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로 보는 세상] 패키지여행 중 자유시간에 발생한 물놀이 사고 책임은?

  • 대법원 2018가소2768258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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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호 변호사
입력 : 2019-09-21 09:00
수정 : 2022-05-30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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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건의 개요

지난 2012년 3월 27일, 경북 구미에서 축산업을 하는 손모씨(34)와 지역축협 조합장인 정모씨(52)는 모두투어를 통해 동료들과 함께 베트남 남부 호치민, 붕타우로 3박 5일의 패키지여행을 떠났다. 이들은 3월 27일 밤 김해국제공항을 출발하여 3월 28일 새벽 베트남 남부 호치민시에 도착하였고, 베트남 남부의 해변 휴양지인 붕타우로 이동하였다. 3월 29일의 패키지 여행일정은, 오전에는 해변으로 이동하여 해수욕이나 해변산책을 하면서 자유시간을 가지는 것이었고, 오후에는 붕타우 시내 관광 등을 하는 것이었으며, 저녁식사 후에는 자유시간을 가지는 것이었다.

3월 29일 저녁 8시경 식사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온 패키지 여행객들은 각자 자유시간을 만끽하게 되었는데, 일부 여행객들은 호텔 내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하였지만, 정모씨(52)는 호텔 인근 응인퐁(Nghinh Phong) 해변으로 물놀이를 나간 것이다! 그 후 국내인솔자 A씨는 다른 여행객들로부터 정모씨가 보이지 않는다는 소리를 듣게 되자, 일행인 손모씨 등과 함께 정모씨를 찾으러 해변으로 향했고, 해변에서 물놀이를 하는 정모씨를 목격하자 “바닷가는 위험하니 빨리 나오라”고 말하였다. 그러나 인솔자 A씨는 정모씨가 바닷가에서 나오는 모습을 확인하지는 않은 채 위 해변을 떠나 위 호텔로 돌아왔고, 정모씨와 함께 해변에 남은 손모씨는 계속하여 물놀이를 하다가 21:00경 파도에 휩쓸려 익사하였다.

이에 손모씨와 정모씨의 유족들은 모두투어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하게 되었고, 1심(김천지원 2012가합2296 판결)과 2심(대구고법 2014나1127 판결)에서는 모두투어의 책임이 인정되어 원고 일부승소가 이루어졌으나, 3심(대법원 2016다6293 판결)에서 뒤집히게 되었고, 결국 파기환송심(대구고법 2017나712 판결)에서도 그 원고패소의 판결이 선고·확정되었다.


2. 여행사가 부담하는 안전배려의무

여행업자는 통상 여행 일반은 물론 목적지의 자연적·사회적 조건에 관하여 전문적 지식을 가진 자로서 우월적 지위에서 행선지나 여행시설의 이용 등에 관한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반면 여행자는 그 안전성을 신뢰하고 여행업자가 제시하는 조건에 따라 여행계약을 체결하게 되는 점을 감안할 때, 여행업자는 기획여행계약의 상대방인 여행자에 대하여 기획여행계약상의 부수의무로서, 여행자의 생명·신체·재산 등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하여 여행목적지·여행일정·여행행정·여행서비스기관의 선택 등에 관하여 미리 충분히 조사·검토하여 전문업자로서의 합리적인 판단을 하고, 또한 그 계약 내용의 실시에 관하여 조우할지 모르는 위험을 미리 제거할 수단을 강구하거나 또는 여행자에게 그 뜻을 고지하여 여행자 스스로 그 위험을 수용할지 여부에 관하여 선택의 기회를 주는 등의 합리적 조치를 취할 신의칙상의 주의의무가 있다(대법원 1998. 11. 24. 선고 98다25061 판결 등 참조).

여행 실시 도중 위와 같은 안전배려의무 위반을 이유로 기획여행업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문제가 된 사고와 기획여행업자의 여행계약상 채무이행 사이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관련성이 있고, 그 사고 위험이 여행과 관련 없이 일상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야 하며, 기획여행업자가 그 사고 발생을 예견하였거나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그러한 사고 위험을 미리 제거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다하지 못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경우 기획여행업자가 취할 조치는 여행일정에서 상정할 수 있는 모든 추상적 위험을 예방할 수 있을 정도일 필요는 없고, 개별적·구체적 상황에서 여행자의 생명·신체·재산 등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하여 통상적으로 필요한 조치이면 된다(대법원 2017. 12. 13. 선고 2016다6293 판결).


3. 이 사건 사고에 관하여 여행사의 책임이 인정되는지 여부

(1) 파기환송 전 원심의 태도(2014나1127)

파기환송 전의 대구고등법원은, “모두투어(피고)는 여행업자로서 여행기간 동안 현지상황에 익숙하지 않은 여행객들에게 위험한 장소에 접근하지 말 것과 위험한 행동을 하지 말 것을 사전에 교육하고 주의를 촉구하는 등으로 여행객의 안전을 배려함으로써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 의무를 게을리 하였다고 봄이 타당하고, 이러한 피고의 과실은 이 사건 사고발생의 한 원인이 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망인의 유족인 원고들에게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하였다.

