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은 ‘사회적 문제’…관련법안 발의 봇물

백혜련·이찬열·윤후덕·김승희 의원 관련법 개정안 대표발의

피해자 보호·지원 강화…가해자는 엄벌에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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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이클릭아트]


#지난해 11월 20대 여성 A씨가 흉기에 찔려 목숨을 잃었다. 범인은 가정폭력으로 이혼소송 중이던 남편이었다. A씨는 숨진 날은 남편에게 또 한차례 성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고소한 당일이었다. 조사 결과 A씨는 경찰에 신변 보호를 요청하지 않아 사고를 피할 수 없었다.

#60대 여성 B씨는 지난해 3월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남편은 결혼생활 37년간 폭행을 일삼았다. 사건 날도 마찬가지였다. 오랜기간 쌓인 원망과 분노는 B씨를 폭행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만들었다.

가정폭력이 개인을 넘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 발의가 잇따르고 있다.

14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가정폭력은 여성들이 가장 많이 상담을 요청하는 분야다. 지난해 발표한 ‘2017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보고서를 보면 여성긴급전화인 ‘1366’에 걸려온 상담건수는 2015년 27만4226건에서 2016년엔 26만6901건으로 7000건가량 줄었다. 하지만 가정폭력 상담 문의는 같은 기간 15만9081건에서 16만4937건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가정폭력이 증가하는 주된 이유로는 치부를 드러낸다는 생각에 쉬쉬하는 문화와 함께 느슨한 처벌이 꼽힌다. 대검찰청 자료를 보면 가정폭력 사건 기소율은 2016년 기준으로 8.5%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는 가정폭력 반복으로 이어진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가정폭력 재범인원은 해마다 2배 이상 늘고 있다. 2012년 218명이던 재범자수는 2013년 512명, 2014년 1092명, 2015년 2219명, 2016년에는 4257명을 기록했다.
 

국회의사당 전경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국회는 이런 현상을 근절하기 위해 피해자 보호는 강화하고 폭력 행위자는 엄벌하는 내용의 법안을 속속 내놓고 있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를 강화할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가정폭력처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가정폭력 재범으로 인한 피해를 막고자 신고자 보호조치를 강화했다. 이를 위해 아동학대 범죄와 마찬가지로 가정폭력 신고자나 친족 등이 보복을 당할 우려가 있는 경우엔 따로 신청하지 않아도 검사나 경찰서장이 신변보호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현행법은 판사 판단으로 피해자에게 임시조치나 피해자보호명령 등을 하게 하고 있어 급박한 상황에 대처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또한 폭력을 휘두른 당사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경찰의 긴급임시조치 명령을 위반하더라도 즉시 체포할 수 없다.

이찬열 바른미래당 의원은 경찰이 가정폭력 초동 수사 때 폭력 행위자를 의무적으로 체포해 피해자와 분리하게 하는 내용의 가정폭력처벌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경찰이 사생활 개입에 대한 부담 때문에 폭력 당사자를 훈방·중재하는 행태를 막기 위한 조처다. 경찰의 소극적인 대처는 가정폭력 문제를 확대하는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직장에 다니는 피해자를 지원하는 법안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윤후덕 민주당 의원은 가정폭력 피해자가 병원 치료나 수사기관 조사, 거주지 이사 등을 위해 휴가를 청구하며 기업이 이를 허용하게 하는 내용의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가정폭력방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또한 피해자가 회사 측에 전화번호 변경이나 업무 시간·장소 등을 조정할 수 있게 했다.

자녀를 홀로 키우는 피해자의 양육비 부담을 덜어주려는 법안도 발의됐다.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은 가정폭력으로 이혼한 가정의 양육비 지원책 마련을 위해 여성부가 3년마다 시행하는 ‘가정폭력 실태조사’에 이혼가정 양육비 수급 항목을 추가하는 내용의 가정폭력방지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김승희 의원은 “가정폭력 때문에 이혼한 피해 여성 상당수가 가해자의 경제적 지원을 빌미로 한 접근을 우려해 양육비를 포기하고 경제적 어려움을 감내하고 있다”면서 “가정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가정폭력 피해자에 대한 양육비 수급 지원을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발의 이유를 설명했다.