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산책] ​검사도 한 사람의 노동자다

지난 여름, 한 청년 검사의 사망 1주기가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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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9. 7. 한 검사가 늦은 새벽까지 사건을 처리하다가 귀가 도중, 관사 앞에서 쓰러져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죽은 검사는 한 아이의 아버지이자 남편으로 이제 막 사회에 나와 본격적으로 자신의 꿈을 펼치려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늦은 새벽까지 격무에 시달리던 그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쓰러지고 말았고, 발견되었을 때는 이미 사망한 후였다.
젊어서 죽은 이는 누구나 안타깝게 여겨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위 사연 속 인물인 고 이상돈 검사의 죽음이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가 되어야 할 이유는 그의 죽음 속에 건강한 30대 남성까지도 격무로 사망에 이를 정도인 검사의 ‘노동 현실’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법제상 검사는 공무원법의 적용을 받는다. 근로기준법이나 산업재해 관련법에 보호하는 일반 노동자는 분명히 아니다. 나아가 최근의 ‘검찰개혁’ 논란에서 드러난 것처럼 기소권과 수사권을 독점하고 강력한 권력을 행사하는 검사가 회사나 공장, 영업장에서 일하는 일반적인 근로자와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검사라고 해도 국가로부터 직무를 받아 노동을 통해 대가를 받는 광의의 노동자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산업 재해’에 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지면, 크든 작든 사망자가 발생한 일터에서는 대책이 세워진다. 지하철에서 문을 수리하던 노동자가 사고로 사망하거나, 화력발전소에서 안전대책 없이 현장에 투입된 파견직이 사망했을 때, 우리는 사회적 파장과 함께 개선 계획이 발표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청년 검사의 죽음에도 불구하고 검사가 일하던 일터인 검찰에서도, 상급 기관인 법무부에서도 아직까지 이를 해결하거나 개선하기 위한 대책이 발표되었다는 소식은 전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심지어 법무부도, 검찰도 ‘검찰개혁’을 위한 개혁 정책을 앞다투어 경쟁하듯 발표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검사의 과도한 ‘공판·수사 노동’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없는 실정이다.
만약 검찰의 과도한 기소독점권 문제를 ‘노동’의 문제로 접근한다면 이는 틀린 것일까? 반대로 검찰의 검사 증원 문제를 역시 노동 인력 배분 문제로 접근한다면 고질적인 검사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검경수사권 문제에 대해 논의할 때 검사의 과도한 수사 개입 논란을 ‘수사 노동’의 관점에서 본다면 오히려 대안이 나올 수 있지는 않을까?
누구나 검찰의 권력구조 개편에 대해서는 찬성이든 반대든 한 마디씩 꺼내는 시기다. 그러나 현재의 검찰 구조 이면에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저년차 검사들이 있다는 사실은 잊혀지고 있다. 오늘도 들려오는 검찰의 전격 압수수색 기사를 보며 생각한다. 저 압수수색을 진행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청년 검사’들이 갈려나갔을 것인가?
검사도 한 사람의 노동자라는 점을 우리는 다시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
 

[사진=강정규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