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1층 입주자도 승강기 교체비용 내야 하나” 법원마다 엇갈린 판결...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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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경기 양평군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이 아파트의 노후화된 승강기를 교체하는 공사를 진행키로 하고 총 공사금액 2억 5300만원 중 2억 3006만여 원을 이 아파트 220세대 입주민들이 분담하기로 결의했다. 다만 1층 거주 세대는 승강기 교체비용의 40%, 2층 거주 세대는 교체비용의 60%를 차등 부담하기로 하고 관리비의 장기수선충당금 항목에 포함시켜 징수키로 했다. 장기수선충당금이란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의 시설 보수를 위해서 입주자로부터 매월 일정금액을 받아 모아두는 적립금의 일종이다.

그런데 이 아파트 B동 1층에 거주하는 입주민 C씨는 이를 납부하지 하지 않았다. 1층 주민은 승강기를 전혀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억울한 마음이 들어서다. 그러자 입주자대표회의가 C씨를 상대로 분담금 및 연체료 등의 지급을 구하는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수원지방법원 민사 6부(재판장 염우영 부장판사)는 C씨로 하여금 “입주자대표회의에 승강기 교체비 분담금과 연체금 등을 지급하라.”고 지난 2018년 1월 판결해 입주자대표회의의 손을 들어주었다.

#2

서울 양천구에 있는 B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낡은 승강기를 교체하기 위해 장기수선충당금을 2만원에서 5만원으로 5년간 인상해 비용을 마련하기로 하고, 승강기를 자주 이용하지 않는 1, 2층 입주자에게도 균등하게 인상분을 부과해야 할지 의견을 묻는 안내문과 동의서를 전체 입주자에게 배부했다.

설문에 응한 262세대 중 142세대가 균등 부과를 120세대가 차등 부과를 선택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이 설문 결과를 토대로 1, 2층 입주자들에게도 다른 입주자들과 동일하게 2만원에서 5만원으로 인상한 장기수선충당금을 부과했다.

그런데 이 아파트의 1층 입주자인 조모씨는 "승강기 전면교체를 위하여 1, 2층 입주자들과 3층 이상 입주자들에게 균등하여 월 5만 원의 장기수선충당금을 부과한 것은 위법하다."며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장기수선충당금 균등부과처분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민사17단독(이광열 판사)은 "1,2층 입주자는 승강기 교체 비용을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게 3층 이상 입주자들과 균등하게 지급할 의무가 없다."며 지난 12월 17일 입주자의 손을 들어주었다.

같은 문제를 놓고 법원의 판단이 다르게 내려진 이유는 무엇일까?

◆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야 하나, 안 해도 되나

우선 A 아파트의 사례에서는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입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절차가 없었다.

재판을 진행하면서 C씨도 이 지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담당 재판부는 “비록 피고 C씨와 같은 1층 내지 2층 거주세대 입주민 입장에서는 대표회의에서 다수결의 원칙상 승강기 교체를 반대하는 의사를 반영하기가 어렵다는 점은 고려할 만한 사정이지만 그렇다고 입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하여 곧바로 관련 법령에 어긋나지는 않는다.”고 보았다.

집합건물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7조에 따르면 관리규약에 달리 정한 바 없다면 지분 비율에 따라 균등하게 의무를 부담하도록 규정돼 있다. 재판부는 이 규정을 근거로 이 아파트의 관리규약이 균등하게 부과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하고 있다면 입주자대표회의가 입주민들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입주민들의 승강기 교체비용 분담률을 결정했다고 하더라도 적법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에 반해 B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입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과정을 거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 아파트 사건을 담당한 재판부의 입장은 위 사건의 담당 법원 판단과 달랐다.