즉 ① 국내인솔자나 현지가이드가 손모씨와 정모씨를 포함한 여행객들에게 현지 바다의 위험성에 대해 충분한 교육을 하였다고 볼 수 없는 점, ② 현지가이드는 망인들이 야간에 바다에 들어가는 등의 위험행동을 인지하여 예방하지 못한 점, ③ 국내인솔자는 바다에 들어가 놀고 있는 정모씨를 보고도 적극적으로 망인들을 바다 밖으로 인도하거나 그들이 안전하게 물놀이를 하는지 확인하지 않은 채 현장을 이탈한 점 등을 근거로, 여행사가 여행객의 안전에 대한 주의의무를 다하였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보았던 것이다.

(2) 대법원의 태도 (2017. 12. 13. 선고 2016다6293 판결)

그러나 대법원은, ① 망인들은 이 사건 사고당시 모두 성년자(손모씨는 1979년생, 정모씨는 1960년생)에, 음주한 상태가 아니었으며 별다른 신체장애도 없었던 점,

② 망인들을 포함한 여행자들이 이 사건 사고 당일 야간에 이 사건 호텔 인근 해변에서 물놀이하는 것은 이 사건 여행계약의 내용에 명시되어 있지 않았고, 위 여행계약에 이 사건 당일 오전에 해변에서 해수욕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자유시간 일정이 있었다는 점만으로 이러한 해변에서의 야간 물놀이가 위 여행계약의 급부와 관련이 있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③ 일반적으로 야간에 해변에서 물놀이할 경우 생명 또는 신체에 대한 위험에 노출될 확률이 높고, 또한 망인들이 사리 분별력이 있는 성년자들임에도 야간에 해변에서 물놀이한 것은 스스로 그 위험을 감수하고 하는 행동으로 보아야 하는 점,

④ 따라서 이 사건 사고는 피고가 객관적으로 예견할 수 있는 위험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여행주최자인 피고는 사전에 여행자들인 망인들에게 야간 해변 물놀이의 위험성을 경고할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하는 점,

⑤ 설령 국내인솔자가 이 사건 사고 발생 전에 야간 해변 물놀이 활동을 목격하였다면 그 위험성을 고지할 의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물놀이를 중단하라는 취지로 그 위험성을 경고한 것만으로도 충분한 조치를 취하였다고 볼 수 있는 점,

⑥ 이에 더 나아가 국내인솔자가 안전 여부가 확실해질 때까지 계속해서 그 위험성을 경고하거나, 강제로 끌어내거나, 물놀이하지 않도록 감시하는 행위는 기대할 수 있는 합리적 조치의 범위를 초과하는 점,

⑦ 국내인솔자가 위와 같이 합리적 조치를 취한 이상, 현지가이드가 해변에까지 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하였다고 인정할 수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하여,

피고인 모두투어가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기획여행계약의 여행주최자로서 이 사건 여행계약상의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취지는 파기환송심에도 그대로 이어지게 되었다.


4. 여행계약상 안전배려의무와 담보책임과의 관계

그런데 이와 같은 사고가 민법에 여행계약이 새롭게 도입되어 시행하게 된 2016. 2. 3. 이후에 발생하였다면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민법 부칙 제3조는 “제3편제2장제9절의2(제674조의2부터 제674조의9까지)의 개정규정은 이 법 시행 후 체결하는 여행계약부터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 판례에서 설시한 내용은 여행계약상 여행사가 부담하는 계약상 급부의무로서의 “안전배려의무”이기 때문에, 단순히 “여행에 하자”가 있기만 하면 성립하는 담보책임과는 그 요건이 상이하기 때문이다. 계약상 안전배려의무 위반이 손해배상소송에서 과실(過失)의 의미와 연결되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과실책임과 절연된 무과실책임으로서의 담보책임은 “여행의 하자”만 입증하면 된다.

"여행의 하자"는, 여행계약이 상정하는 여행이 마땅히 갖추어야 할 내용을 갖추지 못한 상태를 의미하고, “마땅히 갖추어야 할 내용”이 무엇인지는 1차적으로 계약당사자의 의사, 2차적으로 거래통념에 의하여 결정될 수 밖에 없다(대법원 2000. 1. 18. 선고 98다18506 판결)고 할 것이므로, 건강하고 안전하게 여행을 종료하는 것이야 말로 패키지여행이 마땅히 갖추어야 할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여행계약상 담보책임이 여행 대금을 전제로 하여 대금감액에 갈음한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감액청구와 함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것(민법 제674조의6)에 비추어 보면, 사망으로 인한 손해(특히 일실수익 및 위자료)까지 담보책임의 대상이 되는지에 관하여는 다툼이 있을 수 있다.


5. 결론

여행의 진정한 꽃은 “인증샷”이 아니라 “안전한 귀환”에 있다. 그래서 우리는, 또는 우리의 부모님은 선택관광의 강요, 현지토산품의 강매에도, 자유를 누리기 위한 여행이지만 정작 자유시간은 없는 패키지여행을 선택하고 있다.

이 사건은 국내에서부터 따라간 인솔자가 망인들을 직접 목격하였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아이들을 인솔하고 체험학습 인솔중 익사사고가 발생하였다면, 결론은 분명 다르게 났을 것이다. 대법원은 망인들을 다큰 성인이라고 운운하고 있지만, 해외여행 중 위기의 순간에서 우리는, 우리의 부모님은 보호가 필요한 어린이와 다를 바 없다. 그것이 바로 패키지를 선택한 이유가 아니었을까.
 

[사진=유인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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