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 칼럼] ​국가의 존망이 달린 미래세대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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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교수(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입력 : 2019-09-10 09:00
수정 : 2019-09-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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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한국정치판은 여야의 공방으로 뜨겁다. 공직후보자의 적격성을 둘러싸고 죽기 살기로 폭로와 설전을 이어가고 정부의 재정·경제정책, 일본을 비롯한 4강 외교정책, 북한에 대한 안보 불안에 대한 논쟁으로 하루가 모자를 지경이다. 하루살이식 정치가 비록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우리에게 미래를 걱정하는 이야기는 그래서 한가하고 사치스럽게만 들린다. 그러는 사이에 초고령 사회로의 진입과 초저출산은 우리의 미래를 엄습하고 있다.

8월 2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6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6월 신생아 수는 2만4015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306명(8.7%) 감소했으며, 2015년 12월부터 43개월째 감소하면서 올해 신생아수는 30만을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감소가 가지고 올 산업, 경제, 연금, 교육 등 전방위적인 미래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우리사회를 드리우고 있지만 미래세대를 짓누를 연금 등에 대한 개혁은 표류하면서 폭탄돌리기만 계속되고 있다.

핀란드, 영국, 이스라엘 같은 나라들은 일상의 정치에 발목 잡힌 미래를 걱정하면서 태어날 미래세대에 대한 보호를 공동체의 존망이 달린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하였으며, 이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한 제도적 틀을 모색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들 나라에 비하여 미래세대 보호와 국가 존립의 문제 상황이 훨씬 심각하고 위태로운 지경이지만 걱정만 하고 문제해결을 위한 시도는 보이지 않는다.

국제사회는 1990년대에 이르러 기성세대와 미래세대의 이른바 세대 간 형평성을 지속가능한 발전의 중요한 목표로 설정하였는데, 1992년 UN의 “환경과 개발에 대한 리우선언”이 대표적이다. 또한 UNESCO는 1997년 제27차 파리총회에서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세대에 대한 기존세대의 책임에 관한 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세대간 정의와 형평성은 미래세대와 기성세대가 더불어 지속가능한 공존의 틀을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서 환경, 자원, 재원 등을 기성세대가 독점하거나 과용하지 말고 미래세대에게도 정당한 지분을 보장하자는 취지이다. 국제사회에서 일반적으로 논의되는 세대 간 정의와 형평성은 기성세대와 미래세대 상호간에 정당한 지분을 공평하게 배분하는데 중점을 둔 것으로서 양자 간에는 환경, 자원 등의 사용에 대한 이해관계가 대립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심지어 최근에는 세대 간 전쟁이라는 용어도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사회와 같이 초저출산, 초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세대 간의 문제를 대립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의 구조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 기성세대와 미래세대는 일종의 운명공동체로서 미래세대가 없이는 기성세대의 존립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2019년 3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7~2067년 50년간 장래 인구추계에 따르면 2030년에 0~14세 유소년인구는 약 500만명으로 추산되며, 이들이 노동시장에서 활동하는 2060년경을 기준으로 총인구는 약 4천3백만명으로서 이중 65세의 고령층은 약 1900만명으로 추정된다. 물론 2060년을 기준으로 15~64세의 이른바 생산가능연령의 인구가 2천만 정도가 되고 과감한 이민정책 등을 통하여 생산 가능한 인구를 어느 정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사회의 주축으로서 가장 왕성하게 경제활동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30세에서 44세의 인구가 500만 정도라면 이들 미래세대가 지게 될 조세와 연금 등 재정적 부담은 끔찍한 수준일 것이다. 미래세대가 이러한 부담을 이겨내려면 한 사람 한사람의 노동생산성과 교육경쟁력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도화 되어야 할 것이 자명하다. 그렇다면 이제 기성세대는 미래세대의 보호자 또는 수호자임을 자처해야 하며, 미래세대의 문제를 방치할 것이 아니라 바로 자신의 시급한 현안으로 인식하고 이를 위한 법과 제도를 마련할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다. 이 글은 미래세대를 보호하기 위한 법과 제도는 무엇인지, 거기에는 어떠한 내용이 담겨야 할 것인지 재단법인 與時齋와 필자가 공동으로 기획한 연구로부터 출발한다.
 

[사진 = 김성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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