가 저지른 성범죄의 피해자 수가 무려 100여 명에 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CNN,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뉴욕 맨해튼 연방지방법원에서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열린 1심 재판에서 와인스타인은 재판 내내 '합의에 의한 성관계'라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와인스타인의 변호인은 “최소 5년의 형량이라도 생명에 큰 지장을 줄 수 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그러나 검찰은 “와인스타인이 그동안 여성을 학대해 왔고 이에 대한 반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최대한의 형을 내려야 한다.”며 29년형을 구형했다.

배심원단은 와인스타인의 1급 성폭행과 3급 강간 등 3개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렸다. 배심원단은 판결을 내리기 전 5일간 격리된 장소에서 총 26시간동안 격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심원단의 판결에 따라 뉴욕 맨하튼 연방지방법원은 지난 11일(현지 시간) 하비 와인스타인에게 1급 성폭행 혐의로 20년형, 3급 강간 혐의로 3년형의 형량을 선고했다. 이 형량은 연속적으로 집행되며, 석방되더라도 5년 동안 감시받아야 하고, 나아가 성범죄자로 등록된다.

하비 와인스타인은 이번 판결 선고 직전 휠체어를 타고 등장해 "깊이 회개한다."고 밝힌 후 "혼란스럽다. 많은 이들이 정당한 권리를 잃어가고 있다. 나는 첫 번째 사례였고 이제 많은 남성이 고소를 당하고 있다. 이 나라가 걱정된다."고 전했다.

할리우드 여성 배우들은 이번 판결을 환영한다는 의사를 전했다. 리즈 위더스푼은 자신의 SNS에 "오늘은 역사적인 순간이다. 와인스타인에 의해 일어난 학대와 괴롭힘에 목소리 낸 여성들과 남성들에게 너무 감사하다. 미국 사법 시스템이 적법한 절차를 거친 것은 정의가 실현되리라는 희망을 준다. 이야기를 계속해서 전해준 기자들에게 감사한다."라고 밝혔다.

와인스타인 측은 1심에 불복해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 역시 사회 각 분야에서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폭로와 처벌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미국과 비교해 형량이 작은 편에 속한다.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수행비서 김지은 씨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대해서 대법원은 “이 사건은 대선 후보자로 거론되던 정치인의 위력을 이용한 권력형 성폭력 범죄”라며 항소심 법원이 안 전 지사에게 내린 징역 3년 6개월 형을 작년 9월 확정했다.

스포츠계에서도 처벌이 이어졌다. 유도선수 신유용씨는 작년 1월 유도부 코치였던 A씨로부터 5년간 성폭행 당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1심 법원은 A씨에 대해 “성적가치관이 형성되지 않은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의 범행은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작년 7월 징역 6년을 선고했다. 현재 이 사건은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극단 여성 단원 10명에게 25차례에 걸쳐 안마를 시키면서 성기를 주무르게 하거나, 연기지도라며 가슴 등을 만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 감독은 지난해 4월 2심 법원에서 징역 7년의 실형을 선고 받은 바 있다.

미국에 비해 한국의 형량이 짧은 이유는 무엇일까?

기본적으로 법정형이 다르다. 미국의 경우 피해자의 상황에 따라 강간죄가 1~3급으로 세분화 되어있다. 폭행, 협박 등으로 피해자를 강간하면 1급이다. 살인죄와 유사한 개념으로 취급해 형량은 최소 5년 형에서 최고 25년 형까지 처할 수 있다. 2급은 정신적 장애 등을 이유로 성관계에 동의할 수 없는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강간으로 최소 1년 형에서 최고 7년 형까지 처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3급은 피해자가 성관계에 동의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간음한 경우에 적용되는 등급으로 최고 4년 형 까치 처할 수 있다.

반면 한국은 강간죄에 대해 “폭행 또는 협박을 수단으로 하여 사람을 간음하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형법 297조).”라고만 규정하고 법관이 양형 판단 과정에서 사정을 고려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성범죄의 형량은 최소 1년 6개월에서 최대 15년 사이에서 결정되고 있다.

더 중요한 이유는 미국과 한국이 실체적 경합범을 처리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실체적 경합범이란 동일인이 저지른 두 개 이상의 범죄가 아직 재판을 받지 않아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 있는 경우를 말한다.

한국 법원의 경우 위와 같은 상황에 처한 피고인의 형량을 산정할 때 피고인이 저지른 여러 가지 범죄 중 법정형이 가장 큰 죄의 형에 1.5배를 가중하는 이른바 ‘가중주의’ 방식을 취하고 있다. 지난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로 인해 사망 501명, 부상 937명의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했지만 고(故) 이준 전 백화점 회장에겐 징역 7년 6월이 선고됐다. 또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 사건의 경우 사망 192명, 부상 142명의 사상자를 야기한 기관사에게 금고 5년이 선고됐다.

미국은 한국과 다르게 피고인이 저지른 각각의 범죄마다 형량을 선고한 후 그 형량을 모두 합산하는 이른바 ‘병과주의’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미국은 피고인에 대하여 수백 년에서 수천 년까지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12년 미국 콜로라도의 한 영화관에서 총기를 난사해 12명의 사상자와 70명의 부상자를 낸 제임스 홈스는 12번의 종신형과 징역 3318년을 선고 받기도 했다. 당시 법원은 “사망한 12명 몫으로 12번의 종신형, 부상당한 70명에 대한 살인미수로 3312년의 징역형과 함께 폭발물 소지죄로 6년을 더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힌바 있다.
 

[사진= BBC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