재판부는 “안내문과 설문서 배부 결과 142세대가 균등 부과를, 120세대가 차등 부과를 선택하였다.”며 “입주자대표회의로서는 1, 2층 입주자의 입장, 입주자들 사이 의견 대립, 균등 부과와 차등 부과의 장 ‧ 단점, 다른 아파트의 사례 등을 입주자들에게 충분히 알린 후 추가적인 의견 수렴 등의 절차를 거쳐 합리적인 결정을 하였어야 함에도, 추가적인 의견 수렴이나 동의를 받지 않고 위 설문 결과를 토대로 균등 부과를 결정하였다.”고 지적했다.

이에 더하여 재판부는 “입주자대표회의가 1, 2층 입주자 주장의 구체적 내용과 합리성, 차등 부과하는 다른 아파트의 사례 등을 안내문에 함께 적었다면 그와 다른 결과가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오히려 위와 같은 안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120세대가 차등 부과를 선택한 것은 입주자들 사이에서도 차등 부과에 상당한 공감대가 있다는 사실을 나타낸다."고 밝혔다. 관리규약에 균등 부담 규정이 있으면 의견 수렴 과정을 생략하더라도 상관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주자대표회의가 입주들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기로 했다면 편파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다만 위와 같은 담당 재판부의 판단으로 인해 오히려 입주자대표회의가 입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만약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위 A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처럼 입주민들의 의견을 수렴절차 없이 곧바로 관련 법령과 관리규약에 따라 승강기 교체비용을 균등하게 부과하기로 결정했다면 적법하다고 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입주자들의 의견을 열심히 수렴하려고 노력한 입주자대표회의가 긁어 부스럼을 만든 격이라며 의견 수렴 절차를 등한시하게 되지 않을까 염려되는 부분이다.

◆ 1,2층 주민들도 승강기 교체비용을 부담해야 하나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승강기 교체공사를 위해 장기수선충당금을 부과하는 것에 1~3층 소유주의 반대가 있을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라는 질의에 대해 “장기수선충당금은 해당 공동주택을 공유하는 전체 소유자에 대해 주택공급면적을 기준으로 산정해 부과하는 것이 타당하고, 승강기를 이용하지 않는 저층세대라고 해 승강기에 대한 장기수선충당금을 면제 또는 반환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지난 2005년 3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위 두 판례 역시 국토교통부가 내린 유권해석의 취지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아파트 1,2층 거주자들도 승강기 교체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 그렇다면 1,2층 주민은 3층 이상 주민과 차등 부담해야 하나

이에 대해 A 아파트 사례를 담당한 재판부는 “이 사건의 경우 1층 거주세대에게는 교체비용의 40%, 2층 거주세대에게는 60%로 차등 분담을 하고 있어 소수자인 1,2층 입주민의 이익을 배려하고 있으며 이에 더하여 승강기 교체는 건물 사용 및 안전을 위한 관리 업무에 포함되고, 승강기 교체를 통해 1층 주민도 건물의 가치 상승 등 직·간접적 이익을 얻는다.”며 입주자대표회의의 손을 들어주었다.

반면 B 아파트 사례를 담당한 재판부는 “입주자대표회의가 입주민들의 의견을 듣는 과정에서 승강기 교체 비용의 균등 부과에 대해 1,2층 입주민과 3층 이상 입주민들 사이에 의견 대립이 심해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예측할 수 있었고, 승강기를 이용하지 않는 저층 세대의 주장이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다는 점, 지하주차장도 없으므로 1층 입주자는 승강기를 직접이든 간접이든 이용하기 어렵고, 2층 입주자 역시 3층 이상 입주자에 비해 사용 빈도가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 등을 충분히 고려해 부담 비율을 결정했어야 한다.”며 1,2층 주민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두 재판부 모두 1,2층 주민이 내야할 승강기 교체비용 분담률은 3층 이상의 주민과 균등하게 부과할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사정을 참작해서 합리적으로 분담 비율을 정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한편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현재 지하주차장이 없는 아파트는 서울 시내만 약 5백 곳이 있다. 승강기 교체 비용 때문에 이런 갈등이 또 생길 수 있는 것이다.

향후 대법원에서 어떤 결정이 최종적으로 내려지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