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의 법률이야기] 과로자살은 자살 아닌 ‘과로사’

근로복지공단은 소극적, 법원은 인정하는 추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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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저희 남편은 3교대 자동차 부품 공장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일이 힘들기는 하였지만, 건강체질이었고, 틈틈이 운동도 하면서 체력관리를 하는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회사가 점점 바빠지기 시작하면서, 남편은 교대시간과 무관하게 연장업무를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남편 얼굴보기도 힘들어지고,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회사에 출근하기 바빴습니다. 제대로 이야기를 나눈 지가 언제인지 가물가물 하였습니다.

그렇게 지내던 중, 어느 날 남편이 집에 들어오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늦게까지 일을 해도 들어올 시간이 지났는데, 느낌이 이상하였습니다. 그래도 별일 없겠지, 하면서 기다리다 잠이 들었는데, 다음 날 전화가 온 곳은 병원이었습니다. 남편이 전날 회사건물에서 떨어져 사망하였다는데 믿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더 믿을 수 없었던 것은 남편이 우울증 약을 복용한 지 몇 달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씩씩하고 운동도 좋아했던 남편이었는데, 얼마나 회사일로 스트레스가 극심했으면 저에게 말도 없이 이렇게 힘들어했나 싶습니다. 남편이 자살할 정도로 힘들었던 것은 회사일밖에 없습니다. 이런 경우, 산재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요?

A. 먼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잊을 법 하면 뉴스에 나오는 이슈 중에 하나가 ‘과로사, 과로자살’ 인데요, 우리나라처럼 일을 많이 하는 나라에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남편 분은 과로사가 아니라 과로‘자살’이어서, 산재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가 가장 걱정일 것입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상법’ 이라 합니다)은 근로자의 사고, 질병 등이 업무상 재해라고 인정이 되어야 산재보상의 적용대상이 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때, 근로자의 ‘고의, 자해행위’나 범죄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부상, 질병, 장해, 사망에 대해서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렇다면, 자살의 경우는 인정되지 않아야 할 텐데요, 산재보상법은 예외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업무상 사유로 발생한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았거나 받고 있는 사람이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한 경우’입니다. 남편분의 경우 여기에 해당할 수 있는데, 남편분이 앓고 있던 우울증이 업무상의 사유로 발생하였다는 것이 밝혀져야 산재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우울증으로 ‘정신적 이상상태에서’ 자살을 하였다는 것도 입증되어야 하는데, 당사자도 아니고 정신적인 부분이라 설명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에 대법원은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며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해석하면서도, “자살은 본질적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것이므로 근로자가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받은 스트레스로 말미암아 우울증이 발생하였고 그 우울증이 자살의 동기 내지 원인과 무관하지 않다는 사정만으로 곧 업무와 자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함부로 추단해서는 안 된다”고 엄격히 판단하고 있습니다.

다만, 최근 대법원 판결에서는 “근로자가 극심한 업무상의 스트레스와 그로 인한 정신적인 고통으로 우울증세가 악화되어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처하여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단할 수 있는 경우라면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고, 비록 그 과정에서 망인의 내성적인 성격 등 개인적인 취약성이 자살을 결의하게 된 데에 영향을 미쳤다거나 자살 직전에 환각, 망상, 와해된 언행 등의 정신병적 증상에 이르지 않았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 산재보상을 인정한 사례가 있습니다.

따라서 산재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업무와 자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받을 만한 여러 가지 자료를 준비해야 합니다. 우울증 약을 처방받을 당시 진료기록부・상담기록, 회사 동료들의 진술, 유서 등을 통해 자살을 암시하는 말은 없었는지 확인해 보셔야 할 것입니다. 생전에 남편분이 건강한 편이라고 하셨지만, 혹시 모를 기존 질환이 있었는지, 가족 중 정신질환을 앓았는지 여부도 판단하게 되며, 남편분의 사망 전 평균 근로시간, 동료근로자들과의 친분관계, 구조조정 관련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볼 때 업무량이 과다하여 책임감 및 스트레스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였음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실제적으로 같이 근무했던 동료들이 가장 잘 알 것이고, 아내 분께서는 그 정보를 얻는데 어려움이 있겠지만, 업무상 사유로 자살에 이르렀다는 부분이 추단될만한 자료를 최대한 확보해두어야 합니다.

다행히 올해 초 과로의 인정기준을 기존보다 넓게 인정할 수 있도록 고용노동부 고시가 개정되었습니다. 남편 분처럼 교대제 업무, 휴일 부족 업무일 경우 업무 부담이 크다고 보고 있고, 야간근무 시에는 주간근무의 30%를 가산하여 업무시간을 산출하도록 되어 있어서, 산재인정을 받을 확률이 높아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과로자살의 경우 아직 근로복지공단은 소극적인 입장입니다. 하지만 법원에서는 인정받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습니다. 갑작스런 일에 많이 놀라고 경황이 없으시겠지만, 최대한 남편 분과 관련된 자료들을 보존하셔서 산재보상 승인을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진=법무법인 명경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